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6일 수요일

핵무기에 관하여

 

핵무기에 관하여

 

아주 쓰기 싫은 주제이지만, 최근 너무 자주 언급되어 아주 기초적인 사항만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나는 핵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핵전쟁의 가능성도 낮게 본다.

 

기술적인 측면

핵무기를 보통 첨단기술이라 생각하지만, 핵폭탄 자체는 기본적으로 1940년대 기술이다. 일단 무기급 핵물질이 있다면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테러 집단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어려운 점은 무기급 핵물질을 확보하는 것과 투발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은 핵연료나 재처리에 대해 매우 강한 통제를 한다. 한국도 그래서 핵무기가 현재 없는 것이다.

1991년 톰 클랜시 원작의 [The Sum of All Fears]라는 영화에서 테러 집단의 핵공격이 나온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핵은 무기로는 현재 관점에서는 기괴하다 할 핵포탄, 핵지뢰, 심지어 핵바주카까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핵은 새로운 꿈의 에너지원으로 미국 대중에게 홍보되었고, 수많은 핵발전소가 건설되었다. 한마디로 핵의 위험성은 상당기간 무시되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Little Boy의 경우 임계점 이하 질량의 두 개의 우라늄 덩어리를 합쳐 연쇄반응을 일으켜 상공 580m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되었다. Little Boy의 경우 핵물질의 1.5% 정도만 핵폭발을 일으켰다.[1] 이후 미국은 1,000번이 넘는 핵실험으로 핵물질의 대부분이 폭발하도록 하였고, 심지어 추가적인 핵실험 없이도 그간 핵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새로운 핵탄두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무기급 핵물질(90%)만 있으면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핵무장의 관건은 무기급 핵물질의 확보이다. 이미 만들어진 무기급 핵물질을 사오든, 훔쳐오든 하는 경우가 아니면 원자로를 가동해야 한다. 원자로를 가동하고 거기서 나오는 폐연료봉에서 특정 핵물질을 추출, 정제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이 1940년대 기술이다. 그나마 현대적인 기술이라 할만 한 것은 핵탄두의 효율을 높이거나 소형화하는 것이다. 원자탄은 임계점을 넘어서면 자동 폭발하기 때문에 대형화가 어렵다. 더 큰 핵폭탄은 수소폭탄으로 가능하며, 이론적으로 크기에 제한이 없다.

소련이 1961 역사상 최대 핵폭탄인 차르 봄바” (직역하면 왕폭탄”) 실험 이후 미소는 핵군축 협상(SALT I 1972, SALT II 1979)에 나섰으며 상당히 많은 핵탄두가 폐기되었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있던 대량의 핵무기가 폐기되었다. 이후 핵무기는 대형화가 아니라 소형화가 대세가 되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상호확증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가 기본적인 핵전략이었다. 당시에는 폭격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주된 투발 수단이었다. 이후에는 “2차보복 (massive retaliation)”이 주된 핵전략이 되었으며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은 순전히 이런 목적이다. 전략핵잠수함은 실질적으로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나 중국은 ICMB에 의존하며 그래서 많은 ICBM 사일로를 갖고 있거나, (중국의 경우) 건설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

2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MAD건 보복이건 별 효과 없다고 보고 쓸 수 없고, 상대도 그렇게 생각하는 핵무기는 의미 없다라는 관점에서 쓸 수 있는 핵무기”, 즉 전술핵무기에 집중하고 있다. 초소형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전술핵무기는 공개된 바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보다 민간인 희생(collateral damage)이 훨씬 적고, 방사능 오염 문제도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벙커버스터로 쓸 경우, 효과는 확실하지만 민간인 희생이나 방사능 오염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진심으로 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유일한 장애물은 이라는 상징성인데, 개인적으로 미국은 필요하면 개의치 않고 사용할 것으로 본다.

핵전면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다른 이유는 방어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냉전 당시 공격무기뿐 아니라, 사실은 더 심각하게, 방어무기 관련하여 미소의 갈등이 심했다. MAD가 양국의 (일종의 합의된) 핵전략인 상황에서 한편이 상대방의 핵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이는 전혀 다른 전략적 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충분한) 공격무기뿐만 아니라, 미사일 요격 시스템 같은 방어무기에 더 민감하다.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잠수함 때문에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는 한, 지구상 어떤 나라도 미국을 선제 핵공격할 수 없다고 본다. 전략핵잠수함 단 한 척의 “2차보복으로도, 예를 들면, 중국은 문자 그대로 지구상에서 지워질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미사일 방어체제는 선제 핵공격 자체의 효과에 대해 거의 모든 상대방이 심각히 우려할 수준이다. 한마디로 공격의 효과는 미미하고, 보복은 전멸을 의미한다면, 핵전쟁은 제정신이라면 선택할 수 없는 결정이다.

 

북한

북한은 워낙 예측 불가한 미친 놈이 권력을 쥐고 있기에 어떠한 이성적인 예상도 위험하다. 이미 북한은 40-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진정한 문제는 투발 수단이다. 일단 폭격기에 의한 투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은 공군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있다고 해도 한국의 방공망을 벗어날 수 없다. 잠수함에 의한 SLBM도 매우 회의적이다. 북한은 아직 SLBM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도 없을뿐더러, 한국의 대잠수함 능력을 고려하면, 북한의 잠수함은 기지를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핵투발 수단은 미사일일 것이다.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으나, 최근 한국은 다수의 소형 위성을 띄워 북한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계획이다.[2] 최근 발표된 각종 대응 수단으로 상당 수는 요격당할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선제타격이 당연하고, 그 경우 상당수의 북한 미사일은 발사 전 지상에서 파괴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두 발의 핵미사일이 성공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언급하기 싫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다. 북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점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든 안 하든, 보유해도 쓰던 안 쓰던, 북한은 초토화될 것이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1차대전 당시에는 군병력의 동원이 오랜 시간 걸렸으며, 그 자체가 긴장을 고조시켰고, 양측의 동원이 결국 사라예보 암살[3] 사건으로 폭발한 것이다. 2차대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의 가능성, 심지어 필연성을 서로 다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준비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정찰과 첩보가 있으면 미리 다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이면 아마도 북한 내에서 꾸데따가 발생할 것이다. 한 미친 놈이 아무리 설쳐도 북한군을 실제 지휘하는 군부는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생사의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꾸데따 만이 살 길임을 모를 리 없다. 유일한 우려는 핵무기 통제 체제가 없을 경우이다. 김정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아무 생각 없는 심복이 핵무기를 가동(activate, arm)할 수 있는 경우라면 어떤 상황이든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우발적이고 개인적인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북한에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결론

희망이 섞여 있지만, 냉정하게 볼 때, 미중간 전면전, 즉 핵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소형 전술핵을 필요하면 거침 없이 사용할 것이다. 핵무기의 정의 자체가 모호해지고, 재정의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핵공격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미친 놈을 이해하려거나 예상하려는 것은 불가하다. 미친 놈을 감시하고, 유사시 어떤 방법이든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은 왜 온갖 첨단무기 개발에 이토록 노력할까? 심지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와 무기체계는 연동이 되어야 하고, 미국으로부터 독립되려면 전투기뿐만 아니라 장착 무기도 자체 개발해야 한다). 이는 대략 프랑스 모델로, 미국과 척지지만 않는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혹은 그럴수록, 힘을 키워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 백 번 맞는 말이다. 핵전쟁을 예상한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2021.10.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Little_Boy

[2] https://www.youtube.com/watch?v=1F1O9BH0LyA

[3] https://en.wikipedia.org/wiki/Assassination_of_Archduke_Franz_Ferdin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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