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이합집산
최근 보도된 기사 제목의 키워드만 몇 가지 적는다.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
군사동맹; 미국,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 한국 SLBM 성공;
북한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발사; 북한 핵농축 재개; 중국
헝다 그룹 파산 위기; 중국 CPTPP 가입 신청; 한러 3차 불곰사업. 지난
주까지 큰 이슈였던 중국 공동부유란 이름의 대약진운동2, 시진핑 우상화의 문화대혁명2 등은 매우 큰 이슈지만 두어 주 만에 묻힐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나부터 정신 좀 차리려고 나름 정리해본다. 현재로는 거의 소설 수준일 수도 있다. 최근 가시화된 이런 모든
상황은 이 글의 제목처럼 결국은 동맹 재편의 원인 혹은 결과이다.
미국
셰일 오일/가스 개발로 미국은 70년만에
원유수출국이 되었다. 미국은 석유를 대체불가의 자원으로 생각하며, 그런
이유로 중동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의도적으로 개발하지 않은 막대한 매장량에 더하여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더 이상 석유를 전략적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 점이 모든 스토리의 근본 배경이
아닐까 한다.
석유와 함께 중동의 중요성이 사라지면서 미국의 많은 대외정책이 변하고 있다.
911과 그의 직접적인 결과인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도 석유 내지 중동과 관련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사건들이 석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셰일 혁명이 30년전에 있었다면 중동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셰일 혁명, 그리고 다른 몇 가지 이유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며,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그 상징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원인이든, 결과이든, 미국은
중동에서 손을 떼고, 그간 알고도 참고 넘어갔던 중국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니다.
미국이 이전 30여년간의 단극체제(unipolar,
Pax Americana), 즉,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현실에 대한 대응이 “동맹전략”이라 본다. 한마디로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니 뜻을 같이 한다면 동맹이
되도록 하고, 동맹은 이런 공동의 뜻에 정신적, 물질적 부담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동맹들
NATO, 미일, 한미
동맹에 이어 AUKUS 동맹이 등장하고 있다. 정보공유체제인 Five Eyes 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초점은
중동에서 중국으로 확실히 옮겨갔으며, 그 결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중심이 옮겨갔다고 생각한다.
AUKUS는 현재 미국, 영국, 호주의 동맹이다. 이는 상호 가장 믿을만한 상대임은 분명하나, 자칫 앵글로-색슨(anglo-saxon)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이 동맹의 3국
공히 꺼릴만하다. 개인적으로는 AUKUS 동맹 혹은 별도의
동맹에 한국 혹은 일본을 포함시킬 것으로 본다. 현재의 미영일, 인도의
쿼드(Quad)는 군사동맹이라기보다는 협의체의 성격이 강해서
AUKUS와는 성격이 다르다. AUKUS의 확대나 그 비슷한 새로운 동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주장이 있다.
AUKUS 출범과 함께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했고, 호주에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되어 있던 프랑스가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직후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및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는 그리 의지하거나 신뢰할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프랑스는 1950년대말
이스라엘에 핵무기용 원자로를 제공하였고[1], 1976년 이라크에도 원자로를 수출했다[2]. 한국이 미국과 갈등을 무릅쓰고 프랑스로부터 이런 기술을 도입할 실익도 없고,
사실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NATO를 앞으로도 중시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위비 분담이나, 정책공조 등에 있어서 불만은 분명히 있다. NATO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에 대응하는 동맹이다. 미국은 중국 문제에 집중하려고 하며,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을 맺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미러 공히 상대편을 크게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미러 관계는 갑자기 협조적인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NATO의 중요성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영국의 탈유럽이 시사하는
바를 주목해야 한다. 영국은 미국과 경제, 군사전략, 가치관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영국의 탈유럽은 미국의 전략의
축소판이라 생각한다.
한미러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면서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다. 전세계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여권은 한국 여권이 유일하다.
김영삼 정부 당시 소련의 붕괴와 한국의 IMF 사태 등 상황으로 만들어진
불곰사업은 한국의 무기 개발에 있어서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대미 의존을 상당히 줄였다. 최근 발표된 다양한 미사일 개발은 불곰사업의 영향이 크다. 비단
미사일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무기체계에 있어서 불곰사업은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었다.
미러 관계는 스탈린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미러 관계는 냉전시대에도
일정한 대화가 가능했고, 일정한 공유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있었다. 사실
두 나라는 한번도 직접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그간 역사를 보면 소련 내지 러시아의 지도자에 따라
미러 관계는 크게 영향을 받았다. 현재에도 푸틴의 결정에 따라 미러 관계는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러중 관계는 보기보다 공고하지 않다. 국경분쟁 등 과거 역사를 봐도
그렇다. 지금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없어서 그렇지, 어떠한
이슈든 러중 양자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 둘은 대립할 수 있다. 양자의 관계는 한마디로 “적의 적은 친구” 정도의 관계이다.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이며, 러시아와도 군사를 포함한 다양하고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자면제협정처럼 전세계에서 매우 특이한, 사실
유일한 경우이다.
일본
현재 주일 미군은 한국 대비 2배정도이다. 주일 미군은 해군, 해병대, 공군의
비중이 크다. 주한 미군은 상대적으로 육군이 많다.[3]
한국은 최전선, 일본은 후방 지원 및 병참 기지의 성격이 강하다. 미중 관계 변화 및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가 어떻게든 정리가 좀 되길 바랄 것이다. 한일
공히 미국의 군사동맹이지만, 한일은 군사적으로는 사실상 적대시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짜증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양국에 계속 압박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좀 더 다루기 쉬운 상대일 것이다. 한국은 좀 더 뻣뻣하지만, 이른바 혈명으로, 전쟁 상대이자 패전국인 일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한일 사이에는 많은 이슈가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은 승전국, 일본은 전범국이자 패전국이며, 일본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미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일본은 아직까지 세계 3위의 경제를 갖고 있지만, 전망은 매우 좋지 않다. 군사력 순위는 2021년 일본이 5위, 한국이 6위이다.[4]
군사력 순위는 기준이 무엇이든 한국과 일본은 군사비에 있어서 조만간 역전될 것이며, 질적인
면에서는 이미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일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일 둘 다면 물론 좋겠으나, 둘 중 하나의 경우라면, 미국은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 본다. 이는 일차적으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서 한국은 최전선에 있다. 심지어
미국이 일본은 선택한다고 해도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일본에 의한 중국 견제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중간에 낄 수 밖에 없어서 한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군사력에 있어서도 한국이 미국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남중국해에서 일본 해군과 공군의 역할은 미국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인한 중동의 중요성 감소, 그리고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 인식의 결과,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규모를
고려하면 중동 전체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 등 온갖 가상화폐 광풍의 결과, 채굴용 GPU 부족 à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 à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à 자동차 산업 타격 등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분명해졌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모든 반도체, 배터리 및 센서류의
고성능화 및 소형화로 상용부품이 드론, 위성, 미사일 등
군수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급속히 첨단무기 강국이 된 것도 다 이런 현상의 직간접적인 결과이다. 일본의 반도체 등 디지털 기술의
정체 내지 낙후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 중국 고립전략 및 중국에 대한 기술보호
목적으로 미국은 수많은 제품의 공급사슬을 역내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이전에는 국제분업에
맡겼던 주요 제품의 전체 공급사슬을 미국 내 혹은 미국이 믿을 수 있는 동맹국 내에 두려고 한다. 일본이
이런 상황에서 과연 무엇으로 일본의 존재가치를 어필할지 의문이다. 일본만 만들 수 있거나,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는 제품이나 기술을 떠올리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떠나, 현재 미중의 충돌 양상에서
일본의 존재가치는 이전과는 크게 다르고, 약화될 것이다.
최근 일본의 정치상황은 미국도 짜증낼 정도이다. 문제는 일본의 정치
시스템은 큰 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유권자가 문제이며,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우연인지, 필연인지, 능력인지
모르겠으나, 현재 한국은 미중 대결의 상황에서 이상적이고 완벽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IMF의 멍에를 쓰고 있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진행한 많은 국방정책, 특히
러시아와의 불곰사업은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수많은 무기체계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 기술을 많이 활용해서 최근의 성과를 만들었다. 미국으로부터의 군사기술 자립도 상당히 이루었다.
사드로 대표되는 중국의 핍박도 더는 아니다. 일본의 자멸도 있지만, 일본과의 비교가 아니라 한국의 절대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모든 면에서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근래 일본은 혐한이 점점 더 심해지는 반면, 한국은 그런 일본에
거의 무심하다. 한마디로, 일본이 뭐라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호의적 반응을 받고 있다. 현재의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더욱 “착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보면, 한국은 호주 수준의 미국의 동맹이 되고, 일본은 미국의 병참기지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미러 관계가 개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공유하는 유일한 동맹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중이 전면전을 벌이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지만,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국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한국 역시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국제질서에 있어서는 단순히 줄서기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체인, 군사력, 소프트파워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할 것이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2021.9.22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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