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업 전산실장을 했고, 호환성 때문에 애플을 배제했기에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IT 산업에 대한 아래의 많은 부분은 사실로 알고 있지만 개별적인 사실에 대해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오류도 있을 수 있습니다.
1. 운영체제 (Operating System, OS) 등
몇몇 아주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현존하는 모든 운영체제는 같은 조상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후손들이 이를 부정합니다만...). Multics(Multix)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자세한 예기는 너무 길고 본질이 아니기에 생략합니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Multix가 Unics(Unix)의 전신이라는 점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MultixUnix는 여러 버전으로 분화가 되었고 일부는 핵심이 되는 부분(kernel이라고 합니다)을 차용하면서도 호환성을 잃을 정도로 변형되었습니다. MS-DOS, Mac OS X, Linux 등 거의 모든 운영체제가 컴퓨터의 자원 관리나 사용자 관리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Unix를 직/간접으로 차용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Operating_system#History
한마디로 운영체제라는 것은 어떤 천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운영체제는 하드웨어와 프로그램 혹은 사용자를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하드웨어 특성과 사용자 요구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수학이나 물리학의 법칙을 발견해 내는 것 같은 순수과학이 아닌 공학입니다. 운영체제는 계층화되어 있으며 수많은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 및 발전합니다. 따라서 많은 수의 수학적 지식과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하지 한두명의 '천재'가 필요한 작업이 아닙니다. 운영체제의 핵심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기능들도 대부분 '창조'라기보다는 '역사'의 축적입니다. Wikipedia나 Google로 이런 주요 기능에 대한 역사를 찾아보시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좋게 말해 서로 '배우는' 것이, 나쁘게 말하면 서로 '훔치는' 것이 산업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 애플
저는 애플 매킨토시 II를 90년경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에서 DOS 환경에서 386SX를 쓰고 있었습니다. 매킨토시 본체나 모니터나 프린터나 기타 모든 주변기기를 보면서 일단은 디자인에 감탄했습니다.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너무 부러워 했고, 속도나 성능도 당시 IBM 기계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했습니다.애플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 (Steve Wozniak)이 세운 회사입니다. 잡스는 기획/영업/마케팅을 워즈니악은 개발과 생산을 맡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천재 혹은 개발자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건 오해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워즈니악이 애플을 대표한다고 봐야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잡스는 디자인에 집착한 마케팅의 귀재입니다. 사업전략이나 기획 능력도 탁월합니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냉혹한 사업가였습니다.
애플이 망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더 이상 미래를 창조하지 못하고 과거를 파 먹고 살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애플도 컴퓨터 회사로서 부침이 있었으나 iPod가 지금의 애플을 만든 직접적인 전환점이 아닌가 합니다. iPod의 성공이 저는 역설적으로 애플의 쇠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컴퓨터에서 애플은 독자 기술이든 남의 기술이든, 결과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롭고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왔습니다. iPod에는 새로운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iPod의 성공은 애플의 지명도와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 그리고 디자인 등 훌륭한 마케팅 전략의 결과입니다. iPod는 iPod Touch로 발전하지만 역시 혁신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iPod Touch가 iPhone으로 변신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혁신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획-개발-생산-유통의 전체 value chain에서 애플이 실제 담당하는 역할이 무었인지 살펴보면 컴퓨터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모르긴 해도 기획만 애플이 할 겁니다. 개발도 운영체제 말고는 직접 하지 않을 겁니다. 생산이야 다들 아시다시피 부품까지도 100% 외부 조달입니다. 이에 더하여 최근 삼성과의 특허 전쟁에서 보듯, (개인적으로는 같잖은) 특허를 수비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특별한 차별화가 어려우니 경쟁의 수단으로 특허를 적극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특허가 이런 면이 있지만, 이런식의 전면전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애플의 딜레마는 소송에서 이기건 지건 혁신에 의한 차별화, 심지어 디자인에 의한 차별화도 더 이상 없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이기더라도 삼성 및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특허를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애플이 진다면 애플의 몰락이 의외로 급속히 진행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삼성
삼성은 장기인 조직력과 관리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원가경쟁력을 경쟁의 핵심으로 삼아 왔습니다. 전자제품은 흔히 제품, 부품, 소재로 크게 단계를 구분하는데, 삼성의 경우에는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일부 소재를 제외하고는 전 단계를 다 만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수직계열화이고 삼성의 경우 매우 성공적인 전략입니다. 삼성 수준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전자회사는 전세계에 삼성이 유일무이 하다고 봅니다. 수직계열화는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만 볼 문제는 더 이상 아닙니다. 부품의 통합으로 소형화, 저전력화 등 많은 차별화 요소를 부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전면 디스플레이를 4-5개의 별도의 부품으로 적층한다면 삼성은 단 한개의 부품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원가경쟁력뿐만 아니라 제품의 두께나 무게 등 형태요소(form factor), 신뢰성/내구성 등 품질, 전력소모 등과 같은 성능 요소 등 모든 측면에서 차별화가 가능하게 합니다.삼성의 약점인 소프트웨어도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되는 시점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Windows 8 출시가 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큰 변화를 주기를 기대합니다. Microsoft는 휴대기기용 운영체제를 지속적으로 발표했고 이를 적용한 PDA, 스마트폰 등 제품도 많았지만, 너무 크고, 무겁고, 느려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한 20년 실패했으니 이제는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요새 스마트폰이 1.6GHz 속도에 CPU 4개인 수준이니 웬만한 노트북 컴퓨터 못지 않으니 하드웨어 환경은 과거에 비해 Microsoft에 훨씬 더 우호적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 70점짜리만 나와도 (예전에는 실패했지만) 지금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Windows 8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단일 제품으로 커버한다니 출시된다면 Android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제공하며 이것이 애플의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반면 Microsoft는 소프트웨어만 만듭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매우 큰 장점입니다. 최소한 하드웨어는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으니까요. 애플은 뭐랄까 포드 T형 자동차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색이든 고를 수 있습니다, 검정색인 한에는요" (포드가 한 말). "어떤 색이든 고를 수 있습니다, 흰색인 한에는요" (애플이 할 말).
스마트폰의 기능이 향상될 수록 사용자는 더 많은 application을 스마트폰에서 이용하기를 바랄 겁니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디스플레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된다고 가정하고), 해묵은 호환성의 문제가 다시 등장할 겁니다. 그때 애플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냥 한 때 디자인으로 잘 나가던 어떤 조그만 회사로 남거나 아니면 아예 사라지거나 하겠지요.
삼성은 앞서 언급한 수직계열화의 잇점으로 이제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유일무이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년 이내에 삼성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물건이 나올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4. 보호무역주의
삼성 대 애플의 특허전쟁이 국가간에는 아니지만 법정내 특히 배심원들 머리속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진행될 위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미국 소비자 스스로와 세계 경제를 위해 결국은 미국 법원과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을 기대합니다.삼성이 성공하기를, 애플이 망하기를 기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상상할 수 있는 한은...
201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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