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2일 화요일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표제의 명언은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 1811년 한 말이다. 현대에는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좀 더 현대적인 표현은 모든 민주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정도일 것이다. 나는 [유권자의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별도로 한 줄[1] 쓴 바 있는데, 결국 같은 내용이다.

 

한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현재 당내 후보 경선이 한참이다. 최근 [“시켜는 드릴게이재명-윤석열, 지지 속 경고 읽으라][2] 제목의 컬럼을 보았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국 유권자는 의혹 사실이어도 상관없다생각하고, 유권자는 원하는 정책을 위해서는 의혹도 감수하며, 이렇게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들의 흠결을 약점으로 재갈을 물리는 안전장치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컬럼에는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언제라도 내칠 수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한국에는 국민소환제도가 없다. 그런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도 분명 엄격한 조건과 절차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다. 임기제 선출직을 언제라도 내칠 수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직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이미 우리가 겪었듯이, 그 과정에서 나라가 절단날 정도의 극심한 국론분열이 있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이념화된 진영논리가 이번 대선도 압도할 것이다.

 

유권자는 의혹 내지 흠결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컬럼은 이명박 대통령의 다스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최태민 일가와 관련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음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 이겨 대통령이 된 경우는 당연히 그런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반면 패배한 경우를 보면, 이회창은 아들 병역 의혹으로, 정동영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고배를 마셨다. 유권자는 의혹 내지 흠결을 절대 상관없다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컬럼에서는 현재 불거진 의혹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기를 권했다. 한국의 대통령은 대부분 말로가 비참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 후보가 형식상 정해졌으나, 아직도 유동적이다. 대통령과 차기 후보는 서로를 두려워하고, 서로를 죽일 수 있다. 이스타와 대장동은 (다른 수 많은 비리는 차치하고) 서로에게 확실한 칼이자 보험이 될 수 있다. , 그들이 이긴다는 전제에서. 권력의 속성이 그러하지만, 모든 정치인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대통령 후보 자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모든 후보는 자신은 전임자와 다른, 영광스러운 대통령이고, 존경 받는 전직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 그리고 된 이후, 자신의 행동은 모두 정의롭고 합법적이라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심지어 당내 후보도 어느 누구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컬럼의 저자도 그리 생각할 것이라 확신하기에, 그 말의 의도를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선만큼 등장인물이 추악한 선거는 본 적이 없다.

 

이번 대선은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치러지고, 다음 대통령은 이전과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건국 등이 중국 왕조교체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현재의 미중 대립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미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던 시기는 지났고, 양자택일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 중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심지어 핵무장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사안은 극비인 관계로 국민투표로 정할 문제도 아니다. (만약 그럴 경우 한국은 정말 두 쪽이 나서 망할 것이다.)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통령을 일단 시켜보고, 아니면 내치고식으로 선출할 수는 없다.

 

컬럼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라고 하였으나,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공정, 부정부패, 경제정책의 이념적 방향성, 대외정책, 국방 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통령의 본분이 일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각과 비서실이 일 잘 해야 하는 조직이다. 대통령은 비전을 제시하고, 원칙을 추구하고, 국익의 최종 판단이 주된 임무라 생각한다.

 

한국은 군사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루었고, 합법적 절차로 대통령을 탄핵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민주국가이다. 그간 대부분의 대통령의 말로가 비참했던 것은 그들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의 문제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유권자의 책임도 막중하다. 이제는 우리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야만 다음 대통령은 퇴임 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유권자의 책임이다.

 

2021.10.13

 

최원영



[1]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21/09/blog-post_30.html

[2] https://weekly.donga.com/BestClick/3/all/11/2970205/1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국방력과 산업기반

 

국방력과 산업기반

 

2019.9.23일 두산중공업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산화하였다는 기사[1]가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4개국이고, 한국이 5번째가 된다. 중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올해 시제기가 출고되었고, 내년 2월 초도비행이 예정된 한국 최초의 본격 전투기인 KF-21[2]은 현재 미 GE사의 F414-GE-400 엔진을 사용하며, 국산 엔진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가스터빈과 제트엔진은 동일한 원리와 구조로 작동된다. 사실 역사적으로 가스터빈은 제트엔진을 발전용으로 상용화 및 대형화 한 것이다. 항공기용과 발전기용은 용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가 어떤 것이 더 높은지 비교하기 어렵다. 전투기 엔진처럼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는 제품과, 발전기용 가스터빈처럼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용 제품은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 또한 지상에서 고정되어 운전되는 가스터빈에 비교하여 항공기에 장착되는 엔진은 많은 부수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항공기용은 크게 상용 항공기용 터보팬(turbofan), 전투기용 터보젯(turbojet), 헬리콥터용 터보샤프트(turboshaft) 등이 있으며, 각각 나름의 요구사항 및 그를 위한 많은 장치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과 제트엔진의 공통적인 부분만 보면 가스터빈의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RC 모델용 제트엔진은 250만원이면 eBay에서 살 수 있다.[3] 이들은 가격이나 무게 대비 출력은 좋지만 연비는 아주 낮다. 동일한 이유로 전투기용 엔진보다는 상용 항공기용 엔진이, 그 보다는 발전용 엔진이 연비가 높고, 최소한 그런 점에서는 발전용 가스터빈의 기술적 난이도가 더 높다고 본다.

 

아래 일반적인 가스터빈 엔진과 F414-GE-400 엔진의 컷어웨이(cutaway) 그림을 첨부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가스터빈 엔진, 출처: https://automationforum.co/gas-turbine-components-and-working/


KF-21에 사용된 F414-GE-400 엔진, 출처: http://egloos.zum.com/korearms/v/1238646

뒷부분(그림에서 오른쪽) 거의 절반은 군사용 제트엔진에만 있는 애프터 버너(after burner)와 노즐을 위한 공간으로 상용 항공기에도 없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 가스터빈과 비교하면 거의 같다.

 

중국 전투기

중국은 소련/러시아 전투기를 복제해서 만든다. 당초 직수입했으나, 언젠가부터 불법 복제하기 시작했다. 소련/러시아는 보통 무기를 수출할 경우 다운그레이드 해서 판매한다. 중국의 불법 복제를 모를 리 없으나, 정도가 심해지자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했다. 기존처럼 다운그레이드에 더해 엔진 등 핵심 부품에 대해서는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기술수준이 아예 흉내도 못 낼 정도는 넘어섰지만, 그렇다고 오리지널에 준하는 성능을 낼 수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적절한 시기에 취한 대응이다.

러시아의 대중국 무기 수출 제한으로 최근 가장 문제가 된 경우가 J-11 J-15 전투기 엔진 문제이다. 이들 전투기에 장착된 러시아제 AL-31F 엔진을 복제한 WS-10A, WS-15H 엔진이 오리지널의 성능을 내지 못 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과연 중국이 자국의 짝퉁 전투기에 필요한 짝퉁 엔진을 만들 수 있을까?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이 글의 소결론이다. 전투기는 온갖 첨단기술이 융합된 복합체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중국의 능력을 전혀 믿지 않지만, 엔진 한가지에 국한하더라도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제 정세가 다시 변하고, 러중 관계가 변해서 러시아가 진품 엔진을 공급해도 이를 자국 짝퉁 전투기에 최적화하는 데에는 상당 시간 걸릴 것이다. 중국의 짝퉁 엔진과 러시아 진품 엔진이 기계적으로 완전히 호환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엔진의 특성과 제어가 다르다면 그에 맞춰 전투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투기가 그들이 당초 희망한 성능과 전술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엔진을 자체 개발한다는 가정하에서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그 모든 원인은 중국의 산업기반의 문제이다. 중국이 두산중공업의 경우처럼 가스터빈을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면 이후 2-3년 내로 제대로 된 전투기용 엔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인정하겠다. (참고로 한국이 전투기용 엔진을 자체 개발한다면 아마 한화일 것이고, 한화는 오랜 기간 전투기 창정비를 한 삼성항공 등을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군수산업에 진출했다.)

 

북한 미사일

미사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이 글과 관련 있는 것이 순항미사일이다. 최근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했다.[4] 1500km를 비행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순항미사일은 3000km 사거리도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개발중인 무기들도 있어 사거리 등 성능이나 특성은 조만간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순항미사일은 로켓 추진에 의한 탄도미사일과는 그 추진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 모두 비행체 내부에 격납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에 주입,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이다. 이는 액체연료의 경우이고, 고체연료의 경우에는 고체연료 자체가 연료와 산화제를 화합물로 함께 갖고 있다. 결국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싣고 추진력으로 사용한다는 면에서는 같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연료만 내부에 저장하고, 산화제는 대기(의 산소)를 사용한다. 이 경우 연료를 대기의 산소로 태우는 엔진이 필요하며, 보통의 경우 제트엔진을 사용한다. 그 제트엔진은 위에서 말한 바로 그 제트엔진이다. 중국도, 북한은 더더욱, 제대로 된 제트엔진을 만들 수 없다고 본다. 앞서 말한 RC 모델용 250만원짜리 장난감 엔진으로 날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난감 엔진으로 1500km를 날게 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초소형 고효율 제트엔진은 아마도 무기급으로 분류되어 수출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 어디선가 밀수해서 한두 개 쇼 용으로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자체적으로 그런 제트엔진을 만들 능력은 없다고 자신한다. 소련/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은 상당히 많은 로켓 기반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전혀 다른 기술, 즉 로켓엔진에 의한 것이고, 이는 북한의 산업기반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두의 가스터빈과 제트엔진 비교 참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주장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엔진(ramjet, scramjet)은 로켓이나 제트엔진과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위 그림의 복잡한 장치가 전혀 없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흡입된 공기가 내부 덕트의 구조로 압축되고, 거기에 연료가 주입되어 추진력을 얻는다. 문제는 이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미 초음속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1단으로 로켓 엔진 등이 있어야 한다. 조사해보지 않았고, 조사도 어렵지만, 심지어 미국도 지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항공기에서 일정 속도를 만들고, 투하되어 로켓 엔진으로 추가 속도를 내서 이들 엔진이 가동할 수 있는 초음속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수십 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결론

중국이나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핵 무기의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사실, 이 글의 요지는 그것이 아니다. 핵무기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이슈로 이전에 별도로 간단히 쓴 적 있다[5].

 

이 글의 요지는 무기체계 내지 국방력에 있어서 산업기반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KF-21의 경우 현재는 GE의 엔진을 사용하지만, 가스터빈의 경우를 볼 때 엔진의 국산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탑재된 AESA 레이더도 국산화되었다. 이는 세계 최고수준의 반도체 및 전자공학 기술의 영향이라 본다. 다른 것을 다 떠나, 한국의 무기 개발 속도는 심지어 미국도 놀랄 정도이다. 물론 협업에 적합한 국민성과 문화 등도 역할을 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기반 산업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전자, 기계, 화학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산업기반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상업적으로는 각각 삼성전자 등 반도체, 두산중공업 등 기계, 한화 등 화학, 대표기업만 그렇고, 한국의 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때문에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도 상당한 기술수준에 도달하였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외세의 간섭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영향을 받았다. 과도한 공포도, 건방진 과소평가도 공히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이 글은 그런 이유로 쓴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믿고 동네 양아치보다 못 한 짓을 하고 있지만, 경제력은 사상누각, 군사력은 속빈강정, 딱 그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미국의 경제력을 과소평가 했다. 그래서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 해군을 궤멸하면 해군력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모종의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오판했다. 미국은 일본의 예상보다 절반의 시간에 해군력을 복구했다.

현대의 모든 전쟁은 궁극적으로 국력의 싸움이다. 오늘날 2차대전 대비 약간의 변화는 전쟁은 기술의 싸움이다.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2차대전 경우 미국의 힘은 압도적인 기술력보다는 압도적 경제력이었다. 미국은 일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진주만의 피해를 복구했으나 특별한 기술적 진보는 없었다. 오늘날 한국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양적인 생산능력보다는 (오늘날) 미국에서 보듯 첨단기술이 전력이고, 그 바탕에는 산업기반이 있다.

한국은 반도체, 전자, 기계, 조선, 화학 등 모든 부문에서 전세계에서 압도적 내지 선도적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필요 시 순식간에 군사력으로 전환할 수 있고, 질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1.10.11

 

최원영



[1] http://www.ko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288

[2] 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KF21.aspx

[3] https://www.ebay.co.uk/itm/203013594305?hash=item2f448d9cc1:g:IJIAAOSwqShe247D

[4] https://www.bbc.com/korean/news-58542807

[5]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21/10/blog-post_6.html

2021년 10월 6일 수요일

핵무기에 관하여

 

핵무기에 관하여

 

아주 쓰기 싫은 주제이지만, 최근 너무 자주 언급되어 아주 기초적인 사항만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나는 핵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핵전쟁의 가능성도 낮게 본다.

 

기술적인 측면

핵무기를 보통 첨단기술이라 생각하지만, 핵폭탄 자체는 기본적으로 1940년대 기술이다. 일단 무기급 핵물질이 있다면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테러 집단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어려운 점은 무기급 핵물질을 확보하는 것과 투발수단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은 핵연료나 재처리에 대해 매우 강한 통제를 한다. 한국도 그래서 핵무기가 현재 없는 것이다.

1991년 톰 클랜시 원작의 [The Sum of All Fears]라는 영화에서 테러 집단의 핵공격이 나온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핵은 무기로는 현재 관점에서는 기괴하다 할 핵포탄, 핵지뢰, 심지어 핵바주카까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핵은 새로운 꿈의 에너지원으로 미국 대중에게 홍보되었고, 수많은 핵발전소가 건설되었다. 한마디로 핵의 위험성은 상당기간 무시되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Little Boy의 경우 임계점 이하 질량의 두 개의 우라늄 덩어리를 합쳐 연쇄반응을 일으켜 상공 580m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되었다. Little Boy의 경우 핵물질의 1.5% 정도만 핵폭발을 일으켰다.[1] 이후 미국은 1,000번이 넘는 핵실험으로 핵물질의 대부분이 폭발하도록 하였고, 심지어 추가적인 핵실험 없이도 그간 핵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로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새로운 핵탄두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무기급 핵물질(90%)만 있으면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핵무장의 관건은 무기급 핵물질의 확보이다. 이미 만들어진 무기급 핵물질을 사오든, 훔쳐오든 하는 경우가 아니면 원자로를 가동해야 한다. 원자로를 가동하고 거기서 나오는 폐연료봉에서 특정 핵물질을 추출, 정제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이 1940년대 기술이다. 그나마 현대적인 기술이라 할만 한 것은 핵탄두의 효율을 높이거나 소형화하는 것이다. 원자탄은 임계점을 넘어서면 자동 폭발하기 때문에 대형화가 어렵다. 더 큰 핵폭탄은 수소폭탄으로 가능하며, 이론적으로 크기에 제한이 없다.

소련이 1961 역사상 최대 핵폭탄인 차르 봄바” (직역하면 왕폭탄”) 실험 이후 미소는 핵군축 협상(SALT I 1972, SALT II 1979)에 나섰으며 상당히 많은 핵탄두가 폐기되었다. 소련 해체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 있던 대량의 핵무기가 폐기되었다. 이후 핵무기는 대형화가 아니라 소형화가 대세가 되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상호확증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가 기본적인 핵전략이었다. 당시에는 폭격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주된 투발 수단이었다. 이후에는 “2차보복 (massive retaliation)”이 주된 핵전략이 되었으며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은 순전히 이런 목적이다. 전략핵잠수함은 실질적으로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나 중국은 ICMB에 의존하며 그래서 많은 ICBM 사일로를 갖고 있거나, (중국의 경우) 건설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

20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MAD건 보복이건 별 효과 없다고 보고 쓸 수 없고, 상대도 그렇게 생각하는 핵무기는 의미 없다라는 관점에서 쓸 수 있는 핵무기”, 즉 전술핵무기에 집중하고 있다. 초소형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전술핵무기는 공개된 바에 따르면 재래식 무기보다 민간인 희생(collateral damage)이 훨씬 적고, 방사능 오염 문제도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벙커버스터로 쓸 경우, 효과는 확실하지만 민간인 희생이나 방사능 오염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진심으로 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유일한 장애물은 이라는 상징성인데, 개인적으로 미국은 필요하면 개의치 않고 사용할 것으로 본다.

핵전면전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다른 이유는 방어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냉전 당시 공격무기뿐 아니라, 사실은 더 심각하게, 방어무기 관련하여 미소의 갈등이 심했다. MAD가 양국의 (일종의 합의된) 핵전략인 상황에서 한편이 상대방의 핵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이는 전혀 다른 전략적 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충분한) 공격무기뿐만 아니라, 미사일 요격 시스템 같은 방어무기에 더 민감하다.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핵잠수함 때문에 미국이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는 한, 지구상 어떤 나라도 미국을 선제 핵공격할 수 없다고 본다. 전략핵잠수함 단 한 척의 “2차보복으로도, 예를 들면, 중국은 문자 그대로 지구상에서 지워질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미사일 방어체제는 선제 핵공격 자체의 효과에 대해 거의 모든 상대방이 심각히 우려할 수준이다. 한마디로 공격의 효과는 미미하고, 보복은 전멸을 의미한다면, 핵전쟁은 제정신이라면 선택할 수 없는 결정이다.

 

북한

북한은 워낙 예측 불가한 미친 놈이 권력을 쥐고 있기에 어떠한 이성적인 예상도 위험하다. 이미 북한은 40-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진정한 문제는 투발 수단이다. 일단 폭격기에 의한 투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은 공군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있다고 해도 한국의 방공망을 벗어날 수 없다. 잠수함에 의한 SLBM도 매우 회의적이다. 북한은 아직 SLBM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도 없을뿐더러, 한국의 대잠수함 능력을 고려하면, 북한의 잠수함은 기지를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유일한 핵투발 수단은 미사일일 것이다.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으나, 최근 한국은 다수의 소형 위성을 띄워 북한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계획이다.[2] 최근 발표된 각종 대응 수단으로 상당 수는 요격당할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선제타격이 당연하고, 그 경우 상당수의 북한 미사일은 발사 전 지상에서 파괴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두 발의 핵미사일이 성공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언급하기 싫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끝이다. 북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점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든 안 하든, 보유해도 쓰던 안 쓰던, 북한은 초토화될 것이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1차대전 당시에는 군병력의 동원이 오랜 시간 걸렸으며, 그 자체가 긴장을 고조시켰고, 양측의 동원이 결국 사라예보 암살[3] 사건으로 폭발한 것이다. 2차대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의 가능성, 심지어 필연성을 서로 다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준비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정찰과 첩보가 있으면 미리 다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이면 아마도 북한 내에서 꾸데따가 발생할 것이다. 한 미친 놈이 아무리 설쳐도 북한군을 실제 지휘하는 군부는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생사의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고, 꾸데따 만이 살 길임을 모를 리 없다. 유일한 우려는 핵무기 통제 체제가 없을 경우이다. 김정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아무 생각 없는 심복이 핵무기를 가동(activate, arm)할 수 있는 경우라면 어떤 상황이든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우발적이고 개인적인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북한에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결론

희망이 섞여 있지만, 냉정하게 볼 때, 미중간 전면전, 즉 핵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소형 전술핵을 필요하면 거침 없이 사용할 것이다. 핵무기의 정의 자체가 모호해지고, 재정의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핵공격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미친 놈을 이해하려거나 예상하려는 것은 불가하다. 미친 놈을 감시하고, 유사시 어떤 방법이든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은 왜 온갖 첨단무기 개발에 이토록 노력할까? 심지어 미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와 무기체계는 연동이 되어야 하고, 미국으로부터 독립되려면 전투기뿐만 아니라 장착 무기도 자체 개발해야 한다). 이는 대략 프랑스 모델로, 미국과 척지지만 않는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혹은 그럴수록, 힘을 키워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 백 번 맞는 말이다. 핵전쟁을 예상한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2021.10.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Little_Boy

[2] https://www.youtube.com/watch?v=1F1O9BH0LyA

[3] https://en.wikipedia.org/wiki/Assassination_of_Archduke_Franz_Ferdinand

측정 없이 관리 없다

측정 없이 관리 없다

 

경영학이나 회계학에서 기본적인 명제로 인정하는 것이 “no measurement, no management, 즉 “측정 없이 관리 없다” 혹은 좀 더 한국어다운 표현으로 “측정하면 개선된다” 이다. 너무 당연해서 자명한 것 같지만, 이는 거시경제에도 적용되며 그 결과 그리 자명할 것 같지 않은 경제체제,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도량형: 측정의 기본 전제

고대 어느 문화권이나 중앙집권적 권력이 확립되면 도량형 통일을 최우선으로 실행했다. 가장 기본적으로 길이나 무게의 단위가 다르다면 측정은 불가하거나 무의미하다. 과세를 위해서는 토지의 면적이나 수확을 측정해야 한다. 제국은 정의상 다수의 문화권을 포용해야 하기 때문에 통제하에 있는 모든 문화권에 동일한 도량형을 강제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동서고금 공히 통일을 이룩한 나라 혹은 제국이 된 국가는 예외 없이 도량형 통일을 했다.

근현대에도 미터법(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SI)1790년대에 제안되었다. 이는 당시 과학의 발달로 과학기술을 위해 길이, 무게, 온도, 시간 등 여러 단위를 수학적으로 상호 호환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터법과 함께 현재도 쓰이고 있는 임페리얼 시스템은 도량형 변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 등에서 도입을 포기하였다. 여담이지만, 우주왕복선 첼린저호 폭발은 미터법과 임페리얼 시스템의 전환 과정의 반올림 오류 때문이라고도 한다.

화폐의 경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폐는 사형에 처했다. 발권 권한은 통치권의 상징이었고, 위폐는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위폐는 아니더라도 당시의 거의 모든 화폐는 금은 등 귀금속으로 만든 동전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깎아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불량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한마디로, 고대부터 측정은 국가운영의 기본전제였기 때문에 모든 왕조와 제국이 매우 중시했고, 통치권 혹은 사회의 근본질서 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반은 엄벌에 처했다.

 

가격: 경제의 도량형

현대에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가격의 기능이 있다. 특정 가격은 시장경제에서는 해당 재화/용역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식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체제를 시장경제라 하기 때문에 거의 동어반복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여러 가지 정책의 결과 공식가격은 시장가격과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그런 경우는 시장경제라 하기 어렵다.

 

소련의 경우 화폐는 있었을지언정 가격은 없거나 무의미한 것이었다. 소련 시절 경제계획은 필요한 재화/용역 산출물을 한 축으로, 가용한 인적/물적 자원을 다른 한 축으로 거대한 표로 만들고, 이를 레온티에프 투입-산출 모델(Leontief input-output model[1])로 계산한 것이다. 이 방법은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었고, 미 연방준비은행(FRB) 의장 Alan Greenspan은 그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초현실적 (surreal)”이라 표현하였다. 참고로, 그 표현은 기괴하다는 뜻이었다.

수요, 공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가격은 무의미하며 경제의 도량형이 없는 것과 같다. 도량형이 없으면 측정이 불가하고, 따라서 관리가 불가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재화와 용역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막대한 자원이 낭비된다. 소련시절 생산 시스템을 가장 잘 표현한 말: “가장 쓸데 없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시스템”. 소비되지 않는 물건은 완전한 낭비이다. 한편으로는 수요는 있으나, 공급되지 않는다. 소련의 경우 실제 상황이었으며, 모든 계획경제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통계치: 국가운영의 기본 측정

통계치(통계의 기초자료, 즉 측정치)는 통계화되어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여담으로, 통계에 대한 유명한 비판이 있다: 영국의 수상 디즈레일리가 한 말로, “거짓말에는 세가지가 있다: 거짓말, 생거짓말, 그리고 통계 (lies, damn lies, and statistics). 측정이 정확해도 통계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과학적 그리고 자의적 판단이 개입한다. 집권자들은 통계를 조작하려는 유혹을 항상 느낀다. 통계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왜곡은 애교 수준이고, 심한 경우에는 측정 자체를 왜곡하거나, 아예 안 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측정 방식을 변경하여 통계치의 시계열(time-series)분석이 불가한 경우로, 즉 역사성을 제거한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 효과가 장기적 내지 항구적이라는 의미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불행히도,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있었다.[2]

 

시장의 부재 = 가격의 부재 = 측정의 부재 = 관리의 부재

가격은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시장이 없으면 당연히 가격도 없다. 보조금 등은 가격, 결국 시장을 왜곡한다. 어떤 형태로든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부추기면 가격은 왜곡된다. 반대로 가격을 통제하면 어떤 형태로든 부당이익과 억울한 손해가 발생한다.

시장이 아예 없다면 가격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활동의 측정수단은 없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측정할 수 없다. 배급제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더하다. 소련 시절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소련에도 화폐는 있었지만, 그 화폐는 단순히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만 했다. 루블화로 표시된 가격은 시장과 무관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통일된 표준도량형이 없다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다. 고무줄자는 자가 아니다. 참고로, 미터는 당초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참조로 1m 길이의 특별한 금속 바를 만들었고, 무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구체적 참조로 1kg 무게의 특별한 금속 추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이 없도록 순전히 어떤 물리학적인 값으로 정의되었다. 물론 이는 과학기술용이다. 그러나, 경제에서도 정확하고 안정된 자는 필요하다. 그러한 신뢰할 수 있는 도량형으로 측정한 통계치는 경제관리나 국가운영의 기본이다. 인구, 생산량, 가격 등 기본적인 통계치는 정책 및 권력에서 독립된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통계치는 비유하자면 사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절대 손댈 수 없는 것이다. 통계치를 해석한 통계는 집계와 해석의 과정이 있으므로 그건 사이비 학자든, 정권이든, 유튜버든 아무나 아무렇게나 만들고, 해석하고, 어떠한 결론도 낼 수 있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통계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통계치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계치는 국가기관 혹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야 한다.

 

측정(=가격=시장)이 없다면 관리가 불가하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굳이 경제정책의 경우로 예를 든다. 경기의 부양과 긴축은 정반대의 정책으로 필요한 상황과 반대의 정책을 취하면, 참담한 결과가 발생한다. 소비, 투자, 실업률, 인구 등 많고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일정 수준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계가 없거나 조작하는 나라에서는 측정 부재, 관리 부재가 심각해진다. 소련의 경우에는 시장=가격의 부재로 아예 통계가 없었다. 아래 다시 거론하지만, 통계를 조작하는 중공의 경우에는 심각한 정책실패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두 가지 문제가 다 있다.

 

가격과 화폐

가격은 항상 움직인다. 이는 진성 수요/공급뿐만 아니라, 온갖 투기적 수요와 시장왜곡 등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부재나 그에 준하는 심각한 시장왜곡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든다. 또한 1차대전후 독일에서 보듯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화폐의 도량형으로서의 기능을 무력화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환율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는 경제정책에도 중요하지만, 그의 기본이 되는 현상의 측정이라는 의미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화폐가치가 안정적이어야만 화폐로 표현된 모든 통계가 의미가 있다.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어야 무역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운영이 정상적일 수 있으며, 역으로 환율로 국내 경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다른 통계가 틀린 경우에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달 북한에서 19년만에 돈표를 발행했다는 기사[3]가 있었다. 다른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이 글과 관련해서는 돈표 2중환율을 의미하며, 거의 모든 경제적 통계는 아예 없거나, 심각히 왜곡되어, 최후의 간접적인 측정수단인 환율도 없는 상태로, 아무런 유의미한 측정도 없고, 따라서 어떠한 정책도 일관성이나 보완성, 호환성이 있을 수 없다.

 

중공의 경우

개인적으로 중공이 발표하는 어떠한 통계도 믿을 수 없다. 너무도 많은 통계, 사실 내가 보기엔 모든 통계가 왜곡되어 있다. 중국공산당(중공)의 입맛에 맞는 통계는 과장되고, 그렇지 않으면 축소되거나 아예 없애버린다. (외부에는 숨기더라도 중공 자신은 알고 있길 빈다.)

가장 기본적인 통계로, 인구를 믿을 수 없다. CIA World Factbook에는 2021년 예상치로 14억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0억 미만일 거라는 분석도 있다.

소득불균형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4]는 동 CIA 출처에서는 2016 38.5라고 하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참고로 한국은 2016 35.4, 일본은 2013 32.9, 미국은 2016 41.1이다. 참고로 지니 계수는 완전평등을 100으로 하고, 각 인구 구간별 소득 분포를 차감한 것을 불평등 수준으로 계수화한 것이다 (즉 완전평등은 0, 완전불평등은 100). 지니 계수가 50이 넘으면 폭동의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중공의 경우엔 심지어 70으로 추정하는 기관도 있다. 중공은 인구 및 지니 계수를 10년이상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개하지 않더라도 중공 내부적으로라도 알고나 있으면 다행인데, 그마저 매우 회의적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은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로 중공과 함께 언급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민주주의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새 총리 선출과정을 볼 때, 자민당은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가정하는 듯하다. 아베의 모리모토 학원 관련 공문서 조작 재조사 등 많은 위법행위는 이번 기시다 총리 내각의 등장으로 유야무야 될 것이다. 모든 독재자는 퇴임 후 안전보장을 가장 걱정한다: 옐친, 푸틴, 아베, 두테르테, 김정은 등등 예외 없다. 다나카를 감옥에 보낸 일본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민간인에 의한 방사능 측정은 그 자체가 불법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의 여파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품질검사 성적 위조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5]

일본의 문제는 고령화, 엔고, 경제정책 실패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진실의 은폐, 왜곡, 알아서 기는 손타쿠 문화, 부정부패 등 사회의 기본질서의 붕괴이다. 바로 이런 점이 이 글에서 말하려는 측정의 왜곡이며, 그 결과인 관리의 부재이다.

 

결론

개인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중국어에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 (自欺欺人)”라는 표현이 있다. 모든 사기꾼의 공통 특징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자기파멸적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여 발전이 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품질이나 성과 통계를 조작하는 순간 이는 되돌리기 어렵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되고, 심하면 다카타[6] 에어백 경우처럼 파산하게 된다. 2, 3, 100의 다카타가 나와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국민경제에 있어서도, 중공과 같이 거의 모든 통계가 왜곡되고 조작되면, 현상파악도 안 되며,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이는 오늘의 중공이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주택정책의 처참한 실패는 정책이 이념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통계가 이념화되고, 심지어 통계치마저 조작 내지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이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금언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에도 적용된다. 측정, 즉 통계에 손 대는 순간 실제 현실을 파악할 수 없다. 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다. 오히려 자멸적인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

 

2021.10.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Input%E2%80%93output_model

[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0/2020082000122.html

[3]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908/109156752/1

[4] https://en.wikipedia.org/wiki/Gini_coefficient

[5]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4070486619405064&mediaCodeNo=257

[6]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10150330i

2021년 9월 30일 목요일

유권자의 책임

 

유권자의 책임

 

최근 미중 관계에 있어서 미국은 중국 내지 중국민과 중국공산당을 분리 대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공산당이 국제관계에서 문제이며, 국가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중국민은 중국공산당의 피해자이기에, 중국민이 이를 깨닫게 해서 내부적인 저항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일본의 경우, 부모의 선거구를 이어받아 의원이 되는 이른바 “세습의원”이 당연시되고 있다. 세습의원의 수도 많고,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세습의원이 아닌 의원들은 “흙수저” 혹은 “자수성가” 의원으로 불릴 정도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정권과 주민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1] 맞는 말이다. 일반 주민에게 북한 김씨 왕조의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어 있지만, 세습의원을 선출한다면 이는 현재 유권자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나치는 선거로 권력을 잡았다. 이후 히틀러 몰락 때까지 선거는 없었거나 형식적이었다. 오늘날 미국의 경우도 위험하다. 트럼프의 당선도 충격적이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지지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민주주의의 대표라고 할 미국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을 앞선다는 보도[2]까지 있었다. 일본에서는 며칠 전 기시다 후미오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고, 4일 제100대 총리에 취임한다. 미국과 일본의 현재 정치상황은 현재 유권자의 책임이다. 선거제도는 다르지만 유권자의 의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모든 한국인이 독립운동을 할 수는 없다. 한국전 초기 북한군에 부역한 것을 죄로 물을 수는 없다. 총구 앞에서 논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 군국주의를 일본 유권자의 책임이라 하긴 어렵다. 의지도, 힘도, 권한도, 선택도 없다면, 책임을 묻긴 어렵다. 유권자는, 정의에 의해,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이는 시대와 정치체제에 따라 정통성의 원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시민계급에 한정되며, 노예의 존재가 없었다면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왕정 시대에는 왕위계승권이 정통성의 원천이 된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사화는 결국 왕위계승권의 정통성에 대한 투쟁이었으며, 오늘날 북한이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절대왕정 체제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나 오늘날 북한의 공산당원은 민주주의 사회의 유권자에 해당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유권자의 책임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애매한 점도 많다. 불행히도 역사는 가끔 퇴보하기도 해서, 과거에는 유권자였으나 이후 아니게 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유권자의 책임을 현재의 관점에서 따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이는 기본전제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 일반인이 권력에 직접적으로 저항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정한 불이익 걱정으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유권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최근 미얀마의 경우 목숨 걸고 쿠데타 군부에 투쟁하는 국민들이 있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도 그랬다. 여기서는 그런 영웅이 아니라 소시민인 유권자를 전제로, 오늘날 유권자의 책임을 고민해보려고 한다.

 

일단 독일과 일본을 먼저 비교한다. 일본은 후세대가 사과할 일은 없게 하겠다고 한다. 독일은 매년,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치 과거에 대해 사과한다. 사과하는 독일인들이 나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책임이 있는 전범들은 대부분 사법적인 판단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전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1940년에 30세는 되어야 하니 지금 생존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범국에 대한 자신 혹은 후세대의 책임을 부정한다.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고 해도 전범국을 부정하는 것은 현세대의 행위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있다. 전범국을 부정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은 현재 유권자의 책임이다.

 

2000년대 동구권의 이른바 색깔혁명”, 2011년 중동의 민주화 운동, 2010년대 홍콩 민주화 운동 등은 대부분 과거로 회귀하였다. 냉정히 말하면 이들은 ‘21세기 실패한 민주화 운동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5년 직선제 민주화 운동, 2016촛불혁명등의 민주화 운동은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효과가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3.1운동 등 한국은 거의 무모할 정도로 보이는 저항도 용감하게, 그리고 전국민적으로 벌였고, 단기적으로는 실패라 할 수 있는 것도 있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두 성공한 것이며 역사의 진보를 이루었다.

 

중국의 경우 1989천안문 광장 저항시위는 유혈진압 되었다. 희생자 수는 출처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천명 정도는 될 것이다. 오늘의 중국을 보면, 그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중공 당국의 세뇌작전이 성공했는지 현재 중국은 중화민족주의가 판치고 있으며, 시진핑은 모택동2가 되었다. 인민의 삶이 어떻게 되든 모택동 시절이 등소평 시절보다 체제 보장에 있어서는 더 낫다는 판단인 듯 하다. 이런 역사역행은 결국 중국 자신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체제에 의한 유권자 세뇌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로 대변되는 기막힌 현실은 좌절과 우려이다. 다른 문제를 다 떠나, “무식한 백인들에게 의회를 점령하도록 선동했다. 미 공화당은 아직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고, 앞서의 보도처럼 현 바이든 대통령보다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으며, 트럼프는 다음 대선을 노리고 있다. 링컨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고려하면, 향후 전개되는 모든 상황은 유권자의 책임이다.

 

일본의 경우, 민주적 절차가 확립된 국가이다. 문화적 특징이든, “무식한 극우영향이든, 일본의 정치가 향후에도 지금과 같다면, 이는 유권자의 책임이다.

 

한국의 경우, 종북, 친중 등 현재 집권세력이 선거에서 계속 집권한다면, 이 역시 유권자의 책임이다. 정치공작은 항상 존재해 왔다. 내년 대선에서도 온갖 정치공작이 난무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책임이다. 한국은 민주적 절차가 확립되어 있고, 앞서 언급했듯, 민주화 투쟁에 있어서 여러 번 성공했다. 미국의 무식한 국민도 없고, 중국의 세뇌도 없고, 일본의 복종적 문화도 없다. 따라서 모든 선거의 결과는 오롯이 유권자의 책임이다.

 

2021.10.1

최원영



[1]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9/27/K7GATQC2CBAQ5FIMZ54DFPXJMM/

[2]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1/09/26/PRDYKA3BLNEK7G6XHOCJMIFMF4/

2021년 9월 21일 화요일

동맹 이합집산

 

동맹 이합집산

 

최근 보도된 기사 제목의 키워드만 몇 가지 적는다.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 군사동맹; 미국,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 한국 SLBM 성공; 북한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발사; 북한 핵농축 재개; 중국 헝다 그룹 파산 위기; 중국 CPTPP 가입 신청; 한러 3차 불곰사업. 지난 주까지 큰 이슈였던 중국 공동부유란 이름의 대약진운동2, 시진핑 우상화의 문화대혁명2 등은 매우 큰 이슈지만 두어 주 만에 묻힐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나부터 정신 좀 차리려고 나름 정리해본다. 현재로는 거의 소설 수준일 수도 있다. 최근 가시화된 이런 모든 상황은 이 글의 제목처럼 결국은 동맹 재편의 원인 혹은 결과이다.

 

미국

셰일 오일/가스 개발로 미국은 70년만에 원유수출국이 되었다. 미국은 석유를 대체불가의 자원으로 생각하며, 그런 이유로 중동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의도적으로 개발하지 않은 막대한 매장량에 더하여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석유를 전략적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 점이 모든 스토리의 근본 배경이 아닐까 한다.

석유와 함께 중동의 중요성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많은 대외정책이 변하고 있다. 911과 그의 직접적인 결과인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도 석유 내지 중동과 관련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사건들이 석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셰일 혁명이 30년전에 있었다면 중동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셰일 혁명, 그리고 다른 몇 가지 이유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며,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그 상징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원인이든, 결과이든, 미국은 중동에서 손을 떼고, 그간 알고도 참고 넘어갔던 중국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니다.

미국이 이전 30여년간의 단극체제(unipolar, Pax Americana), , “세계의 경찰역할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현실에 대한 대응이 동맹전략이라 본다. 한마디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니 뜻을 같이 한다면 동맹이 되도록 하고, 동맹은 이런 공동의 뜻에 정신적, 물질적 부담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동맹들

NATO, 미일, 한미 동맹에 이어 AUKUS 동맹이 등장하고 있다. 정보공유체제인 Five Eyes 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초점은 중동에서 중국으로 확실히 옮겨갔으며, 그 결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중심이 옮겨갔다고 생각한다.

AUKUS는 현재 미국, 영국, 호주의 동맹이다. 이는 상호 가장 믿을만한 상대임은 분명하나, 자칫 앵글로-색슨(anglo-saxon)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이 동맹의 3국 공히 꺼릴만하다. 개인적으로는 AUKUS 동맹 혹은 별도의 동맹에 한국 혹은 일본을 포함시킬 것으로 본다. 현재의 미영일, 인도의 쿼드(Quad)는 군사동맹이라기보다는 협의체의 성격이 강해서 AUKUS와는 성격이 다르다. AUKUS의 확대나 그 비슷한 새로운 동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주장이 있다.

AUKUS 출범과 함께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했고, 호주에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되어 있던 프랑스가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직후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및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는 그리 의지하거나 신뢰할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프랑스는 1950년대말 이스라엘에 핵무기용 원자로를 제공하였고[1], 1976년 이라크에도 원자로를 수출했다[2]. 한국이 미국과 갈등을 무릅쓰고 프랑스로부터 이런 기술을 도입할 실익도 없고, 사실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NATO를 앞으로도 중시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위비 분담이나, 정책공조 등에 있어서 불만은 분명히 있다. NATO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에 대응하는 동맹이다. 미국은 중국 문제에 집중하려고 하며,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을 맺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미러 공히 상대편을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미러 관계는 갑자기 협조적인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NATO의 중요성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영국의 탈유럽이 시사하는 바를 주목해야 한다. 영국은 미국과 경제, 군사전략, 가치관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영국의 탈유럽은 미국의 전략의 축소판이라 생각한다.

 

한미러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면서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다. 전세계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여권은 한국 여권이 유일하다.

김영삼 정부 당시 소련의 붕괴와 한국의 IMF 사태 등 상황으로 만들어진 불곰사업은 한국의 무기 개발에 있어서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대미 의존을 상당히 줄였다. 최근 발표된 다양한 미사일 개발은 불곰사업의 영향이 크다. 비단 미사일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무기체계에 있어서 불곰사업은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미러 관계는 스탈린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미러 관계는 냉전시대에도 일정한 대화가 가능했고, 일정한 공유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있었다. 사실 두 나라는 한번도 직접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그간 역사를 보면 소련 내지 러시아의 지도자에 따라 미러 관계는 크게 영향을 받았다. 현재에도 푸틴의 결정에 따라 미러 관계는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러중 관계는 보기보다 공고하지 않다. 국경분쟁 등 과거 역사를 봐도 그렇다. 지금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없어서 그렇지, 어떠한 이슈든 러중 양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 둘은 대립할 수 있다. 양자의 관계는 한마디로 적의 적은 친구정도의 관계이다.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이며, 러시아와도 군사를 포함한 다양하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자면제협정처럼 전세계에서 매우 특이한, 사실 유일한 경우이다.

 

일본

현재 주일 미군은 한국 대비 2배정도이다. 주일 미군은 해군, 해병대, 공군의 비중이 크다. 주한 미군은 상대적으로 육군이 많다.[3] 한국은 최전선, 일본은 후방 지원 및 병참 기지의 성격이 강하다. 미중 관계 변화 및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가 어떻게든 정리가 좀 되길 바랄 것이다. 한일 공히 미국의 군사동맹이지만, 한일은 군사적으로는 사실상 적대시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짜증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양국에 계속 압박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좀 더 다루기 쉬운 상대일 것이다. 한국은 좀 더 뻣뻣하지만, 이른바 혈명으로, 전쟁 상대이자 패전국인 일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한일 사이에는 많은 이슈가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은 승전국, 일본은 전범국이자 패전국이며, 일본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미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일본은 아직까지 세계 3위의 경제를 갖고 있지만, 전망은 매우 좋지 않다. 군사력 순위는 2021년 일본이 5, 한국이 6위이다.[4] 군사력 순위는 기준이 무엇이든 한국과 일본은 군사비에 있어서 조만간 역전될 것이며, 질적인 면에서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일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일 둘 다면 물론 좋겠으나, 둘 중 하나의 경우라면, 미국은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 본다. 이는 일차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서 한국은 최전선에 있다. 심지어 미국이 일본은 선택한다고 해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일본에 의한 중국 견제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중간에 낄 수 밖에 없어서 한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군사력에 있어서도 한국이 미국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남중국해에서 일본 해군과 공군의 역할은 미국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인한 중동의 중요성 감소, 그리고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 인식의 결과,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규모를 고려하면 중동 전체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 등 온갖 가상화폐 광풍의 결과, 채굴용 GPU 부족 à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à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à 자동차 산업 타격 등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분명해졌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모든 반도체, 배터리 및 센서류의 고성능화 및 소형화로 상용부품이 드론, 위성, 미사일 등 군수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급속히 첨단무기 강국이 된 것도 다 이런 현상의 직간접적인 결과이다. 일본의 반도체 등 디지털 기술의 정체 내지 낙후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 중국 고립전략 및 중국에 대한 기술보호 목적으로 미국은 수많은 제품의 공급사슬을 역내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이전에는 국제분업에 맡겼던 주요 제품의 전체 공급사슬을 미국 내 혹은 미국이 믿을 수 있는 동맹국 내에 두려고 한다. 일본이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엇으로 일본의 존재가치를 어필할지 의문이다. 일본만 만들 수 있거나,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떠올리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떠나, 현재 미중의 충돌 양상에서 일본의 존재가치는 이전과는 크게 다르고, 약화될 것이다.

최근 일본의 정치상황은 미국도 짜증낼 정도이다. 문제는 일본의 정치 시스템은 큰 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유권자가 문제이며,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우연인지, 필연인지, 능력인지 모르겠으나, 현재 한국은 미중 대결의 상황에서 이상적이고 완벽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IMF의 멍에를 쓰고 있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진행한 많은 국방정책, 특히 러시아와의 불곰사업은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수많은 무기체계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 기술을 많이 활용해서 최근의 성과를 만들었다. 미국으로부터의 군사기술 자립도 상당히 이루었다.

사드로 대표되는 중국의 핍박도 더는 아니다. 일본의 자멸도 있지만, 일본과의 비교가 아니라 한국의 절대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모든 면에서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근래 일본은 혐한이 점점 더 심해지는 반면, 한국은 그런 일본에 거의 무심하다. 한마디로, 일본이 뭐라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호의적 반응을 받고 있다. 현재의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더욱 착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보면, 한국은 호주 수준의 미국의 동맹이 되고, 일본은 미국의 병참기지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미러 관계가 개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공유하는 유일한 동맹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이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국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한국 역시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국제질서에 있어서는 단순히 줄서기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체인, 군사력, 소프트파워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할 것이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2021.9.22

최원영



[1] https://www.foxnews.com/story/documentary-says-israel-got-nuclear-weapons-from-france

[2] https://en.wikipedia.org/wiki/Operation_Opera

[3] https://en.wikipedia.org/wiki/United_States_military_deployments

[4] https://www.globalfirepower.com/countries-listing.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