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일과 친일
현재 유튜브에는 이른바 “국뽕” 채널이
많다. 국뽕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최고라는 히로[뽕]이다.
(일본을 폄하하면서 필로폰의 일본식 발음을 쓰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떤 국뽕 채널은 중국을, 어떤 채널은 일본을, 어떤 채널은 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뽕을 뿌린다. 어떤 채널은
집권 좌파 경향, 어떤 채널은 야권 우파 경향이 있다. 즉, “대한민국 최고”를 주장하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내용과 경향은 다양하다.
이들 “국뽕” 채널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최고라는 주장은 별로 없고,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서 대한민국이 훨씬 낫다 혹은 대한민국
기준에서 볼 때 일본이나 중국은 별 것 아니라는 주장이 대부분으로, 한중일 3국을 비교한다. 중국과의 비교나 중국의 폄하는 이 글에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일본을 폄하하거나, 일본의
혐한을 받아치면서 “혐일”을 조장하는 채널도 있고, 거기서 더 나가 “친일파” 처단을
주장하는 채널도 있다.
嫌日은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관점으로 국내정치는 별로 상관없으나, 親日
처단을 주장하는 채널은 목적이든 결과이든 국내정치에 밀접하게 관련되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이 둘을 분명히 분간해서 그들의 주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嫌日
개인적으로 일본은 인구감소, 제조업 쇠락, 신산업 부재 등 경제적인 요인과, 문화적 특성 때문에 이미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반면 대한민국은 많은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급속히 확보하고
있거나 이미 확보하였고, 국내적으로 문화 포함 모든 인프라에 있어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기에 앞으로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중동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석유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산업 및 제품은 글로벌 공급사슬에 있어서 중동의 석유 이상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정지는 전세계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줄 것이다. 다른
것도 많겠지만, 당장 반도체만 봐도 대한민국에서 생산이 중단된다면 전세계는 마비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도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개인적인 결론은, 따라서, 그냥
시간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마치 영국과 아일랜드처럼 될 것이다.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할 때까지 7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 (북아일랜드 IRA의 무장투쟁은
2001년에야 끝났다.) 아일랜드는 경제적으로 영국을 압도하는 부국이 되어 “복수는 아일랜드처럼”이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GDP/인 2019: 영국
$46,659, 아일랜드 $86,781: CIA The World Factbook)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는 한일관계와 매우 흡사하다. 소설 [켈트인의
꿈](El sueño
del celta, Mario Vargas Llosa 저)에 잘 나타나 있다. (한글판 없음. 영문판 [The Dream of the Celt] 혹은 Wikipedia 아티클[1], 한글로는 내가 쓴 독후감[2] 참고)
유튜브에 있는 많은 “혐일” 채널은, 따라서, 일본의 열등감 배설에 불과한 혐한에 대한 유치한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몇 년 안에 한일의 전세는 완전히 역전될 것이다. 어떤 기준에서는 이미 역전되었다. 오히려 일본의 질서 있는 몰락
내지는 퇴장을 우려하고 심지어 도와줘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親日
이는 혐일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우리에게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친일파 척결을 주로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으며, 일부
국뽕, 대부분의 혐일 채널도 이런 경향을 갖고 있다.
나는 이들 채널이 “누구누구가 친일파”이며 “어떤어떤 친일 행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 주장을 확인하거나 검증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이 설사 맞다 해도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논의가 전혀 효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완용이 한 행위를 물릴 수 없으며, 그
결과도 전혀 바꿀 수 없다. 무슨 SF 영화도 아니고, 그때 그 시점에 가서 이완용을 없앨 수는 없다. 심지어 그런 SF 영화에서조차 과거 일을 바꾼다고 이후 역사가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항상 등장하는 결말이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결과도 없으므로, 아무런 목적도 없다. 목적 없는 논의는 다른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다 해도 시간낭비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친일이 심각한 사회균열을 야기하고 있다. 백해무익한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인격살해나 정당성 부정이 진정한 목적이다.
두 번째로, 깨끗한 역사는 없다는 것이다. 혐일 채널은 친일 잔재가 만악의 근본이라고 한다. 군대, 경찰, 재벌 등 일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 있는 모든 존재나 과정을
죄다 친일파라 낙인 찍고 죄악시한다.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오늘의 일본은 모두 친한파 이어야 한다. 백제에 의해 일본의 정치(왕조), 경제(문명), 문화, 한마디로 역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자기부정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어느
나라든 그 역사에는 영욕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제를 지우자고 하는 것과, 일본이 전범임을 부정하는 것은 똑 같은 “역사세탁”이다. 역사는 배울 것이지 고칠 것이 아니다.
세 번째로, 생존은 이념에 우선한다.
생존을 위한 행위를 이념의 잣대로 판정할 수는 없다. 오늘의 친일파 논쟁은 과거의 생존을
위한 행위까지 현재의 이념으로 판정하려 든다. 일제 당시 모든 한국인이 독립운동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정권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이민을 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한국전쟁
당시 수 많은 양민들이 낮에는 국군에, 밤에는 빨치산에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친일의 기준도 판관도 없다는 것이다. 이완용, 을사오적, 순사
포함 모든 공직자, 일제 기업의 근로자, 등등 어디까지가
어떤 이유로 친일파인가? 당사자는 그렇다 치고, 그들의 일가친척은
어디까지가 친일파인가? 친일파의 재산을 상속받으면 친일파가 되는 것인가? “친일재산”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면 친일 상태가 바뀌는가? “친일재산”은 감염성이 있는가, 즉
그 재산을 받은 공익단체는 친일이 되는가? 그 공익단체가 국가라면? 수도
끝도 없는 심각한 질문이 계속되며, 어떠한 답이든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씩 더하면 그 논리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들 질문은 실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났던 논쟁이며, 연좌제, 부당이득, 상속 등 모두 법적인 문제로, 법이 없으면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이다. 친일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이 필요하며, 법 제정을 못 한 국회는 친일이다. 그
국회를 선출한 국민 모두가 친일이다. 친일 처단에 법이 필요 없다 주장하면 이는 법치를 부정하는 야만이다.
일본의 몰락과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혐한”이든 “혐일”이든 넌센스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친일파 처단 주장도 무의미한 것이다. 일제
직전까지, 일제 당시, 얼마전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친일”의
의미가 다름을 지적하고자 한다. 나는 각각 파벌, 총독부, 반민족, 박애주의 등이 연결된다.
2021.8.15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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