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8일 화요일

Waterworld: 케빈 코스트너의 아가미

영화에 대한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Waterworld#cite_note-0

Waterworld라는 영화에서 해양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 인간인 마리너 역의 케빈 코스트너는 귀 뒤쪽에 아가미를 갖고 있다. 어류를 참고했을 때 귀 뒤쪽은 해부학적으로 아가미가 존재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제작진 중 한명은 이 영화가 2500년을 배경으로 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1995년에 개봉되었으니 약 500년만에 이러한 돌연변이 혹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500,000년도 턱없이 짧은 기간이라는 생각이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하였듯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나 제작진은 (무지의 결과이든, 특별한 목적이 있든)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진화의 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은 이 영화의 다른 모든 부분은 무시하고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수생동물로 진화할 경우 아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참고로 이글에서 수생동물은 파충류 이상의 생물로서 양막란(amniotic egg)을 가져서 육상생활에 완전 적응된 동물이 다시 전적으로 혹은 주로 물에서 생활하는 동물을 말한다. 동물 분류상 별다른 이름이 없어서 이렇게 정의했으며 파충류, 조류, 포유류에 속하는 종들이 포함된다.

1. 실제 수생동물이 보여주는 증거

생명체는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어류에서 척추동물이 시작되었다. 일부 어류는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부레가 폐로 진화한다. 양서류의 알은 양막이 없어 육상의 건조한 환경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물속에 알을 낳아야 하고, 성체의 경우에도 일부 종은 아가미를 갖고 있다. 양막이 있는 파충류 이상의 동물만이 진정한 육상동물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은 성체의 경우 아가미가 없다. 양막이 있는 수생동물은 고래와 같이 전적으로 물에서 생활하는 경우와 펭귄이나 물개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많은 종들이 물에서 생활하지만 아가미가 다시 나타난 종은 단 하나도 없다.
고래는 진화학에 있어서 특별한 존재이다. 전적으로 물에서 생활하는 유일한 포유류로 수중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경우이다. 고생물학 혹은 진화생물학에서는 고래의 화석에서 귀뼈를 매우 중요시 하는데, 수중에서 소리를 듣는 것과 육상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귀의 구조도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하는데 내이는 액체로 차 있고, 외이와 중이는 기체로 차 있다. 중이에는 청소골이라는 뼈들이 있고, 이 뼈들이 기체를 매체로 하는 음파를 내이의 액체를 매체로 하는 음파로 변형한다. 전적으로 수중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기체가 없기 때문에 중이의 구조나 역할이 달라진다. 고래의 경우 내이까지도 두개골에서 분리되어 있다. 고래의 코는 정수리 부근에 있다. 이 정도의 해부학적 변화가 있다면 아가미가 다시 생기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진화는 아가미 보다는 폐를 택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수 없이 많은 가설을 만들 수 있지만, 현존하는 고래나 (화석으로 볼 수 있는) 그 선조나 아가미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무었보다 강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뱀, 펭귄, 물개 등 여타 어떤 수생동물도 아가미가 있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고래보다 해부학적 변화가 적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상동물이 수생동물이 될 때 아가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 진화학적 측면

진화는 특정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현존하는 생물 특히 인간은 진화의 바른 방향이며 궁극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암묵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가 수생동물에서 육상동물로 방향 지워져 있다면, 그 반대 방향은 진화가 아닌 '퇴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속에서도 마리너는 퇴화된 인간으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진화는 환경과 경쟁에 적응하는 과정이고 자연의 선택에 의해 결정지워 진다. 고래의 진화과정을 보면 수중 환경에 대한 적응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분명 진화의 과정이다. 이는 아가미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이다. 진화에는 미리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것을 고래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명체의 유전자는 진화과정인 계통발생(phylogeny) 정보를 최소한 일부라도 매우 축약된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계통발생 정보는 평소에는 발현되지 않다가 급격한 환경의 변화 등 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개체발생(ontogeny)에 발현되고 그중 진화에 유리한 특성은 진화과정에 다시 나타나고 불리한 특성은 다시 재정리 된 후 계통발생 정보로 다시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비유를 하자면 유전자는 과거 성공적인 진화의 과정을 요약된 형태의 진화자료로 보관하고 때로 참조하고 업데이트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유전자의 정보는 계속 축적되고, 진화는 방향과 무관하게 더 우월한 생명체를 만들 것이다. 고래에 아가미가 없는 것은 부레와 아가미에 관한 진화자료가 완전 삭제되었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선택하지 않았거나, 일부 개체에서 선택하였으나 자연의 선택에서 도태되었거나 일 것이다. 진화의 방향이 정해진 후에는 부레와 아가미에 관한 진화자료가 (있었다면) 삭제되거나 업데이트 될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는 황당한 설정이 매우 많지만, 딱 한가지 케빈 코스트너의 아가미에 국한하면, 아가미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순전한 가정으로 아가미가 있다면, 케빈 코스트너의 얼굴은 일단 많은 양의 물을 아가미로 통과시키기 위해 입이 엄청나게 크고 아가미는 아마 귀 뒤가 아닌 아래쪽 턱 밑에 있을 것이고, 코는 호흡기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어 구멍만 남을 것이다. 수륙양생임을 고려하면 현생생물중에는 도룡뇽에 가까운 얼굴이 될 것이다.

  
두번째 사진에는 노출된 아가미가 보인다.

2012-5-8

*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2012년 5월 7일 월요일

Aliens: 무기

Aliens는 Alien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로 한국에서는 Alien 2라는 이름으로 상영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SF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천문학적 스케일에서 수백년은 찰나에 불과하고,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경우는 이런 찰나적인 우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을 갖고 있는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은 찰나에 해당하는 수백년의 과학기술 차이로 인간이든 외계 생명체이든 일방적인 게임이 된다. 다만 외계 생명체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수준이라면 인간과의 조우시 전쟁과는 다른 형태로 인간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천연두나 흑사병이 그러했듯이. 이 영화는 인간이 외계에 진출하고 그러면서 만나는 외계 생명체와의 싸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V나 Independence Day 류의 과학문명간의 전쟁과는 약간 다르고 그래서 좀 덜 황당하다. 에일리언이 나나니벌이고 인간이 유충이라면 이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자연계에 실제 존재한다.

이 글은 이 영화의 다른 모든 부분은 무시하고 등장하는 무기 특히 총기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잡담을 하려고 한다. 무기류에 대한 일반적인 그리고 심층적인 정보는 '문제중년'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시는 전문가의 글이 여러 사이트에 많으니 참고 바란다.

극중에 등장하는 일종의 기관총은 pulse-gun이라 불리운다. 극중 대사에는 이 총은 "10mm explosive-tip caseless, standard light-armor piercing round" 탄을 사용한다. 우선 이 말부터 잠시 설명한다.
explosive-tip: 총탄은 탄두의 질량과 형상으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반면 포탄은 탄두내에 폭약이 있고, 뇌관에 의해 다양한 조건에서 탄두를 폭발시킨다. 극중의 탄은 총탄이지만 파괴력 향상을 위해 포탄처럼 내부에 폭약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caseless: 카트리지라고 불리는 총탄은 탄두와 탄피(case)로 구성되는데, 탄두는 실제 목표물에 도달하여 물리적 에너지 혹은 폭발력에 의해 타격을 가하는 부분이고, 탄피는 내부에 폭약을 갖고 있다가 뇌관에 의해 폭발하면서 탄두를 밀어내는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무탄피 카트리지는 카트리지의 경량화 및 총기의 단순화를 위해 많이 연구되어 왔지만 이들은 종이 등 연소성 탄피를 사용하여 발사시 탄피가 연소 및 제거되는 형태의 카트리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무탄피타은 카트리지의 내구성, 안정성, 탄피 연소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로 실현되지 못 하고 있다. 극중에 나타나는 무탄피탄은 이것과는 다른 개념, 즉 추진력을 만드는 폭약이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 해군이 연구개발중인 레일건(railgun)과 개념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light-armor piercing: 경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현재 기준 수 mm의 철판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관통 능력은 탄두의 면적 대비 질량과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예를 들면 전차의 대전차 포탄은 면적 대비 질량을 높이기 위해 열화우라늄(depleted uranium)을 사용하기도 한다. 납이 질량이 더 높지만 너무 무르고 열에 약해서 관통능력이 없어서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된다.
round: 카트리지 즉 탄두와 탄피가 결합된, 한마디로 탄을 말한다. 극중에서는 탄피가 없는 탄두만 있는 탄이다.

그럼 이런 탄을 사용하는 극중의 pulse-gun은 어떤 총기일까? 위에 쓴대로 케이스가 아예 없다면 레일건이어야 한다. 레일건에 대해 잠시 설명한다.

레일건에 대한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Railgun

레일건은 현재 미 해군에서 연구개발중인 무기이다. 자기부상열차처럼 탄의 추진력을 전자석의 자력으로 발생시킨다. 일반 총기의 총구이탈속도는 음속의 2.5배 정도지만 레일건은 현재에도 음속의 7배 이상이다. 아마 개발이 완료되면 이보다 훨씬 더 빠를 것이다. 속도의 증가는 물리적 에너지의 증가에 따라 사거리가 연장되고, 파괴력 및 관통력을 높인다. 추진용 폭약과 이에 따르는 기계장치의 제거는 탄두의 크기와 중량을 늘릴 수 있고, 따라서 다양한 용도의 탄두가 적용될 수 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레일건이 일반 포보다 유리할 수 있다. 속도 자체도 미사일 요격 등 기존 탄두가 하기 어려운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레일건의 문제는 레일건 작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생산, 축적, 방출하는 데 관계된 모든 문제들이다. 레일건은 세부사항이 아직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이러한 기술적 과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지식으로 추정하건데, 레일건은 함포로 개발중이며 이는 전함 규모가 아니면 레일건 작동에 필요한 전력과 공간을 얻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속 pulse-gun의 문제

영화속 pulse-gun이 레일건이라는 전제하에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총기의 크기이다. 휴대용 원자력 발전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어떠한 배터리로도 레일건을 작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휴대용 원자력 발전기는 가능한가?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소형 원자력 발전기는 이미 있지만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Radioisotope_thermoelectric_generator) 그것이 휴대용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또 한가지의 문제는, 무기는 매우 특정한 용도를 위해 개발되는데, 영화속 pulse-gun은 파괴 대상이 무었인지 알 수가 없다. 외계인과의 전쟁을 상상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무기를 요구하는 군대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외계인과의 전투 경험이 이미 있을 것 같지만 설정과 대사를 보건데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그것은 모순점이라 할 것이다.

SF 영화가 진짜 과학적 호기심을 유발하기를 기대하면서...

2012-5-7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2012년 5월 6일 일요일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최고의 SF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가 최고의 SF 영화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30년이 됬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고, 지금은 조잡해 보일 수도 있는 특수효과도 이 영화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설정 그 자체와 그것의 모순이 제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SF 장르의 특성상 필요한 과학적 상상력이 대체로 잘 나타나 있다. 그에 더하여 약간의 철학적 질문도 있어 몇 번을 봐도 새로운 맛이 있다. 이 글은 영화평론도 아니며 (나는 그럴 자격도 없다), '옥의 티를 찾아라' 류도 아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한 점을 드러내고, 그것이 몇몇 분들에게 과학적 흥미와 철학적 사고를 유발하길 바랄뿐이다. (영화 자체를 한번쯤 보시길 권하고, 그걸 전제로 스토리 보다는 문제 중심으로 쓴다.)

* 영화 소개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Blade_Runner

1. 연대설정의 문제

이 영화의 연대는 2019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거의 모든 SF 영화에서 연대설정은 너무 가까워서 이 영화처럼 오류(?)로 확인이 되어 버리거나, 너무 멀어 (예로 수십만년) 연대설정이 무의미 하다. 연대설정의 문제는 영화 자체로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몇가지 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전반적으로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spinner(자동차+비행기)나 복제인간 등은 향후 100년 이내에는 영화에서 보는만큼 사용되지 않을뿐더러 아마도 실현 자체도 불가능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상 배경이 되는 외계식민지는 더 먼 미래일 것이다. 1982년에 영화를 만들면서 40년도안 되는 미래를 전혀 다른 사회로 상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미래의 연대를 특정한 거의 모든 SF 영화에서 이런 현상이 있다는 것은 아마 연대설정이 관중에게 주는 어떤 극적 효과가 있고 그것을 의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독립변수가 아니고, 자원의 집중, 연관 과학기술과 산업의 지원, 소비자의 수요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결정되는 종속변수이다. 또한 기술개발과 상용화에는 매우 큰 시차가 존재한다. 지금도 50년된 자동차가 실제 주행하고 있고, 스마트폰도 최소 15년전부터 있었고, 터치스크린 등 적용된 대부분의 원천기술은 20년 이상 되어 특허가 만료되었다. 역사상 특정 기술이나 장치가 가장 신속히 상용화된 경우는 안경과 인터넷 정도이며 (공통점은 특허권이 없었다는 것으로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이들의 보급속도는 예외적이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가속도가 붇고 있기는 하지만, SF 영화에서 그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인간이 인간인 한 200-300년 즉 10세대 정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문별 기술별 발전 속도가 다른데 이를 특정 시점에 종합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온 1982년은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3D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넷의 보급과 맞물려 전자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이 영화의 핵심인 유전공학은 1982년에는 관계자 외에는 과학자나 작가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1996년 Dolly의 탄생은 고등동물 복제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에서 보듯이 의학이나 생물학의 발전은 생각보다 혹은 소망보다 매우 느린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직선적이지 않고 단계별로 임계치(threshold)가 존재하는 계단과 같은 형태이다 (따라서 수학적 고차원함수). 또한 인접 과학기술과의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상상은 상상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 관련 과학기술과의 상호작용, 소비자의 수요로 표현되는 인간의 욕망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수학적 다원함수). 이런 다원고차원 함수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고, SF 영화에서는 필요하지도 않다. 다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의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기술 지식이 원작과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시간의 스케일에 있어서 인간의 일상적인 사고 범위와 과학기술에서 고려하는 범위가 다르다. 앞서 제시한 세상이 변하는데 필요한 시간 300년은 인간의 기준으로는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러나 천문학적(astronomical) 수준이나 진화론적(evolutionary) 수준에서는 300년은 찰나에 불과하다. (다행이 이 영화는 해당 없지만) 외계인이 등장하는 모든 SF 영화는 따라서 모두 이러한 찰나 수준의 우연에 의존한다. 현재 기준 100년의 과학기술 차이만 있어도 전쟁이란 일방적인 게임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정복자(conquistador)들이 남미를 정복하는 과정은 그 실례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황당무계하지만 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영화도 즐겨 본다. 다만 그러한 황당무계함은 잠시 잊고.

2. 로봇 대 복제인간

이것은 이 영화에서 과학기술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일단 로봇과 생명체의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나 인간이나 모든 생명체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지만 로봇과의 대비를 위해 이하에서는 생명체는 동물을 기준으로 한다. 생명체는 피와 살이 있다. 로봇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한) 전기와 유압장치로 작동한다. 복제인간은 발생에 의해 탄생하고 성장(노화)의 과정을 겪지만, 로봇은 제조되고  마모될 뿐이다. 영화 속 캐릭터로 대비하자면 터미네이터는 로봇이고, 복제인간은 생명체이다.

로봇과 생명체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유전자의 존재이며 유전자는 '발생' 이라는 과정을 통해 개체로서의 생명체를 만들고, 세포 수준에서는 끊임 없이 '재생' 작업을 한다. 따라서 생명체는 성체로서 탄생할 수 없고, 뇌세포와 영구치를 제외한 모든 세포는 '재생'을 통해 교체되고,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유전자를 설계도에 비유하면 생명체는 개념설계도 수준이며 예외는 있지만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다 지니고 있다. 생명체의 설계도는 진화과정인 계통발생(phylogeny) 정보와 발생에 적용되지 않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방대한 양으로 실제 세포 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발생 즉 개체발생(ontogeny) 과정에서 각각의 세포는 스스로 복제하고 그 과정에서 특화(differentiation)되며, 주변 세포나 조직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 반면 로봇의 설계도는 시공설계도 차원이며 (따라서 '제조'에 사용되지 않는 정보는 없다) 로봇 개체에 저장되지 않는다. '제조'는 외부의 장치에 의해 이루어진다. 수리나 마모는 있겠지만, 재생이나 노화 과정은 없다.

영화 시작 부분의 배경설명 자막에는 복제인간이 로봇의 발전된 형태라고 말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로봇은 로봇이지 결코 생명체인 복제인간이 될 수 없다. 이 영화가 발표된 1982년은 앞서 언급한대로 생명공학 혹은 유전공학에 대한 이해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나 제작진이 복제인간을 로봇과 혼동할 수준으로 무식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로봇이니 복제인간 '제거'에 아무런 연민이나 윤리적 갈등도 없고, 한편으로는 생명체이므로 복제인간은 성과 심지어 애정의 대상이 된다. 이 의도된 혼동이 이 영화의 존재근거이며 또한 존재가치이다.

아래에서는 복제인간을 로봇으로 보는 경우와 생명체로 보는 경우를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하였다.

* 유전공학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참고: Lee Silver, Remaking Eden, 2007

2.1. 복제인간을 로봇으로 보는 경우

이 영화에는 안구 등 복제인간의 '부품'을 만드는 전문 설계/제조자와 이들 부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는 복제인간을 로봇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제인간의 수명이 4년이라는 설정 자체도 복제인간은 '성인'으로 제조됨을 뜻하고, 이는 발생 과정에 의한 탄생이 아니라 조립에 의한 제조를 의미한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인간공장'이 발생학적 관점에서는 더 그럴 듯 하다.) 영화에서 뱀 비늘의 제조자를 추적하는데 비늘의 일련번호를 단서로 활용한다. 이는 변형이 없는 부품을 사용하는 조립에 의한 제조공정에만 가능한 것으로 세포가 모여 조직(tissue)을 형성하는 생명체에서는 있을 수 없다. 세포 없이 조직 혹은 기관(organ) 단위로 개체를 구성하는 자체가 로봇을 상정하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에서는 "노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노화는 수정란에서 탄생, 성장, 노화, 죽음까지 일련의 그리고 동질한 과정의 한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발생 없는 노화는 있을 수 없다.  결국 이 영화는 복제인간이 결국 인간이란 점을 부정 혹은 외면하면서 인간의 모든 특성을 부여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영화에는 복제인간의 부품이 별개의 소규모 부품회사에서 제조되고 80년대 청계천 같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조립에 의한 제조가 로봇에만 적용된다는 것은 이미 거론하였고, 로봇의 경우에도 산업구조 측면에서 영화에서 같은 양상은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포나 조직의 차이와 상관 없이 제조공정의 유사성과 필요한 설비의 규모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발생시킬 것이며 이 경우에는 독점 혹은 과점적인 산업구조가 형성된다. 세계적으로 현재 대형 반도체 회사 수보다 적은 수의 회사만이 존재할 것이며, 복제인간의 경우에는 더 적은 수의 회사만이 존재할 것이다.

2.2. 복제인간을 생명체 즉 인간으로 보는 경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수명이 4년으로 설계되어 있고, 그들은 외계식민지에서 일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구에 잡입하면 블레이드 러너에 의해 "제거"된다. 생명연장을 위해 복제인간 로이 등이 지구로 잠입하여 복제인간 제조사인 타이렐사 회장과 세바스찬 등 그들의 "창조자"를 만나 해법을 찾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이다. 대사 내용과 사용된 단어를 고려해도 복제인간을 생명체로, 인간으로 가정하고 있다.
영화속 복제인간들은 피를 흘린다. 조직이나 기관도 보이는 바로는 다 유기물(탄소가 포함된 화합물)이다. 물론 플라스틱도 유기물이고 로봇도 유기물이 구성성분이 될 수는 있으나 생명체로서의 유기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분명 생명체 즉 인간으로 상정하고 있다.
프리스라는 이름의 복제인간은 성적 대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나온다. 외계식민지 군대의 표준보급품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외계식민지 군대가 복제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혼성 조직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성적 대상 기능의 복제인간은 누구의 성적만족을 위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는 짖굳은 질문이긴 하지만 인간과 복제인간의 (성적, 감정적) 관계의 속성과 복제인간의 생식기 구조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주인공 블레이드 러너와 개발단계의 복제인간 레이첼은 사랑이 있는 성적접촉을 갖는다.
그외 많은 스토리와 장면과 대사에서 이 영화는 복제인간을 생명체 즉 인간으로 보고 있다.

2.3. 유전공학과 윤리적 문제

상당히 충격적인 Lee Silver의 책에서도 유전공학이 인간을 '제조'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거나 활용되지는 않는다. Silver의 책에는 정자와 난자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암 등 부정적인 유전적 특성을 제거하거나 초능력에 가까운 긍정적인 유전적 특성을 주입하는 것이다. 즉 유전자를 완전 해독하고 이를 완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 현재 상상할 수 있는 미래 유전공학의 궁극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 생명체는 발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탄생하고, 그 발생이라는 과정은 완전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Silver가 상상한 유전공학은 부모가 자식의 유전형질의 변형을 결정하는 경우로 영화 Gattaca의 모티브와 유사하며 경제적 불평등의 고착화 같은 사회적 문제, 생명체인 배아를 특정 장기를 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고 그러고는 죽이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인간은 부모의 선택이 아니며 부모의 존재나 장기 생성을 위한 복제인간 제조 자체가 영화에서는 암시조차 되지 않는다. 그 결과 Silver 류의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복제인간을 이런 면에서는 로봇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은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체세포이건 생식세포이건 유전자의 기증자가 있어야 한다. 이들 기증자가 누구이며 어떤 기준으로 선발 혹은 탈락되며, 기증자와 복제인간의 관계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등의 이슈가 모두 윤리적 문제이다. 복제인간 간의 관계는 어떤 것이며, 이들의 생식능력의 여부 및 그 결과는 무었이며, 어떻게 관리되는지 등등의 이슈도 있다.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수명이 4년으로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 목적과 수단도 윤리적 문제로 이 점이 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이며, 이 점만이 (자의식의 문제는 별도로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윤리적 문제이다. 다른 유전공학의 많은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지만 수명을 설정하는 이 한가지 문제만 고려해도 이는 복제인간을 생명체 혹은 인격체로 다루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문학이나 영화는 문제를 제시할 뿐이다. 답은 독자나 관중의 몫이다. 2시간이 안되는 영화에서 (답은 고사하고) 많은 문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는 극적이기는 하지만 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이며 그다지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문제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복제인간을 인간으로 볼 것이냐는 것이고, 이 영화의 설정, 즉 복제인간은 지구에 살 수 없고 발견되면 제거된다는 설정 자체가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니라는 결론에 근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제인간에게 감정을 부여하고 그 감정이 더 인간적이기 위해 기억까지 주입하는 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순되고 왜곡된 인간 욕구의 본질이다.
이 영화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생명공학에 관한 많은 사회적, 윤리적 문제의 일부는 현존하는 실제 문제이다. 낙태에 관한 pro-life 대 pro-right 논쟁, 아이의 장기이식을 위해 새 아이를 임신, 출산하고, 신생아에게서 실제로 조직을 적출한 사건, 인공수정시 사용되지 않은 수정란 혹은 배아의 처리, 인간 생식세포나 줄기세포를 사용한 실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슈 등이 그 실례이다. 이들 이슈에 관한 논란은 그 자체로도 수백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 그점에서는 안도가 된다. 반면 Silver는 이러한 윤리적, 법적 금지는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그점은 우려가 된다.

3. 자의식(self-consciousness)

자의식 또한 이 영화의 중요한 문제이다. 나는 자의식이 생명체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자의식이 있다면 인간으로 봐야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때때로 나는 '지구상에 인간 이외에 다른 자의식이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공상을 한다.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런 존재가 있었고 현생인류가 그들을 멸종시키지 않았을까?'라는 공상도 한다. 그건 모르겠다. 하여간 현재로서는 인간 이외에는 인간같은 존재가 없다는 것에 안도한다. 혹은 '다른 동물들이 자의식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공상도 한다. 그것도 모르겠다.
영화 속의 복제인간은 분명 자의식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의 논의상 그들은 인간이다. 영화 속의 가정대로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이유만으로 죽일 수 있을까? 드라마 V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인을 식량으로 사용한다. 죽임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자의식은 끝까지 저항할까? 그렇다면 왜 유태인들은 나찌 수용소에서 그렇게 순종적으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자의식의 정의는 무었일까?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이거면 충분한가? 자의식의 존재가 다른 자의식체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시될 수 있는 것인가? 자의식이 존재함을 알고도, 심지어 그러하기 때문에, 죽인다면 죽이는 자는 어떤 논리를 갖고 있는가? 죽이지 않는다면 복수의 자의식체가 공존할 수 있는가? 답을 알고 싶다면 우리 자신 인간의 역사를 보면 된다. 내가 찾은 답은 우울한 쪽이다.

종합하자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너는 로봇을 원하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인간이라면?" 아닐까 한다. 이 글은 관객이 각자의 답을 찾는 데 있어서 필요한 주변 지식을 단편적이나마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 핵심은 생명윤리, 유전공학, 자의식 등에 대한 판단이다.
영화가 문제제기에 그 가치가 있다면 이 영화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복제인간의 수명을 4년으로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 이 영화의 모티브이며 극적이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복제인간을 인간이 아닌 존재이며 제거하게 되어 있는 상황은 이미 가치체계에 있어서 내가 소개한 다른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이미 답을 한 것이다. 그 답에 대하여 나는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영화 그 자체로 다시 돌아오면, 이 영화는 무대장식, 등장인물, 연기, 개별적인 이슈에 대한 논리전개 등에서 훌륭하다. 약간의 개별적인 사물이나 사건에서 논리적 모순이 보이지만 그들은 '옥의 티' 정도이며 나는 거론하고 싶지 않다. 즐거운 감상을 바라지만, 이 글이 우울한 감상을 하게 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닐까?

2012-5-7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2012년 5월 1일 화요일

강남 사모님 괴담: 금괴 최고

근래 강남 사모님들 간에 "곧 대형 경제위기가 오고, 그러면 달러도 폭락하고 주식 등 모든 증권은 휴지되니 금을 사라"는 괴담이 유행인 듯 합니다. 저는 괴담의 진위는 모르겠고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그 괴담을 정말 믿는다면 금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금은 금괴를 산다고 해도 (요새 보도를 보니 금괴 판매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거래비용이 상당합니다. 거래 규모에 따라 다르겠으나 심지어 금괴라고 해도 (확실히는 모릅니다) 3% 정도의 거래비용, 즉 판매자 마진 등, 지불해야 할 겁니다. 되파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최소 5%의 거래비용이 발생하지요. 부가세는 무지 큰데, 그걸 환급 받으실 수 없다면 거래비용은 문자 그대로 막대합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드린 괴담에서 "모든 증권"이 휴지가 되는 것은 한마디로 틀린 말입니다. 선물을 매도포지션으로 갖고 있다면 주가 하락시 당연히 벌게됩니다. 펀드 중에도 내려가면 버는 펀드도 많습니다. 거래비용 등을 고려하면 선물 매도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금으로 다시 돌아가면, 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단독 포지션일 경우 금괴보다는 금에 연결된 증권을 매수/매도하는 것이 최소한 거래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참고로 주식처럼 거래되는 ETF 중 금 연계 종목의 차트를 보여드립니다. 화면상 현재가는 고점 대비 약 7% 내려갔군요. 3개월 가량 걸렸군요. 기회라면 기회이겠습니다. 최저점 기준하면 약 2.5% 상승했는데, 한달 정도 걸렸군요. 금괴를 샀다면 최저점에서 샀어도 아직도 손실일 가능성이 많겠습니다. 매도시까지 생각하면 한참 더 올라야 하고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금괴 실물을 사려면 (대략 비슷하겠지만) 여러 가게 들러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가격을 찾아야겠지요. 이런 증권화된 경우에는 그럴 필요도 없지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뇌물이나 증여용이 아니라면 실물 금괴를 매매할 필요가 없습니다.

괴담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자면, 저는 근래에는 대부분 선물 매수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주식시장이 더 오를 걸로 생각하고 그렇게 배팅하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2012-5-2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

유로화의 전망에 대하여

1998년경 유로화 출범을 앞두고 그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Maastricht 조약 체결이 1992년이고 1999년부터 금융거래에 사용되기 시작하고 실물 화폐가 2002년부터 통용되기 시작했으니 당시 세미나는 유로화 출범은 기정사실이고 기술적인 준비도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로화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유로권 전체를 두고 본다면 중앙정부 없는 중앙은행 시스템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 때문이다. 당시에도 스페인 등은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독일은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었고 유럽 국가의 경제상황은 문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이 혼재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유로화 출범 당시 유로화의 유용성을 설명하는 우화(?)가 있었다. 한 여행객이 100 마르크를 갖고 유럽 20 국가를 돌면서 환전만 20번을 해서 다시 마르크로 환전했을 때 (예를 들면) 50 마르크가 된다. 이는 이른바 최적통화지역 이론에서 말하는 거래비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환위험, 가격투명성, 거시경제의 안정성 등 통화통합에 따르는 편익이 있다.
반면 고정환율제도(유로는 단일화폐를 사용하는 극단적인 경우)에서는 환율 등 독자적인 화폐금융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그 결과 이른바 국지성(locality), 즉 개별 국가의 경제상황이 크게 다를 경우 개별 국가는 정책수단의 제한으로 대응이 어렵고 심지어 단일통화 유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통합성 혹은 균질성이 높을 수록 단일통화지역은 안정적이라고 한다.
유로화는 이러한 장단점이 있고, 도입은 이러한 편익/비용분석의 결과이다.  2010년 8월 시장을 강타하고 지금까지도 문제인 유럽 위기는 당시의 편익/비용분석이 아직도 유효한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핵심은 유로권의 통합성으로, 궁극적으로 정치.사회적 문제이다.

* 유로화에 대한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Euro
* 환율 및 통화정책과 거시경제균형에 대한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Mundell%E2%80%93Fleming_model

거래비용이나 환위험의 감소는 유로가 존재하는 한 너무나 당연하고 편익 계산도 기회비용 계산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논할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가격투명성은 동일한 화폐로 가격이 표시되므로 국가별 가격의 차이 혹은 왜곡이 줄어드는 것으로, 도입 당시 특히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사항이었으나, 개인적으로 볼 때,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효과도 회의적이다.
반면 비용의 측면에서는 유럽 위기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이 유럽은 경제에서 국지성이 확대되고, 정치.사회적 통합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따라 통화통합의 비용은 커지고 있다. 나는 유로화 출범시 있었을 편익/비용분석을 다시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다. 개인적으로 유로화 미래를 전망해보고 이를 일종의 비망록으로 남기고 또한 그에 따라 나의 행동을 선택하기 위함이다.

1. 유로화의 존속
유로화는 당연히 존속할 것이다. 현재 17개 EU 회원국 등 20여 국가가 법정통화로 사용중이고, 이를 계속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나는 극단적으로는 10여개 국가의 통화통합으로 변할 것으로 본다. 스페인이 유로존에 잔류할지가 궁극적인 질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현재로써는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마 전무할 것이고 우문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본다. 유로존 탈퇴를 곧 EU 탈퇴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영국은 주요 EU 국가이나 유로존 국가는 아니다. 유로존 탈퇴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 사건이다. 유로 피로 (Euro fatigue, 내가 만든 말이지만 이미 존재할 수도 있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유로 출범 당시의 유로 불안(Euro anxiety, 상동)과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유로 불안은 Maastricht 조약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당시 긴축정책을 취했고, 이로 인한 상당한 불만이 있었으나 반면 통화통합에 대한 기대도 컸다. 유로 피로는 경험치가 있는 사후적 정서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독일은 최근 보도에도 나왔지만 사상최대의 수출과 세계 1위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면서 부동산 등 모든 면에서 활황인 상황이지만 그리스를 비롯 이른바 PIGS 국가들은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가부채 문제로 오히려 긴축재정을 강요받고 있고, 국민들은 그들의 고통이 유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터키 이민자 문제나, 최근 그리스 극우파의 득세 등은 통화통합에 필요한 경제.사회적 통합성이 심지어 개별 국가 내에서도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지성(locality, 지금은 국지적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지역의 문제)은 존재할 수 밖에 없으나, 중앙정부 혹은 중앙은행이 이들 문제지역의 지원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본다. 반면 이들 문제지역의 자구노력이 신뢰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해결에 비관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정치적인 결정은 결국 경제 이론이 아닌 대중과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결정한다. 바로 그점에서 나는 몇몇 국가의 유로존 탈퇴를 예상한다. 시기상으로도 정치체제와 정치일정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2-3년 이내에 유로존 탈퇴는 시작될 것으로 본다.

2. 유로존 탈퇴(축소)의 효과
나는 유로존의 축소(탈퇴의 결과, 전술했듯 붕괴는 없을 것)가 대재앙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통 그러하듯이 첫번째는 사건이며 충격을 줄 것이다. 2010년 8월 유럽 위기 당시 미국은 약 10%, 한국은 약 25% 시장이 하락했다.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의 경우에도 그 이상의 충격을 줄 것으로 본다. 유로존 축소의 전체적인 충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매우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점 선정에 따라 효과 측정이 달라지겠지만 유로존 탈퇴의 상황이 실제 발생하면 충격은 선반영의 효과로 인해 오히려 매우 작을 수도 있다.
축소된 유로존은 통합성이 현재보다는 높을 것이고 오랜 시간 그렇게 유지될 것이다. 탈퇴한 국가들은 환율을 포함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구사하여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문제는 인구구성 혹은 노령화, 사회안전망과 깊은 관련이 있어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라는 틀이 유지되는 한 (물론 그럴것이다) 세대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크다.
통합성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미국은 남북전쟁을 겪었다. 미국이나 카나다는 총 인구 대비 이민자의 수를 몇%로 제한하며, 국가별로 쿼터를 할당하여 이민자의 국민화에 무리가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성 혹은 동질성의 개선은 그리 확실하지 않은 듯 하다.

3. 중앙정부 없는 중앙은행
모두에 밝혔던 나의 근본적인 의문점 및 회의, 즉 중앙정부 없는 중앙은행이 가능할 것인가가 궁극적인 질문이 아닐까 한다. 미국도 주정부의 부도에 중앙정부가 자동적으로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최근 나타나는 지방정부 재정의 심각한 위기에 대해 중앙정부가 그리 동정하는 정황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균질적인 집단 중 하나인 한국에서도 지방정부대 중앙정부의 역할과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등등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들이 모여있는 유럽이 과연 단일통화지역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집단이건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은 전체를 따르고 희생하며, 전체는 구성원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 나는 그런 것을 유로존에서 볼 수 없다. 몸집 불리기로 집단의 크기는 키웠지만, 이는 단일 생명체가 아닌 군집으로 내적인 상호작용과 통합성에 기초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로존의 축소의 경우 이점이 장점으로 작용하여 그 충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중앙정부 없는 중앙은행: 그렇다면 무정부주의가 최선?
증세와 긴축 없는 재정건전화: 마음껏 먹으면서 살 뺀다는 다이어트 광고?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 나찌를 보라!
집단 따로, 구성원 따로: 도데체 뭘 하는 뭘까?

2012-5-2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어떠한 책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