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유로화의 전망에 대하여' 쓴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글의 연장선에 있으며, 블로그의 특성상 이슈별로 짧게 쓸 수 밖에 없고, 나 자신도 전체적인 윤곽이나 결론 없이 쓰고 있다. 이전 글의 결론을 바탕으로 결국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한국 증시는 언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몇차례에 걸쳐 나름 예상해 보고자 한다.)
1. 유로존 위기와 미국 위기
한때 subprime mortgage 사태라고 불리웠던 미국의 경제위기는 본질적으로 가계대출 과잉과 부실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 즉 금융위기였다. Lehman Brothers가 파산한 2008년 3월초 시장은 폭락했지만 그 이후에도 시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개인적으론는 MMF 시장이 거의 마비된 2009월 3월에는 공포감을 느꼈다. MMF는 주로 기업이 운영자금을 단기간 운영하는 시장으로 한마디로 MMF가 마비되면 직원 급여를 못 주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 현금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이것은 금융시스템이 마비되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시장은 이 시점에서 최저점을 이루었고 시장은 위기 이전 대비 대략 50%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미국의 위기는 발생에 약 1년이 걸렸고, 현재까지 2년간 회복중이라 할 수 있다.
유로존 위기는 누적된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위기이다. 국가부도의 위험이 증가 및 가시화되고 국가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되면서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 현재 유로존 위기의 진행상황이다. 재정위기는 유럽보다는 일본이 더 심각하다. GDP 대비 정부부채나 재정적자 비율 등 대부분의 지표가 매우 좋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국채를 대부분 국내 은행이 (관행적으로 그리고 행정지도로) 매입해주기 때문에 국채 발행 실패나 부도에 대한 우려를 (외국 투자자가 적은 관계로) 거의 하지 않는다. 재정위기는 발생이나 대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대락 10년 주기로 재정문제가 악화와 개선이 교대된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위기 국면으로 즉 금융위기 수준으로 발전하는가이다. 유로존의 문제는 그런 경우라 하겠다. 몇몇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문제 해결에 미온적이고,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따라서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고, 채무 면제나 상황 지연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긴축재정 등에 대한 협상을 하고, 합의는 무시되고 등등 똑 같은 패턴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랜 기간 그럴 것이다. 요약하면, 재정문제는 기본적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속성이 있으며 때때로 위기 국면도 나타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5-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2. 커플링 (coupling) 및 한국증시
미국 금융위기 당시 커플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전세계 증시가 동기화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아래 차트는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표인 SPX와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주가지표인 DAX, CAC 간의 상관관계를 주간 종가를 기준으로 검토한 것이다. 차트에서 보듯 미국 금융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은 급속히 동기화되었다. 이후 회복기간이라 볼 수 있는 약 1.5년간 커플링은 유지되다가 2010년부터 약화되었으나 유럽 재정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다시 커플링이 강화되지만 그 강도나 지속성은 미국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약하다는 것이 차트가 보여주는 대체적인 의미이다. 주요 증시에서 큰 사건이 있으면 동기화가 강화되고 그 사건의 충격이 클 수록 동기화가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증시의 경우에는 미국 증시와 커플링이 매우 강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동일한 방식으로 검토한 결과로는 유럽에 비해 약하고 패턴의 일관성도 적다. 이 차트에 사용된 자료는 주간종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나 일일종가를 사용하거나 날짜 변경을 고려하여 자료를 구성하면 매우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한국 증시에서 중국 변수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미국 증시와의 동기화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과 미국시장의 커플링은 당연시 되고 있으며 특히 유로존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커플링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유로존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이나 한국도 동기화되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며, 동기화가 강화될 경우 상관계수가 매우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등락폭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론할 것은 것은 최근 나타나는 유로존 내의 차별화이다. 독일,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등의 증시에서 동기화가 약해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PIMCO 사장 El-Erian은 유로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화벽"이 필요하다고 했다.(El-Erian: European crisis far from over)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어렵다고 보는데, 위기 수준의 상황이 되면 결국 동기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화벽이 일종의 비유라면, 방화벽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지 폭발에 가까운 충격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자라는 인화물질은 현재 문제시되는 모든 유로존 국가에 이미 퍼져 있고, 그것들은 금융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화물질 제거는 수십년 걸릴 것이고, 연결의 제거는 결국 국가부도에 의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 상관계수는 특정 시점에서 6개월전부터의 주간종가 즉 26개의 샘플을 사용하여 계산된 것이다. 3개월 상관계수를 사용할 경우 13개의 샘플을 사용하게 되어 상관계수의 통계적 신뢰성이 낮아지고, 가시적인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 12개월 즉 52개의 샘플로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패턴은 더 분명해지지만 시차가 크게 발생한다.
- 위 차트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상관계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변화 패턴으로 시계열(time-series) 자료의 자기상관(autocorrelation) 등 통계적 문제는 해당이 없다.
3. 유로존 충격의 전개
충격은 마치 물리적 현상처럼 처음에는 크게 나타나다가 서서히 작아지면서 소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증시에서도 그런 가설에 근거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 경우를 보더라도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부정하는 심리적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비유에는 적용에 한계가 있지만 죽음에 대한 심리적 반응인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5단계에서 적어도 몇 단계는 보이는 듯 하다. (위 차트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각 단계별로 충격의 크기가 다르고 기간도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경제적 사건에 대한 증시의 반응에 어떠한 패턴도 존재하거나 반복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개의 사건으로 이름을 지어도 그 속에는 많은 개별적인 사건들이 있고 그에 대한 시장과 정책 당국의 시각과 대응은 매우 다르고 심리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도 결국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단 가시권에 있는 그리스(포르투갈도 이미 거론되고 있음)만 두고 향후 있을 사건들과 그 여파를 생각해 본다. 일단 크루그만 교수의 글을 인용한다. (http://www.nytimes.com/2010/05/07/opinion/07krugman.html)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존할 수 있으려면 논리적으로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그리스 노동자들이 고용 증가가 가능할 정도로 경쟁력을 줄 수준의 대대적인 임금 삭감을 감수하는 것. 둘째, ECB가 대대적인 통화팽창 정책으로 국채를 대량 매입해주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의 대응을 쉽게 해주는 것. 세째,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등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나은 나라들이 취약한 회원국들에게 마치 미국 연방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해서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문제는 3가지 모두 정치적으로 실행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수순은 생각할 수 없는 방안뿐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다른 대안을 다 버린다면 그것만 남는다."
그렇다면 유로존 탈퇴 혹은 퇴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현재 진행중인 정치일정이 일단 마무리되고, 재정지원이나 채무조정과 관련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합의 이행에 실패하는 과정이 몇 번 반복된다. 그리스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한다. 채무조정에 대한 협상이 몇차례 합의되다가 결국에는 실패한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혹은 퇴출. 독자 통화로 전환. 환율 급등. 기존 유로화 표시 국채 상환 불능. 무역거래 결재 중지. IMF 혹은 ECB에 지원 요청 및 긴축정책을 골자로 한 지원조건 합의. 그리스 실업율 급등 및 경제 위축. 대략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본다. 이 진행의 (초기)과정에서 포르투갈 등 여타 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이런 많은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할 때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리스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한두개의 큰 사건에서 상징적인 충격이 있겠으나 다수의 국가 특히 스페인이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되는 몇몇 경우에는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으로 나는 예상한다.
2012-05-12
*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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