Waterworld라는 영화에서 해양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 인간인 마리너 역의 케빈 코스트너는 귀 뒤쪽에 아가미를 갖고 있다. 어류를 참고했을 때 귀 뒤쪽은 해부학적으로 아가미가 존재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제작진 중 한명은 이 영화가 2500년을 배경으로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1995년에 개봉되었으니 약 500년만에 이러한 돌연변이 혹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500,000년도 턱없이 짧은 기간이라는 생각이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하였듯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나 제작진은 (무지의 결과이든, 특별한 목적이 있든)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진화의 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은 이 영화의 다른 모든 부분은 무시하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수생동물로 진화할 경우 아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참고로 이글에서 수생동물은 파충류 이상의 생물로서 양막란(amniotic egg)을 가져서 육상생활에 완전 적응된 동물이 다시 전적으로 혹은 주로 물에서 생활하는 동물을 말한다. 동물 분류상 별다른 이름이 없어서 이렇게 정의했으며 파충류, 조류, 포유류에 속하는 종들이 포함된다.
1. 실제 수생동물이 보여주는 증거
생명체는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어류에서 척추동물이 시작되었다. 일부 어류는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부레가 폐로 진화한다. 양서류의 알은 양막이 없어 육상의 건조한 환경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물속에 알을 낳아야 하고, 성체의 경우에도 일부 종은 아가미를 갖고 있다. 양막이 있는 파충류 이상의 동물만이 진정한 육상동물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은 성체의 경우 아가미가 없다. 양막이 있는 수생동물은 고래와 같이 전적으로 물에서 생활하는 경우와 펭귄이나 물개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많은 종들이 물에서 생활하지만 아가미가 다시 나타난 종은 단 하나도 없다.고래는 진화학에 있어서 특별한 존재이다. 전적으로 물에서 생활하는 유일한 포유류로 수중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경우이다. 고생물학 혹은 진화생물학에서는 고래의 화석에서 귀뼈를 매우 중요시 하는데, 수중에서 소리를 듣는 것과 육상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귀의 구조도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하는데 내이는 액체로 차 있고, 외이와 중이는 기체로 차 있다. 중이에는 청소골이라는 뼈들이 있고, 이 뼈들이 기체를 매체로 하는 음파를 내이의 액체를 매체로 하는 음파로 변형한다. 전적으로 수중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기체가 없기 때문에 중이의 구조나 역할이 달라진다. 고래의 경우 내이까지도 두개골에서 분리되어 있다. 고래의 코는 정수리 부근에 있다. 이 정도의 해부학적 변화가 있다면 아가미가 다시 생기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진화는 아가미 보다는 폐를 택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수 없이 많은 가설을 만들 수 있지만, 현존하는 고래나 (화석으로 볼 수 있는) 그 선조나 아가미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무었보다 강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뱀, 펭귄, 물개 등 여타 어떤 수생동물도 아가미가 있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고래보다 해부학적 변화가 적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상동물이 수생동물이 될 때 아가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 진화학적 측면
진화는 특정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현존하는 생물 특히 인간은 진화의 바른 방향이며 궁극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암묵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가 수생동물에서 육상동물로 방향 지워져 있다면, 그 반대 방향은 진화가 아닌 '퇴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속에서도 마리너는 퇴화된 인간으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진화는 환경과 경쟁에 적응하는 과정이고 자연의 선택에 의해 결정지워 진다. 고래의 진화과정을 보면 수중 환경에 대한 적응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분명 진화의 과정이다. 이는 아가미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이다. 진화에는 미리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것을 고래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생명체의 유전자는 진화과정인 계통발생(phylogeny) 정보를 최소한 일부라도 매우 축약된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계통발생 정보는 평소에는 발현되지 않다가 급격한 환경의 변화 등 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개체발생(ontogeny)에 발현되고 그중 진화에 유리한 특성은 진화과정에 다시 나타나고 불리한 특성은 다시 재정리 된 후 계통발생 정보로 다시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비유를 하자면 유전자는 과거 성공적인 진화의 과정을 요약된 형태의 진화자료로 보관하고 때로 참조하고 업데이트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유전자의 정보는 계속 축적되고, 진화는 방향과 무관하게 더 우월한 생명체를 만들 것이다. 고래에 아가미가 없는 것은 부레와 아가미에 관한 진화자료가 완전 삭제되었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선택하지 않았거나, 일부 개체에서 선택하였으나 자연의 선택에서 도태되었거나 일 것이다. 진화의 방향이 정해진 후에는 부레와 아가미에 관한 진화자료가 (있었다면) 삭제되거나 업데이트 될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는 황당한 설정이 매우 많지만, 딱 한가지 케빈 코스트너의 아가미에 국한하면, 아가미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순전한 가정으로 아가미가 있다면, 케빈 코스트너의 얼굴은 일단 많은 양의 물을 아가미로 통과시키기 위해 입이 엄청나게 크고 아가미는 아마 귀 뒤가 아닌 아래쪽 턱 밑에 있을 것이고, 코는 호흡기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어 구멍만 남을 것이다. 수륙양생임을 고려하면 현생생물중에는 도룡뇽에 가까운 얼굴이 될 것이다.
두번째 사진에는 노출된 아가미가 보인다.
2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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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영화를 볼 때는 아무생각 없이 부러워만 했었네요. 제가 수영을 못해서...육지가 사라져 가는 지구에서 인간들은 살아 남기 위해 아가미를 이식하는...혹은 아가미가 생기도록 유전자를 어쩌구 저쩌구....ㅋㅋ이렇게 바꿔야 했던듯.
답글삭제그래서인지 재기를 노리던 제작자였던 주연배우는 이 영화로 파산지경이 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멜깁슨의 매드맥스를 연상시키는 정도의 영화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