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 친구와 플로레스란 곳을 가는 길에 쿠팡(Kupang, 동 티모르와 같은 섬에 있는 인도네시아 영토)에서 환승을 했다. 우리는 비상구 자리를 얻었고, 다른 좌석은 3열인데 우리 좌석은 2열에 창 쪽은 승무원 자리가 있었다. 보통 승무원 자리는 평소에는 접혀 있어 공간이 넓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안전벨트를 매려는 순간 어떤 좀 뚱뚱한 중년 남자가 우리 앞을 지나 뒤 창가 좌석에 앉았다. 나는 “이게 뭔 상황이지?” 하고 잠깐 당황했다. 한 시간 정도 뒤, 이번에는 어떤 여자가 뒤 가운데 좌석에 앉아 있다가 창쪽으로 이동하여 우리 자리를 통해 복도로 가려 했다. (뒤 자리는 여자 둘이 복도와 가운데 좌석, 남자는 창쪽 좌석이었고, 남자는 좀 뚱뚱한 편이었지만, 두 여자들은 보통 몸매였다. 이들은 가족으로 보였다. 이들은 비행 내내 뭔가 계속 먹으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 나는 창쪽(다른 열의 가운데) 자리였고, 내 앞을 지나려 할 때 나는 손짓으로 안 된다, 자기 자리에서 복도로 가라고 신호했다. 그 과정에서 그 여자의 얼굴을 보게 되었고, 중국인으로 짐작되었다. 조금 뒤 뒷자리의 남자가 내 의자를 발로 찼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한번 노려보고 그냥 참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다시 한번 내 의자를 차고, 내게 영어로 “What do you want?”라고 했고, 나는 한국말로 “뭐? 임마”라 하였다. 그가 다시 “What did you say?”라고 해서, 나는 “What did you ask?”라고 답 내지 반문하였다. 그는 이런 저런 시비를 계속했으나, 나는 무시했다. 조금 뒤 내 친구가 귓속말로 그 사람들 “Kupang Chinese”이고, 시끄럽고 거칠기로 유명하다”라고 하였다.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가운데 자리에 있던 그 여자는 바로 옆으로 한자리만 건너면 복도로 나가는데, 왜 그 뚱뚱한 남자 자리 앞으로 굳이 돌아와 앞자리까지 와서 모르는 사람들(즉, 우리)이 앉아 있는 앞을 거쳐 복도로 가려 했는가 이다.
문제의 그들 Kupang Chinese가 언제부터 쿠팡에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인도네시아의 중국인들은 보통 현지화가 많이 되어 중국어도 거의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시끄럽고 거친’ 습성은 여전했다. 아마 쿠팡이 유독 그러하기에 “Kupang Chinese”란 표현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다른 곳의 중국인들은 좀 나을 거라 짐작 및 기대한다.
한국에 돌아와, 잠시 이들 “Kupang
Chinese”에 대해 생각해봤다. 무엇이 이들을 본토 중국인 같은 습성을 유지하게 했을까? 나는 중국계 동남아인 친구가 여럿 있다. 싱가폴 친구는 매우 조용하고
친절해서 얼굴만 빼면 일본인 같다는 생각이다. 홍콩 친구는 말은 많지만 거칠지도 않고 큰 소리로 떠들지도
않는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친구나 말레이지아 친구들 공히 젊잖고, 합리적이고, 조용한 편이다. 대만 친구는 없지만, 여행으로 느낀 바로는 최소한 거친 면은 못 느꼈다. 반면, 본토 중국은 (최소한 내가 겪은 바로는) 대부분 거칠고 시끄럽다. 한국에 많은 조선족도 대부분 그런 편이다. 지하철만 타도 내 인식이 편견이 아니라는 것 모두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인종을 믿지 않는다. 항상 인종내 차이가 인종간 차이보다 크다
생각한다. 즉, 집단간 차이보다는 집단내 이런사람 저런사람의
차이가 항상 더 크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화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은 믿는다. 문화의 일부로서 언어가 사고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결정적이라 믿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역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다. Kupang Chinese가 왜
본토 중국인과 비슷한지는 아마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어떤 이유든 다른 지역에 비해 본토의 문화와
언어의 영향이 더 많이 남아있고, 영향력도 더 크다는 생각이다.
비행기 안에서의 상황은 위에 자세히 설명했고, 쿠팡의 중국인도 다
이들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50대 중후반, 남녀 모두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은 아무리 가족이라 가정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약간의 영어를 하는 것을 봐서는 무식도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연구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지만,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오죽하면 '쿠팡의 중국인'이 아니라 “Kupang Chinese” 표현이 있을 정도이니, 현지인인 내 친구가 했던 대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조선족도 첫 인상이나 반응이 쎄~ 하면,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2023.4.25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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