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J.Fla
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장르 불문하고 좋아합니다. 클래식, 팝 등 모든 서양 현대음악, 창, 온 세계 각 지역의 전승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학생 때는 주변에 저보다 음악을 훨씬 많이 아는 친구들 덕분으로 새로운 음악에 많이 접했습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가수나 곡명 등 음악의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이를 기억하기도 어려워서 적극적으로 찾아 듣지는 못 했고, 좋아하는
일부의 음악만 자주 들었습니다. 유튜브가 음악 듣기용으로는 좋아서 자주 들었지만,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새로운 음악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기술발전으로 음악을 찾는 것도 쉬운 것 같습니다만, 그런 기술을 사용해 본 적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동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음악감상을 합니다. 온 국민, 아니 전 세계가 다 열광하고 한참 지나서야 [범 내려온다]를 듣게 되었고, 아주
오랜만에 듣는 새로운 음악이었습니다. 씽씽과 이날치를 보면서, 싸이-BTS로 만들어진 (1세대) K-pop이
많은 성공공식을 떠나 컨텐츠 자체로 K-pop이 “뿌리깊은
나무”이며 제2, 제3의 K-music이 나타날 것이며 아주 오래 동안 전세계에 크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BTS 경우에도 처음 듣게 된 것이 잘해야 한 3달 된 것 같습니다. J.Fla 경우엔 불과 이틀 전에 처음 들었습니다. BTS야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었지만, J.Fla 경우엔 심지어
한국인인지도 몰라 찾아보니 Wiki[1]에
아티클이 있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1700백만이 넘는다니
전세계가 다 아는데 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최애 여가수가 김추자-한영애-박정현 이후 J.Fla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대단한 가수라 그의 재능과 실력을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다른 관점에서 제가 느낀 점을 한 줄 쓰고 싶습니다.
J.Fla가 부른 BTS의 [봄날]이 아마 가장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K-pop의 성공공식은 전문화된 기획사, 오랜 시간 고강도 훈련을
통한 완성도 높은 공연, SNS를 통한 팬덤 전략 등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싸이나 BTS 경우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기획사의 “제품”이지만, 그 성공공식은
같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J.Fla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고, 이 점에 저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J.Fla는 유튜브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존 컨텐츠 유통망을 건너뛰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했습니다. J.Fla는 초기에는 혼자, 현재에도
최소한의 스탶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형 기획사의 “제품”은 작곡, 작사, 편곡, 연주, 안무, 제작,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이 필요하며 그러기에 대형 기획사가 필요합니다. 일부
기획사는 가수에게 “싱송라(singer-songwriter)”를
강조하지만, 이는 “가수”의
능력강화에 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대형 기획사의 “제품”에 있어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시스템에서 영역별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J.Fla 경우, 작곡이나 악기 연주능력의 여부를 떠나, “가창력”에 집중합니다. 혼자서
작곡, 편곡 등을 “가창력”에
부합한 수준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가창력”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커버”, “cover”라고 하더군요). J.Fla는 “가창력”에 적합한 탁월한 “전략”을 선택했고, 매우 효과적으로 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창력”에 더해 영어나 스페인어 발음도 (최소한 제가 듣기에는) 완벽합니다.
이 또한 인터넷 매체의 “글로벌” 특성과 또한
그것이 요구하는 조건을 완벽히 이해한 전략입니다.
클래식에서는 가수(성악가)는
자기 노래가 없습니다. 파바로티나 조수미는 “자기” 노래가 없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저렐드, 엘비스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도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불렀습니다. 임재범, 박정현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커버가 새로운 현상은 결코 아닙니다. BTS도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이미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BTS는 자신들의 것을 연주하고, J.Fla는 남의 것을 연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차이라 생각합니다.
J.Fla는 2011-8-11 첫
유튜브 게시물에서 노래와 기타를 같이 연주하다 보니 좀 조잡한 면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1-2년 뒤의 게시물은 뭔가
답을 찾은 듯, 반주용 녹음도 좋아졌고 (심지어 별도 제작한
듯), 화면 구성도 좋아졌고 거의 브랜드 수준으로 고정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춤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J.Fla의 재능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으나, 이런 시도와 변화를 저는 발전으로 봅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가내수공업
솔로 “제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J.Fla가 가수와 전략가 겸비를 유지하는 한 저는 그가 계속 성공할 것으로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2021.8.13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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