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국방력과 산업기반

 

국방력과 산업기반

 

2019.9.23일 두산중공업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산화하였다는 기사[1]가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4개국이고, 한국이 5번째가 된다. 중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올해 시제기가 출고되었고, 내년 2월 초도비행이 예정된 한국 최초의 본격 전투기인 KF-21[2]은 현재 미 GE사의 F414-GE-400 엔진을 사용하며, 국산 엔진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가스터빈과 제트엔진은 동일한 원리와 구조로 작동된다. 사실 역사적으로 가스터빈은 제트엔진을 발전용으로 상용화 및 대형화 한 것이다. 항공기용과 발전기용은 용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가 어떤 것이 더 높은지 비교하기 어렵다. 전투기 엔진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는 제품과, 발전기용 가스터빈처럼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용 제품은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 또한 지상에서 고정되어 운전되는 가스터빈에 비교하여 항공기에 장착되는 엔진은 많은 부수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항공기용은 크게 상용 항공기용 터보팬(turbofan), 전투기용 터보젯(turbojet), 헬리콥터용 터보샤프트(turboshaft) 등이 있으며, 각각 나름의 요구사항 및 그를 위한 많은 장치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과 제트엔진의 공통적인 부분만 보면 가스터빈의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RC 모델용 제트엔진은 250만원이면 eBay에서 살 수 있다.[3] 이들은 가격이나 무게 대비 출력은 좋지만 연비는 아주 낮다. 동일한 이유로 전투기용 엔진보다는 상용 항공기용 엔진이, 그 보다는 발전용 엔진이 연비가 높고, 최소한 그런 점에서는 발전용 가스터빈의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다고 본다.

 

아래 일반적인 가스터빈 엔진과 F414-GE-400 엔진의 컷어웨이(cutaway) 그림을 첨부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가스터빈 엔진, 출처: https://automationforum.co/gas-turbine-components-and-working/


KF-21에 사용된 F414-GE-400 엔진, 출처: http://egloos.zum.com/korearms/v/1238646

뒷부분(그림에서 오른쪽) 거의 절반은 군사용 제트엔진에만 있는 애프터 버너(after burner)와 노즐을 위한 공간으로 상용 항공기에도 없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 가스터빈과 비교하면 거의 같다.

 

중국 전투기

중국은 소련/러시아 전투기를 복제해서 만든다. 당초 직수입했으나, 언젠가부터 불법 복제하기 시작했다. 소련/러시아는 보통 무기를 수출할 경우 다운그레이드 해서 판매한다. 중국의 불법 복제를 모를 리 없으나, 정도가 심해지자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했다. 기존처럼 다운그레이드에 더해 엔진 등 핵심 부품에 대해서는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기술수준이 아예 흉내도 못 낼 정도는 넘어섰지만, 그렇다고 오리지널에 준하는 성능을 낼 수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적절한 시기에 취한 대응이다.

러시아의 대중국 무기 수출 제한으로 최근 가장 문제가 된 경우가 J-11 J-15 전투기 엔진 문제이다. 이들 전투기에 장착된 러시아제 AL-31F 엔진을 복제한 WS-10A, WS-15H 엔진이 오리지널의 성능을 내지 못 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과연 중국이 자국의 짝퉁 전투기에 필요한 짝퉁 엔진을 만들 수 있을까?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이 글의 소결론이다. 전투기는 온갖 첨단기술이 융합된 복합체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중국의 능력을 전혀 믿지 않지만, 엔진 한가지에 국한하더라도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제 정세가 다시 변하고, 러중 관계가 변해서 러시아가 진품 엔진을 공급해도 이를 자국 짝퉁 전투기에 최적화하는 데에는 상당 시간 걸릴 것이다. 중국의 짝퉁 엔진과 러시아 진품 엔진이 기계적으로 완전히 호환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엔진의 특성과 제어가 다르다면 그에 맞춰 전투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투기가 그들이 당초 희망한 성능과 전술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엔진을 자체 개발한다는 가정하에서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그 모든 원인은 중국의 산업기반의 문제이다. 중국이 두산중공업의 경우처럼 가스터빈을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면 이후 2-3년 내로 제대로 된 전투기용 엔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인정하겠다. (참고로 한국이 전투기용 엔진을 자체 개발한다면 아마 한화일 것이고, 한화는 오랜 기간 전투기 창정비를 한 삼성항공 등을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군수산업에 진출했다.)

 

북한 미사일

미사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이 글과 관련 있는 것이 순항미사일이다. 최근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했다.[4] 1500km를 비행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순항미사일은 3000km 사거리도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개발중인 무기들도 있어 사거리 등 성능이나 특성은 조만간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순항미사일은 로켓 추진에 의한 탄도미사일과는 그 추진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 모두 비행체 내부에 격납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에 주입,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이다. 이는 액체연료의 경우이고, 고체연료의 경우에는 고체연료 자체가 연료와 산화제를 화합물로 함께 갖고 있다. 결국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싣고 추진력으로 사용한다는 면에서는 같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연료만 내부에 저장하고, 산화제는 대기(의 산소)를 사용한다. 이 경우 연료를 대기의 산소로 태우는 엔진이 필요하며, 보통의 경우 제트엔진을 사용한다. 그 제트엔진은 위에서 말한 바로 그 제트엔진이다. 중국도, 북한은 더더욱, 제대로 된 제트엔진을 만들 수 없다고 본다. 앞서 말한 RC 모델용 250만원짜리 장난감 엔진으로 날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난감 엔진으로 1500km를 날게 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초소형 고효율 제트엔진은 아마도 무기급으로 분류되어 수출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 어디선가 밀수해서 한두 개 쇼 용으로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자체적으로 그런 제트엔진을 만들 능력은 없다고 자신한다. 소련/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은 상당히 많은 로켓 기반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전혀 다른 기술, 즉 로켓엔진에 의한 것이고, 이는 북한의 산업기반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두의 가스터빈과 제트엔진 비교 참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주장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엔진(ramjet, scramjet)은 로켓이나 제트엔진과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위 그림의 복잡한 장치가 전혀 없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흡입된 공기가 내부 덕트의 구조로 압축되고, 거기에 연료가 주입되어 추진력을 얻는다. 문제는 이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미 초음속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1단으로 로켓 엔진 등이 있어야 한다. 조사해보지 않았고, 조사도 어렵지만, 심지어 미국도 지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항공기에서 일정 속도를 만들고, 투하되어 로켓 엔진으로 추가 속도를 내서 이들 엔진이 가동할 수 있는 초음속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수십 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결론

중국이나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핵 무기의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사실, 이 글의 요지는 그것이 아니다. 핵무기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이슈로 이전에 별도로 간단히 쓴 적 있다[5].

 

이 글의 요지는 무기체계 내지 국방력에 있어서 산업기반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KF-21의 경우 현재는 GE의 엔진을 사용하지만, 가스터빈의 경우를 볼 때 엔진의 국산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탑재된 AESA 레이더도 국산화되었다. 이는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 및 전자공학 기술의 영향이라 본다. 다른 것을 다 떠나, 한국의 무기 개발 속도는 심지어 미국도 놀랄 정도이다. 물론 협업에 적합한 국민성과 문화 등도 역할을 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기반 산업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전자, 기계, 화학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산업기반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상업적으로는 각각 삼성전자 등 반도체, 두산중공업 등 기계, 한화 등 화학, 대표기업만 그렇고, 한국의 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때문에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도 상당한 기술수준에 도달하였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외세의 간섭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영향을 받았다. 과도한 공포도, 건방진 과소평가도 공히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이 글은 그런 이유로 쓴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믿고 동네 양아치보다 못 한 짓을 하고 있지만, 경제력은 사상누각, 군사력은 속빈강정, 딱 그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미국의 경제력을 과소평가 했다. 그래서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 해군을 궤멸하면 해군력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모종의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오판했다. 미국은 일본의 예상보다 절반의 시간에 해군력을 복구했다.

현대의 모든 전쟁은 궁극적으로 국력의 싸움이다. 오늘날 2차대전 대비 약간의 변화는 전쟁은 기술의 싸움이다.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2차대전 경우 미국의 힘은 압도적인 기술력보다는 압도적 경제력이었다. 미국은 일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진주만의 피해를 복구했으나 특별한 기술적 진보는 없었다. 오늘날 한국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양적인 생산능력보다는 (오늘날) 미국에서 보듯 첨단기술이 전력이고, 그 바탕에는 산업기반이 있다.

한국은 반도체, 전자, 기계, 조선, 화학 등 모든 부문에서 전세계에서 압도적 내지 선도적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필요 시 순식간에 군사력으로 전환할 수 있고, 질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1.10.11

 

최원영



[1] http://www.ko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288

[2] 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KF21.aspx

[3] https://www.ebay.co.uk/itm/203013594305?hash=item2f448d9cc1:g:IJIAAOSwqShe247D

[4] https://www.bbc.com/korean/news-58542807

[5]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21/10/blog-post_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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