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6일 수요일

측정 없이 관리 없다

측정 없이 관리 없다

 

경영학이나 회계학에서 기본적인 명제로 인정하는 것이 “no measurement, no management, 즉 “측정 없이 관리 없다” 혹은 좀 더 한국어다운 표현으로 “측정하면 개선된다” 이다. 너무 당연해서 자명한 것 같지만, 이는 거시경제에도 적용되며 그 결과 그리 자명할 것 같지 않은 경제체제,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도량형: 측정의 기본 전제

고대 어느 문화권이나 중앙집권적 권력이 확립되면 도량형 통일을 최우선으로 실행했다. 가장 기본적으로 길이나 무게의 단위가 다르다면 측정은 불가하거나 무의미하다. 과세를 위해서는 토지의 면적이나 수확을 측정해야 한다. 제국은 정의상 다수의 문화권을 포용해야 하기 때문에 통제하에 있는 모든 문화권에 동일한 도량형을 강제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동서고금 공히 통일을 이룩한 나라 혹은 제국이 된 국가는 예외 없이 도량형 통일을 했다.

근현대에도 미터법(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SI)1790년대에 제안되었다. 이는 당시 과학의 발달로 과학기술을 위해 길이, 무게, 온도, 시간 등 여러 단위를 수학적으로 상호 호환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터법과 함께 현재도 쓰이고 있는 임페리얼 시스템은 도량형 변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 도입을 포기하였다. 여담이지만, 우주왕복선 첼린저호 폭발은 미터법과 임페리얼 시스템의 전환 과정의 반올림 오류 때문이라고도 한다.

화폐의 경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폐는 사형에 처했다. 발권 권한은 통치권의 상징이었고, 위폐는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위폐는 아니더라도 당시의 거의 모든 화폐는 금은 등 귀금속으로 만든 동전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깎아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불량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한마디로, 고대부터 측정은 국가운영의 기본전제였기 때문에 모든 왕조와 제국이 매우 중시했고, 통치권 혹은 사회의 근본질서 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반은 엄벌에 처했다.

 

가격: 경제의 도량형

현대에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가격의 기능이 있다. 특정 가격은 시장경제에서는 해당 재화/용역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식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체제를 시장경제라 하기 때문에 거의 동어반복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여러 가지 정책의 결과 공식가격은 시장가격과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그런 경우는 시장경제라 하기 어렵다.

 

소련의 경우 화폐는 있었을지언정 가격은 없거나 무의미한 것이었다. 소련 시절 경제계획은 필요한 재화/용역 산출물을 한 축으로,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다른 한 축으로 거대한 표로 만들고, 이를 레온티에프 투입-산출 모델(Leontief input-output model[1])로 계산한 것이다. 이 방법은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었고, 미 연방준비은행(FRB) 의장 Alan Greenspan은 그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초현실적 (surreal)”이라 표현하였다. 참고로, 그 표현은 기괴하다는 뜻이었다.

수요, 공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가격은 무의미하며 경제의 도량형이 없는 것과 같다. 도량형이 없으면 측정이 불가하고, 따라서 관리가 불가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재화와 용역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대한 자원이 낭비된다. 소련시절 생산 시스템을 가장 잘 표현한 말: “가장 쓸데 없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시스템”. 소비되지 않는 물건은 완전한 낭비이다. 한편으로는 수요는 있으나, 공급되지 않는다. 소련의 경우 실제 상황이었으며, 모든 계획경제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통계치: 국가운영의 기본 측정

통계치(통계의 기초자료, 즉 측정치)는 통계화되어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여담으로, 통계에 대한 유명한 비판이 있다: 영국의 수상 디즈레일리가 한 말로, “거짓말에는 세가지가 있다: 거짓말, 생거짓말, 그리고 통계 (lies, damn lies, and statistics). 측정이 정확해도 통계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과학적 그리고 자의적 판단이 개입한다. 집권자들은 통계를 조작하려는 유혹을 항상 느낀다. 통계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왜곡은 애교 수준이고, 심한 경우에는 측정 자체를 왜곡하거나, 아예 안 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측정 방식을 변경하여 통계치의 시계열(time-series)분석이 불가한 경우로, 즉 역사성을 제거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 효과가 장기적 내지 항구적이라는 의미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불행히도,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있었다.[2]

 

시장의 부재 = 가격의 부재 = 측정의 부재 = 관리의 부재

가격은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시장이 없으면 당연히 가격도 없다. 보조금 등은 가격, 결국 시장을 왜곡한다. 어떤 형태로든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부추기면 가격은 왜곡된다. 반대로 가격을 통제하면 어떤 형태로든 부당이익과 억울한 손해가 발생한다.

시장이 아예 없다면 가격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활동의 측정수단은 없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측정할 수 없다. 배급제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더하다. 소련 시절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소련에도 화폐는 있었지만, 그 화폐는 단순히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만 했다. 루블화로 표시된 가격은 시장과 무관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통일된 표준도량형이 없다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다. 고무줄자는 자가 아니다. 참고로, 미터는 당초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참조로 1m 길이의 특별한 금속 바를 만들었고, 무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구체적 참조로 1kg 무게의 특별한 금속 추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이 없도록 순전히 어떤 물리학적인 값으로 정의되었다. 물론 이는 과학기술용이다. 그러나, 경제에서도 정확하고 안정된 자는 필요하다. 그러한 신뢰할 수 있는 도량형으로 측정한 통계치는 경제관리나 국가운영의 기본이다. 인구, 생산량, 가격 등 기본적인 통계치는 정책 및 권력에서 독립된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통계치는 비유하자면 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절대 손댈 수 없는 것이다. 통계치를 해석한 통계는 집계와 해석의 과정이 있으므로 그건 사이비 학자든, 정권이든, 유튜버든 아무나 아무렇게나 만들고, 해석하고, 어떠한 결론도 낼 수 있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통계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통계치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계치는 국가기관 혹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

 

측정(=가격=시장)이 없다면 관리가 불가하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굳이 경제정책의 경우로 예를 든다. 경기의 부양과 긴축은 정반대의 정책으로 필요한 상황과 반대의 정책을 취하면, 참담한 결과가 발생한다. 소비, 투자, 실업률, 인구 등 많고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일정 수준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계가 없거나 조작하는 나라에서는 측정 부재, 관리 부재가 심각해진다. 소련의 경우에는 시장=가격의 부재로 아예 통계가 없었다. 아래 다시 거론하지만, 통계를 조작하는 중공의 경우에는 심각한 정책실패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두 가지 문제가 다 있다.

 

가격과 화폐

가격은 항상 움직인다. 이는 진성 수요/공급뿐만 아니라, 온갖 투기적 수요와 시장왜곡 등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부재나 그에 준하는 심각한 시장왜곡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든다. 또한 1차대전후 독일에서 보듯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화폐의 도량형으로서의 기능을 무력화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환율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는 경제정책에도 중요하지만, 그의 기본이 되는 현상의 측정이라는 의미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화폐가치가 안정적이어야만 화폐로 표현된 모든 통계가 의미가 있다.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무역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운영이 정상적일 수 있으며, 역으로 환율로 국내 경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다른 통계가 틀린 경우에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달 북한에서 19년만에 돈표를 발행했다는 기사[3]가 있었다. 다른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이 글과 관련해서는 돈표 2중환율을 의미하며, 거의 모든 경제적 통계는 아예 없거나, 심각히 왜곡되어, 최후의 간접적인 측정수단인 환율도 없는 상태로, 아무런 유의미한 측정도 없고, 따라서 어떠한 정책도 일관성이나 보완성, 호환성이 있을 수 없다.

 

중공의 경우

개인적으로 중공이 발표하는 어떠한 통계도 믿을 수 없다. 너무도 많은 통계, 사실 내가 보기엔 모든 통계가 왜곡되어 있다. 중국공산당(중공)의 입맛에 맞는 통계는 과장되고, 그렇지 않으면 축소되거나 아예 없애버린다. (외부에는 숨기더라도 중공 자신은 알고 있길 빈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로, 인구를 믿을 수 없다. CIA World Factbook에는 2021년 예상치로 14억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0억 미만일 거라는 분석도 있다.

소득불균형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4]는 동 CIA 출처에서는 2016 38.5라고 하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참고로 한국은 2016 35.4, 일본은 2013 32.9, 미국은 2016 41.1이다. 참고로 지니 계수는 완전평등을 100으로 하고, 각 인구 구간별 소득 분포를 차감한 것을 불평등 수준으로 계수화한 것이다 (즉 완전평등은 0, 완전불평등은 100). 지니 계수가 50이 넘으면 폭동의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중공의 경우엔 심지어 70으로 추정하는 기관도 있다. 중공은 인구 및 지니 계수를 10년이상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하지 않더라도 중공 내부적으로라도 알고나 있으면 다행인데, 그마저 매우 회의적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은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로 중공과 함께 언급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민주주의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새 총리 선출과정을 볼 때, 자민당은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가정하는 듯하다. 아베의 모리모토 학원 관련 공문서 조작 재조사 등 많은 위법행위는 이번 기시다 총리 내각의 등장으로 유야무야 될 것이다. 모든 독재자는 퇴임 후 안전보장을 가장 걱정한다: 옐친, 푸틴, 아베, 두테르테, 김정은 등등 예외 없다. 다나카를 감옥에 보낸 일본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민간인에 의한 방사능 측정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의 여파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품질검사 성적 위조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5]

일본의 문제는 고령화, 엔고, 경제정책 실패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진실의 은폐, 왜곡, 알아서 기는 손타쿠 문화, 부정부패 등 사회의 기본질서의 붕괴이다. 바로 이런 점이 이 글에서 말하려는 측정의 왜곡이며, 그 결과인 관리의 부재이다.

 

결론

개인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중국어에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 (自欺欺人)”라는 표현이 있다. 모든 사기꾼의 공통 특징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자기파멸적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여 발전이 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품질이나 성과 통계를 조작하는 순간 이는 되돌리기 어렵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되고, 심하면 다카타[6] 에어백 경우처럼 파산하게 된다. 2, 3, 100의 다카타가 나와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국민경제에 있어서도, 중공과 같이 거의 모든 통계가 왜곡되고 조작되면, 현상파악도 안 되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이는 오늘의 중공이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주택정책의 처참한 실패는 정책이 이념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통계가 이념화되고, 심지어 통계치마저 조작 내지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이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금언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에도 적용된다. 측정, 즉 통계에 손 대는 순간 실제 현실을 파악할 수 없다. 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다. 오히려 자멸적인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

 

2021.10.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Input%E2%80%93output_model

[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0/2020082000122.html

[3]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908/109156752/1

[4] https://en.wikipedia.org/wiki/Gini_coefficient

[5]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4070486619405064&mediaCodeNo=257

[6]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1015033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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