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1일 토요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요새는 잘 안 부르는 것 같지만, [우리의 소원][1] 1990년대까지는 많이 불렸던 노래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곡명이다. 통일은 본질적으로 민족주의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민족주의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강력한 이념으로 통일에 대한 이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이나, 지금은 통일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 어떤 의견이든 통일의 현실적인 면을 알아야 한다.

 

기본 전제

통일의 주체와 방법에 있어서 한국 주도의 평화적 통일을 전제로 논의한다.

이전에 나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불가하며, 북한 역시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군사행동은 못 할 것이라는 전CIA 분석가 김수미(Sue Mi Terry)의 결론을 소개하였다.[2]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내지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은 북한정권의 붕괴이다. 또한 북한의 붕괴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통일이 정부 대 정부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황도 배제한다. 북한의 붕괴는 급변사태의 형태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북한에서 실제 기능하는 새로운 정부가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통일: 대박-쪽박

한국의 여러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주장을 했다. 반대로 쪽박이 될 거라는 주장도 많지만, 대통령이나 정치인 등이 그리 말한 것은 기억하지 못 한다. 아직도 통일은 당위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박을 주장하는 쪽은 영토, 인구, 자원이 순식간에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주로 강조한다. 쪽박을 주장하는 쪽은 통일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이라는 것이 주된 논거이다.

1990년 독일 통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 한 갑작스런 사건이었다. 당시 서독은 나름의 통일전략을 갖고 있었겠지만, 현실과 이론은 항상 다르듯 실제에 있어서는 예상을 초월한 막대한 통일비용을 치렀다. 당시 동독과 서독의 마르크화를 1:1로 교환한 것은 심각한 실수였지만, 통일 후 동독 재건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수요가 있어서 통일 독일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마침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유로화가 출범하였고, 유로존 가입 조건이 가혹해서 경기부양이 필요한 스페인 등 남유럽은 오히려 긴축재정을 시행할 수밖에 없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다행히 독일은 구동독 지역 재건의 막대한 재정수요가 있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독일 통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러니 하게도 남유럽이었다.

통일비용은 총체적 동질화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말한다. 도로, 상하수도, 발전소 등 하드웨어 인프라, 사법, 행정 등 법제 인프라, 산업시설, 상업시설 및 주거 등 경제 인프라와 함께 교육, 언어, 문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치체계의 동질화에 소요되는 모든 금전적, 비금전적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다.

 

통일 과정

앞서 기본 전제대로 전쟁 없이 북한의 붕괴로 통일이 될 경우,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과거 여러 정권에서 비슷한 통일전략을 수립했다.)

1.      영토: 일단 국경은 현재와 같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개입할 경우 영토뿐만 아니라 통일 자체에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개입이 있든 없든 궁극적으로는 현재 북중러 국경이 대체적으로는 통일한국의 국경이 될 가능성이 많다.

2.      난민 및 국경통제: 북한의 붕괴는 난민 발생의 우려가 매우 높다. 중국도 이점을 매우 우려한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를 대비하여 휴전선 인근에 대규모 수용시설을 만들어 북한의 급변사태로 인한 난민의 유입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상황이 안정되면 이들 난민은 원래의 거주지로 돌려보내야 한다.

3.      북한 내 질서유지: 공산당을 비롯한 북한의 기득권층과 일반 대중 간 폭력사태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여러 집단간 심각한 폭력사태도 많을 수 있다. 한국군이 치안을 확보할 때까지 많은 살상이 자행될 수 있다. 다른 법으로도 그렇지만 최소한 반인권범죄로 많은 재판과 처벌이 있을 것이지만, 급변사태 발생이나 통일 초기에는 광범위한 복수극이 자행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군경의 최우선 과제는 질서 확보 및 사적 보복 금지 등 북한 사회를 당시 현 상황에서 동결시키는 조치가 최우선이다.

4.      토지분배: 아마도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몰수는 힘만 있으면 가능할 지 몰라도, 분배는 형평성에 있어서 온갖 기준과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지켜져야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설계부터 실행까지 매우 전문적이고 세밀한 진행이 필요하다. 또한 상당기간 분배 받은 토지의 매각과, 한국 민간의 북한 토지 매입도 금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한국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5.      인프라 구축: 북한의 모든 종류의 인프라는 99% 새로 건설해야 한다. 일부라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과거 동독 경우를 볼 때 오산이다. 오히려 철거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거의 모든 도로, 철도, 교량, 발전소, 상하수도, 공장, 설비, 건물, 아파트를 다 철거하고 새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6.      산업화: 한국 기업이 북한에 공장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가 산업시설 건설의 전제조건이라 봐도 무방하기에 북한의 산업화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도로, 전기, 상하수도 없이는 대부분의 공장은 운영이 불가하다. 심지어 농업도 일정 수준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광업은 상대적으로 인프라 필요가 적고, 북한에 막대한 매장량이 있기에 가장 먼저 개발될 것이다. 산업화는 최소한 통일 후 10년은 지나서야 가능하고, 최소한의 동질화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 수십 년은 산업구조가 급속히 변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과도기이다. 통일 초기에는 북한 주민의 상당 부분을 인프라 건설이나 광업 부문에서 흡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인원의 산업간 전환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임금격차 문제이다. 남북이 단일 급여수준일 경우 (최저임금 및 화폐) 북한에 대한 투자는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이 2중 급여수준일 경우, 투자는 보다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으나, 한국으로 이주하려는 욕구가 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 기간 2중 급여수준 및 별도 화폐를 유지하며 시장원칙에 맞춰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격차가 거의 없어질 때까지는 북한 인구의 한국 이주는 제한할 수 밖에 없다. 산업 배치는 결국 한국의 민간기업의 판단에 의존하겠지만, 2중 급여수준에 더해 세금 혜택 등 다양한 투자유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매우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로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문제 몇 가지 예시하는 것으로 끝낸다.

7.      가치체계: 과거 소련이나 동독의 경우를 보면, 계획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의 마인드 변화가 쉽지 않으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련의 경우 가격기제가 없었던 관계로 거의 모든 재화와 용역에 있어서 가격이 황당했다. 기업들은 원가도 알 수 없었기에 적정한 판매가도 산출할 수 없었고, 손익도 알 수 없었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직접 겪은 바이다. 중국의 경우엔 어느 정도 가격기제가 있으나 상당한 왜곡이 있다. 시장에 의한 가격기제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북한 주민에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이다. 법치주의 원칙도 북한에 있어서는 큰 과제이다. 법제 자체도 크게 다르지만, 법치의 개념 자체가 북한에는 없거나 매우 다르다. 공산당이 법이었다. 심지어 김씨 왕조가 법이었다. 제대로 된 법치주의에서 법은 권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어느 독재자도 법은 결국 자신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기에 현대 법치주의 기준에 적합한 법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재국가는 본질적으로 무법천지이다. 폭력적인 권력만 있지 법은 없다. 북한은 이런 상황의 극단적인 경우이다. 모든 공산주의 국가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대중의 사고방식은 자본주의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좋게 말해 (국가에) 의존적인 성향, 나쁘게 말하면 거지근성이 있다. 오랜 기간 체계적인 상호감시의 결과 개인간 상호신뢰가 기본적으로 없다. 신뢰의 부재는 기본적인 공중도덕의 부재로 결과한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을 한국인과 문화적인 면에서 동질화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소원의 가격

[우리의 소원] 노래는 공짜일지 몰라도, 위에서 최대한 간단히, 최소한의 이슈만을 거론해도, 소원을 이루는 것은 매우 비싸다. 제대로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원은 자유지만, 그 소원을 이루려면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국 그 누군가는 납세자이며, 대가는 세금이다. 많은 변수가 있고 그에 따라 세금 효과는 달라지겠으나,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현재의 몇 배의 세금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2021.9.12

최원영



[1] https://ko.wikipedia.org/wiki/%EC%9A%B0%EB%A6%AC%EC%9D%98_%EC%86%8C%EC%9B%90

[2] Sue Mi Terry. North Korea’s Nuclear Family.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2021, pp. 11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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