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31일 목요일

2022 전후의 세계

 2022 전후의 세계

 

올해 2022년을 기준으로 그 전의 세계와 그 후의 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화(globalization) 일시정지

보통 세계화라 하면 WTO로 대표되는 1995 세계무역질서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50년 전인 2차대전 이후 폭발적인 무역의 확대, 심지어 19세기 식민지 시대를 무역의 관점에서는 근현대의 세계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무역은 그렇지만, 오히려 인구의 이동이 더 중요하다 볼 수 있고, 그런 관점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에 따른 이민의 폭증, 식민지 시대의 인구이동, 더 길게 보자면, 몽고의 침략과 그로 인한 중세 유럽의 형성이 역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시진핑의 국제적 패권 도전 및 그로 인한 최근 공급망재편 WTO체제의 종언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 많은 무역규제는 WTO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과거에는 WTO에 제소하고, WTO세계 무역 법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현재는 원고 입장인 나라도 WTO 제소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피고 입장인 나라도 WTO의 결정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WTO는 무력하고, “잊혀지고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인 사망선고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생체정보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시체제는 이민은 물론 관광까지도 인적세계화를 위축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중국으로의 입국은 용감하거나 무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 될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은 중국발 공급망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결말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다. 세계경제는 미국 중심의 민주진영과 그 반대편의 독재진영”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 이 표현을 쓰지만, “전체주의진영”, “권위주의진영”, “계획경제진영등 어떠한 이름이든 민주주의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진영과 반대편에 있다는 점에서는 같고, 그것이 핵심이다.) 2개의 세계로 분리되고, 양진영간 무역은 현격히 감소할 것이다. 이것이 공급망재편의 핵심이다.

 

세계화 내지 무역의 이론을 살펴보면,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설명으로, 어떤 나라가 어떤 상품을 생산할 때 절대적인 우위가 없다고 해도, 상품별 생산의 비교우위가 있다면 무역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Wikipedia(“비교 우위”)로 대신한다. “비교우위론의 문제는 각 나라는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의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국제적 분업이 결과된다. 안보 등 어떠한 이유로든 비교우위가 아닌 기준으로 국제적 분업이 방해 받게 되면,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은 크게 제한 받게 된다. 이것이 현재 진행중인 상황이다. 무역의 축소는 시장의 축소이고 이는 결국 세계총생산의 감소로 결과된다.

 

Pax Americana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드디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운 듯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20년간(2001-2021)의 전쟁과 굴욕적인 철수를 통해 마침내 미국은 뭔가 배운 듯하다. 양대 대전 참전과, 한국전쟁과 월남전 등은 사실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공화 양당 공히 공유하는 미국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이들 전쟁 및 참전의 의미, 목적, 결과는 다 다르지만,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세계정책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증거이다. 미국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정책적, 철학적 변화의 결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크고 명백한 아이러니는 러시아의 허약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에는 소련의 힘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소련은 결국 붕괴했다. 당시 10년의 전쟁으로 소련은 계획경제자체의 모순에 더하여 전쟁으로 인한 체력 손실이 붕괴의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30년후 푸틴의 러시아는 경제적 체력을 상당히 회복하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는 다시 또 붕괴할 것으로 본다. 군사력은 거의 황당한 수준이다. 정보 왜곡, 상황 오판, 작전의 실패도 원인이지만, 나는 군의 부정부패를 중대한 원인으로 본다. 러시아 무기나 장비는 러시아 군의 부정부패로 장비의 일부나 전부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량인 경우도 많다. 예비물자 도난 등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기갑연대 사령관이 자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 상황의 실체적 진실은 현재로는 알 수 없으나, 전황만 봐도 상당부분 진실이라고 본다. 중국은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거나, 라이선스 생산하거나, 아예 도용해서 만들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중국 짝퉁은 러시아 진품의 주요 부품(대표적으로 전투기 엔진)을 제대로 복사하지 못해 완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이 심각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도 이른바 카탈로그 성능과, 이번에 증명된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짝퉁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내심 이들 무기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우려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미국의 경제 및 금융제제의 위력이 이번에 확실히 증명되었다. 트럼트 시절 동맹 와해는 대체적으로 복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직도 건재하다. “하드 파워인 군사력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이 없기 때문에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전, 전자전, 네트워크전 등 다방면에서 최근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증명이 된 부분도 있다.

 

종합하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미국은 더, 그리고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많은 소위 전문가들이 미국과 서구의 몰락을 말할 때, 오히려 미국은 환골탈태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소프트, 하드 모든 면에서 미국은 더 강해지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의 단극체제, Pax Americana는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많은 도전과 표면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얻었고, 이제야 전략과 정책에 반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 2 Pax Americana가 올 것이고, 이미 왔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2022년 일종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단계가 된 듯 하다. 코로나 상황 아주 초기 전문가(의사와 과학자)들의 진단은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대믹(pandemic)은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고,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50-60%가 감염 및 치유되어야 달성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 그리 되고 있고, 최근 한국 상황이 그 증거이다. 일종의 총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도시봉쇄(상하이 봉쇄가 최근의 예)는 무지 혹은 이념화된 사이비 과학의 결과이다.

 

코로나는 이미 알려진,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증명이 되겠지만, 코로나 전후의 세계는 같을 수가 없다. 최근 이른바 “with Corona” 정책으로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도 재개되고 있지만, 그 양태는 크게 바뀌었다. 한국을 기준하면, 아무나 살 수 있는 재화에서 사치품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양태도 탐방에서 휴양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 경험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경제적 타격이 적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겠지만, 공급망 재편와 생산지 선정은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화

시진핑과 푸틴에 의한 역사 도돌이()”에 개인적으로 매우 좌절했다. 역사의 진보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희망을 심고 있다. 그 동기는 아래에 쓰지만, 그 동력은 집단기억집단지성이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만든다하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유를 만든다. 중국은 이들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통제를 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없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를 없앨 수 없었듯이,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없앨 수는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독재국가의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지만, 이는 역사 이래 모든 기술의 공통점이다. ,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그러나 이들 기술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진실은 죽지 않고, 죽어도 부활한다. “집단지성이 이를 가능케 하며, “집단기억이 역사의 진보를 만든다. 이 두 단어의 공통어인 집단은 민주주의의 전제(필요)조건이자 유발(충분)조건이다. 현재의 민주주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민주주의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가 될 것이다.

 

2022.3.31

최원영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푸틴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푸틴

 

유튜브, 팟캐스트, 블로그 등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보통 “1인 미디어라고 한다. 그 내용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그 중 뉴스 혹은 시사평론을 컨텐츠로 하는 것을 “1인 뉴스 미디어라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제도권 언론의 보조나 대안으로 “1인 미디어를 시청하며, 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를 절감하면서, 이와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자주 보는 “1인 뉴스 미디어유튜브 채널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일상적으로 보고, 심지어 운영하는 기자(전직 제도권 기자였고, 유튜브에서도 역할은 기자 내지 시사평론가라 할 수 있다, 이하 기자 혹은 이분)의 번역서도 읽었다. 다른 채널에서도 편향, 편견, 오보가 많다. 명백한 오보에도 제도권 언론에서 보는 사과나 해명을 본 적이 없다. 이분의 채널에서 많은 새로운 시각이나 의견을 접하고, 동감하고 배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기에 현재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해 이분에 대해 많은 실망이 있다.

 

이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을 것이라 하였고, 심지어 2022.2.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제한적, 단기간, 외과적 타격의 성격일 것이라 하였다. 서방 언론 대부분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할 때도, 이분은 서방의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하였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서방의 언론이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하였고, 이분은 같은 입장이었다. 이분의 분석에 공감한 나 역시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개인적 의견을 주위에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면적, 장기적, 무차별적 공격의 양상이다. 최소한 현재로는 그렇다. 침공의 범위가 우크라이나 일부일지 전부일지 알 수 없다. 현 우크라이나 정치체제를 붕괴시키고, 지도부 제거 및 친러 정권 수립이 러시아의 목표로 보이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 이후 철수할지도 알 수 없다. 민간인 희생 규모를 볼 때 군사적 목표에 대한 외과적 타격의 범위도 이미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반나치화, 반군사화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침공은 지속될 것이라고 하였다. 푸틴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불문하고, 러시아의 침공은 전면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위기가 시작된 이후 푸틴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분은 러시아 침공은 없을 것이라 했으며, 서구(, 미국)가 주장하는 허구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 적는 서방의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하였다. 이 정도로 강한 표현을 한다면, 이분 본인의 주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이분 포함 많은 사람들이 푸틴에 속았다고 본다. 어떤 평론가는 시진핑 역시 속았다고 했다. 나 역시 푸틴이 이럴 것이라고 짐작하지 않았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속을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내가 기대한 것은 (비록 그런 경우는 못 봤지만) 최소한 이분의 경우에는 어떠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한마디의 인정이었다. 이분은 본인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이분을 비난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며, 이에 대한 해명으로 자신은 예언자나 점쟁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 해명 글에도 그간의 본인의 논지와 푸틴에 대한 방어가 있다. 그 해명 이전에는 다른 전문가의 장문의 글을 공유하는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다. 다른 “1인 뉴스 미디어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도, 이분에게는 기대를 했지만, 내가 본 것은 강변, 회피, 변명이었다.

 

동료검증(peer review)의 중요성

“1인 미디어의 공통적인 문제는 동료검증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주장은 전문가만이 검증할 수 있다. 이것이 동료검증이다. 물론 시사적인 내용은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동료검증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푸틴의 과거 발언과 행적, 실제 발생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자기검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사항은 충분히 동료검증이 가능하다. 서구 언론의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있다. 이는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분은 이러한 서구 언론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다. 서구 언론의 태도와 보도 내용을 도매금으로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편견이라고 간주하는 편견이 있다고 본다. 이분이 좀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자기감시가 있었다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식견과 경험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한국인이 흑백논리에 휩싸여 삼각구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한다고 하였다. “적의 적은 반드시 우군이 아니다라는 것이 삼각구도라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모습은 잘 모르겠다. 이분은 그 예로 인도를 들었다. 인도는 미국과는 대중국 협의체인 Quad에 참여하고 있지만, 방산협력 등 러시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맞고, 동감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라면, 한국도 그렇다. 그런 한국의 한국인이 흑백논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역시 삼각구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Quad는 군사동맹이 아니다. 군사동맹이 있는 경우 삼각구도가 성립할 수 있을지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군사동맹에서는 적의 적은 우군이다”. 흑백논리도 현실에서는 해롭지만, “삼각구도는 현실에서는 허구이다 (최소한 한국 입장에서는). 나는 이분이 대서구(반서구가 아니라) 편견을 갖고 있다고 본다. 동료검증이 있었다면, 아닐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시청자의 분별력

몇몇 “1인 미디어는 편향성이 분명하다. 그 운영자들도 이를 잘 안다. Wikipedia는 동료검증을 통해 편향성을 없애도록 노력을 한다. 한국의 유사한 많은 사이트는 운영방식은 Wikipedia와 유사하지만, 결과물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짐작컨데, 이는 동료검증이 부실하고, 참여하는 동료 전문가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다 있지만,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 (아무리 시스템으로 막으려 해도) 결국은 독자 혹은 시청자의 분별력이 문제이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수 많은 “1인 미디어그리고 제도권 언론을 보면서 이를 절감한다. 문제는 분명하지만, 불행하게도, 답은 별로 없다.

 

 

2022.2.27

최원영

2022년 2월 16일 수요일

가붕개 다이제스트 (책이 되지 못한 책)

책으로 출판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많아 블로그에 전체 원고를 올립니다. 많은 비판 댓글로 부탁합니다.
제목은 처음에는 [가붕개 찍소리(하다)], [가붕개의 상식과 사실], 그냥 [상식과 사실], 등등 생각했으나, 분량과 목표 독자를 고려하여 [Reader's Digest]를 참고하여 [가붕개 다이제스트]라 하였습니다. 아래 링크 클릭하시면 전문 열립니다. 


혜독 감사합니다.

2022-2-17

최원영

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테레사와 게이츠 (C00)

 테레사와 게이츠 (C00)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은 윈도우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구매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저작권을 포함해서 개별적으로 주문제작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고 그 사용권(라이센스)을 사는 것이다.[1]) 구매 포함 어떠한 거래든 돈이 오가는 경우, 가격이 결정된 것이며, 그 가격이 거래 대상물의 합의된 가치이다.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엄밀히는 다른 주체이지만, 여기서는 동의어로 취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마찬가지로 게이츠와 동일하게 언급한다.) 게이츠의 가치는 결국 그의 제품에 지불하는 가격으로 경제적 가치가 정의된다. , 게이츠의 제품이 벌어들이는 돈이 게이츠의 경제적 가치이다.

 

모든 거래에는 파는 측과 사는 측이 있다. 거래의 대상이 무엇이든 거래에서 합의된 금액이 그 시점, 그 거래의 시장가치이다. 여기서 구별해야 할 것은 그 시장가치가 누구의 가치인가 하는 것이다. 나의 답은 파는 측, 즉 돈을 버는 측의 가치이다. 파는 측이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측이기 때문이다. 사는 측의 해당 재화나 용역의 가치는 그의 주관적인 판단이며, 구매한 재화나 용역의 효용은 따라서 구매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모든 거래의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가치는 가격이고, 가격은 객관적인 재화와 용역에만 적용될 수 있기에, 거래의 가치는 파는 측이 창출하는 것이며 그 크기는 곧 가격이다.

 

이상의 짧은 논의의 결론은 가격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가치는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파는 쪽의 가치이지 사는 쪽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은 버는 사람의 가치이지 쓰는 사람의 가치가 아니다.” ([주장1])

 

테레사 수녀가 남미 마약 카르텔 두목에게서 거금의 기부금을 받아 논란이 된 적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두목의 죄악과 그 돈의 추악함을 지적했다. 테레사 수녀는 나는 그런 것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한마디로 깔끔히 정리했다. 이 거래(순전히 돈이 오갔다는 의미에서)에서 가치는 누구의 것인가? 테레사 수녀 아니면 카르텔 두목? 아마도 모두가 인정하겠지만, 이는 테레사 수녀의 가치이지 카르텔 두목의 가치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거래에 있어서 가치는 재화나 용역의 가치이며 따라서 이를 제공하는 파는 사람의 가치이지 사는 사람의 가치가 아니다. 테레사 수녀의 일화가 나의 [주장1]의 구체적 예이다. 이렇게 보면 테레사 수녀에 대한 공격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무의미하다.

 

게이츠는 재단을 통해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등 많은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게이츠의 사회경제적 가치인지 여부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게이츠의 자선활동에 쓰인 돈은 게이츠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게이츠의 돈을 받아가는 수 많은 단체들의 사회경제적 가치이다.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AIDS) 퇴치를 위해 많은 돈을 썼으며, 중요한 활약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게이츠 재단에서 돈을 받아간 에이즈 관련 단체의 가치이다. 에이즈 퇴치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몰리면서, 아프리카에서는 의사나 의료장비가 에이즈 퇴치에 집중되었고, 이는 전염병 예방이나 모자보건 등 다른 의료 영역의 인력과 장비의 부족을 초래하여 전체적으로는 더 해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재단이 쓴 돈은 완전 낭비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없느니만 못 한 해악이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선사업까지도 돈 쓰는 데 조심해야 하며 경제학적 원칙에 따라야 함을 보여주는 경우이다.[2]

 

다시 테레사 수녀의 경우로 돌아가, 그 거래의 대상물인 재화나 용역은 무엇인가? 자선사업은 정의에 의해 대가성이 없다. 테레사 수녀가 제공한 것은 그녀가 상징하는 선이다. 카르텔 두목의 선행은 테레사 수녀의 대의를 인정한 것이라는 의미이며, 면죄부를 사려는 등의 개인적인 의도는 최소한 경제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기부는 거래의 대상물이 없다는 의미에서 특이한 거래이고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다.

 

카르텔의 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앞서의 논리 그대로라면, 카르텔의 막대한 수입은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가치를 창출했고 인도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상식적으로나 감성적으로는 물론 아니다. 경제학적으로도, 다행히, 아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수입과 이윤(이익)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수입은 속성이 무엇이든 (차입 제외)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이다. 반면 이윤은 몇 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한다. 경제학적 이윤은 일단 경쟁이 전제가 된다. 완전경쟁의 경우에는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나누면 이윤은 0이 된다. , 근로자에게는 임금을, 은행 등 대출자에게는 이자를, 지주에게는 지대를, 주주에게는 사업의 속성에 따른 위험율을 반영한 자본수익을 돌려주면 남는 게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 하는 많은 이들이 완전경쟁 내지 경제학 자체를 폄훼한다. 현실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완전경쟁의 상황에서는 실제 이런 결과가 나온다. 현실에 존재하는 완전경쟁 시장은 아마도 주식시장일 것이다. 특히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의 경우에는 완전경쟁을 가정한 가격의 형성과 손익의 귀속이 거의 정확히 경제학 이론대로 구현된다. 이는 개별 주식에서 흔히 보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나 사기성 거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의 해석으로는, 카르텔의 수입은 이윤이 아니라 대부분 지대(rent)이다. 경제학에서 지대는 공급이 제한된 자원의 소유에서 발생하는 수입니다. 그렇다면 카르텔이 소유하고 있는 그러한 공급이 제한된 자원은 무엇일까? 불법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배짱이나 부패의 커넥션이다. 카르텔의 수입은 또한 독과점에 의한 초과이윤이다. 마약 카르텔의 경우 독과점은 너무나 당연하며 (안 그렇다면 그 많은 영역싸움과 살인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 사업의 본질이다. 바로 이 점에서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의 관계가 분명해진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전재로 하며, 공정하지 않은 경쟁은 정의에 의해 경쟁이 아니며, 그 공정은 법치에 의존한다. 한마디로 법치가 없으면 공정한 경쟁이 없고, 경쟁이 없으면 시장경제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마약 카르텔의 수입은 지대이거나 독과점 이윤이다.

 

경제학은 미시경제학이든 거시경제학이든 가치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시장주의에는 앞서 언급했듯, 법치, 공정, 경쟁이 내재되어 있다. 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나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칼 맑스나 그들의 대표 저작에서 가치를 가장 먼저 다루었다. 현대는 가치의 혼돈 시대이다. 경제학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가치부터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21.11.12

최원영



[1] 소프트웨어와 사용권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다.

[2] 이는 결국 보조금의 문제이며,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다.

2021년 11월 3일 수요일

빌 게이츠 원자로

 빌 게이츠 원자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에 더해 최근에는 지구가열(global heating)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금세기 들어 기후변화는 분명해져서 더 이상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으나,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기후변화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었다. 지구 환경이 인내할 수 있는 시간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핵발전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임을 부정하는 정치인과 그에 맹종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 호주 등 한국보다 더한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 5년간 산업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할 정도로 급속하고도 과격한 정책변화로 체감하는 소위 탈핵정서는 전세계에서 제일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가시성이 높고 보도도 많이 된 빌 게이츠가 추진하는 원자로를 제목으로 하였다. 내용상으로는 기존의 원자로와 제목의 원자로처럼 새로 연구되고 추진되는 원자로를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기존 원자로의 기본적인 구성

경수로, 중수로, 가압경수로, 가압중수로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고, 그에 연결된 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한다는 면에서는 같다. (경수로와 중수로는 둘 다 물이지만, 둘의 차이는 중성자 흡수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필요한 핵연료 농축도가 다르다. 이는 핵물리학의 영역으로 여기서는 더 이상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비등수형(boiling water reactor)은 원자로에서 물이 끓어 바로 증기를 발생시킨다. 반면 가압형(pressurized water reactor)300도 정도의 뜨거운 물(증기가 아님)을 열교환기로 보내 거기서 증기를 만든다. 물이 300도에도 기화하지 않으려면 155기압이라는 매우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가압형).


그림 1 비등수형 원자로[1]

그림의 원자로압력용기의 상부는 비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수증기가 있는 공간이다. 이 증기가 터빈을 돌리고, 터빈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터빈을 통과한 증기는 다시 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냉각을 해서 다시 원자로로 돌려보낸다.

 

 

그림 2 가압수형 원자로[2]

위 비등수형과 다른 점은 원자로압력용기 내에 열교환기(증기발생기)가 있다는 것이다. 300도 수준의 고온/고압 물은 증기발생기에서 외부 물을 수증기로 만들지만 원자로 압력용기 내부에서만 순환한다. 발전에 쓰이는 물 내지 증기는 원자로 내부의 물과 격리된 별개의 순환을 통해 터빈 및 발전기를 구동한다.

 

비등수형과 가압수형은 방사선 누출 대비 효율의 장단점이 있다. 이 역시 공학적인 문제라 여기서는 더 이상 자세히 거론하지 않는다.

 

위 그림의 출처 중 하나이지만, [에너지단열경제] 신문사 기사에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TMI, 체르노빌, 후쿠시마

1979년 발생한 미국 쓰리 마일 섬(Three Mile Island, TMI) 사고의 원자로는 가압형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원자로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원자로 공히 비등수형 원자로이다.

TMI와 체르노빌 사고는 인재이다. TMI의 경우에는 시스템의 복잡성이 당시 운전자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것이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체르노빌의 경우 점검 내지 시험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설계상의 문제와 함께 운전자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 근본 문제였다. 후쿠시마의 경우 쓰나미에 의한 침수로 비상 발전기가 모두 작동 불능이었고, 그 결과 원자로 냉각이 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이들 세 사건은 각각의 별개의 원인이 있지만, 물을 냉각수로 사용한 것이 공통적이고, 최근 추진되는 신형 원자로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역사의 무게와 관성

원자력은 핵폭탄에서 비롯되었다. 산업은 검증된 기술을 선호한다. 애초에 최초의 핵폭탄인 리틀 보이는 우라늄 핵폭탄이다. 두번째 핵폭탄인 팻 맨은 플루토늄 핵폭탄이다. 플루토늄은 자연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원자로에서 무기급 우라늄 생산의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우라늄은 토양에서 매우 희소한 성분이다. 최근 연구중인 토륨(Thorium)과 비교하면 채굴과 정제가 매우 비싸다. 우라늄은 핵폭탄으로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이후 상용 원자로에도 사용되었다. 다른 물질로 핵발전을 할 수 있겠으나, 당시 기술로 검증된 물질을, 당시 기술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열전달 물질로 물을 사용한 것이다. 터빈을 가동하는 데에는 물이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원자로 열전달 물질로 물은 문제가 많다. 원자로에서 바로 증기를 만들면 (비등수형 원자로) 그 증기는 방사선을 포함할 수 밖에 없고, 증기 터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누출되는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다. 물은 1기압에서 100도에서 기화하기 때문에 원자로 내의 물로 증기를 만들지 않고, 열교환기를 통해 분리된 시스템에서 증기를 만들려면, 앞서 언급한대로 155기압이라는 어마한 압력으로 기화를 막아야 한다. (일상에서 경험 가능한 예를 들자면, 등산 갔을 때 밥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기압이 낮아지면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지며, 그래서 쌀이 잘 안 익는 것이고, 압력밥솥은 기화가 없기 때문에 100도가 훨씬 넘는 온도에서 가열할 수 있기 때문에 밥이 빨리 된다.) 둘 다 본질적으로 위험한 방식이다.

최초 물을 원자로의 열전달(=열교환 매체, 냉각제)물질로 사용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한번 물을 사용하면서 역사의 관성으로 다른 물질은 기본적으로 배제되었다.

 

빌 게이츠 원자로[3]

빌 게이츠가 새로운 원자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기사는 많이 있다. 그러나 그를 수행할 회사인 TerraPower 홈페이지를 봐도, 개발중인 원자로에 대해 의미 있는 정보가 없다. 이에 개념상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용융금속원자로[4]를 대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는 위 그림 2 가압수형 원자로와 별 차이 없다. 물 대신 금속을 열전달체 내지 냉각제로 사용한다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이다. 터빈을 돌리기 위한 증기를 생산하기 위한 온도(가압원자로의 경우 300)를 물 등 기화가 되는 물질로 하면 압력이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증기 생산을 위한 충분한 온도에도 기화가 되지 않는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런 물질은 많이 있다. 수은, 나트륨, , 주석 등이 연구되거나 실제 적용되었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이다. 어는 온도(용융점) -39도이고, 끓는 점(비등점) 357도이다. 일단 용융점과 비등점만 보면 이상적인 물질이다. 비등점은 열교환기에서 물 증기를 만들기 충분하고, 용융점은 상온에서 액체이기 때문에 원자로의 유지보수에 매우 유리하다 (원자로를 중지해도 액체 상태이므로 쉽게 빼낼 수 있다). 문제는 수은이 독성이 너무 강해서 한 개의 실험용 원자로만 있었고, 이후로는 적용되지 않았다. 납은 용융점이 327도이고, 비등점이 1749도 이다. 주석은 각각 232, 2602도이다. 납은 소련(러시아) 잠수함 원자로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고, 주석은 실제 사용된 적은 없는 것 같다. 한국의 SMR은 납-비스무트 합금을 냉각제로 사용한다.

 

소금은 용융점 98, 비등점 883도이다 (나트륨은 각각 371, 1156). 소금을 냉각제로 사용할 경우, 비중 등 다른 물리적 특성은 별개로, 좋은 특성이 많다. 용융점 98도는 상온에서는 고체지만 그 정도의 온도는 다른 장치에 손상 없이 충분히 가열하여 액화시킬 수 있고, 비등점은 기화로 인한 폭발력이 있는 압력의 증가 위험성이 충분히 낮은 수준이다.


그림 3 액체금속 원자로[5]

위 그림 3은 그림 2와 구조적으로는 같다. 유일한 차이는 냉각재가 물에서 액체 상태의 소금으로 바뀐 것이다. 물을 냉각제로 사용할 경우 비등점이 낮아 증기가 발생하며, 비등점 원자로이든, 가압형 원자로이든 가스화된 냉각제가 만드는 높은 압력이 본질적으로 위험하고, 따라서 증기를 만들기 위한 온도(300)에서 기화되지 않는 물질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이다.

 

액체금속 원자로의 장점

액체금속 원자로의 장점은 기본적인 설계 개념상 위에 언급한 원전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냉각제인 금속이 원자로의 온도가 낮아지면 소금이나 금속인 냉각제 자체가 원자로를 밀봉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흑연 제어봉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인데, 이는 별 이슈가 안 되는 것을 봐서는 그 부분은 문제가 없는 듯하다.


SMR (Small Modular Reactor[6])

SMR은 문자 그대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투브에 수 많은 동영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처음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해수 담수화 설비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가장 현실적인 용도로 보았다. 담수화 설비의 위치가 해안에 근접하고 전력을 자체 조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군에서 이동식 SMR을 만들어 오지 기지에서 사용할 계획이라는 기사도 본 적 있다.

SMR은 작고, 모듈화 되어 있다는 점만 알려진 개념적인 정의이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처럼 원자로, 발전소, 냉각시설 등 “플랜트” 차원이 아닌 어떤 식으로 통합 및 소형화 하든 “설비” 차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이 심지어 이동형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그 작동방식은 아마도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의 원자로와 비슷할 것이며, 이들은 모두 액체금속 혹은 액체 소금을 냉각제를 사용한다.

 

토륨(thorium) 원자로[7]

1960년대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로 연구가 있었으나, 1973년 폐기되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관련 기사나 동영상이 나타나고 있다. 옹호론자의 주장을 들으면 안전성이나 경제성 모두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다. 비판하는 쪽의 주장은 모든 면에서 실현불가한 소설이다.

인도는 토륨 기반 고속증식로를 2012년 완공 예정으로 착수했다. (이후 진행이나 완공 여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2011년부터 가동중이라 한다. 러시아도 2012년 고속증식로를 완공하였고, 2016년 최대출력 가동을 했다고 한다.[8] 일본은 2010년 몬주 시험 원자로[9]를 가동했으며, 이는 소금을 냉각제로 쓰는 고속증식로이다.

증식로(breeder reactor) 혹은 고속증식로(fast breeder reactor, FBR)는 원자로 가동으로 만들어지는 폐연료봉에서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를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이론 혹은 소설로 치부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토륨 및 증식로에 대한 정설이 없고, 나는 이를 심지어 짐작이라도 할 만한 지식이 없기에 이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토륨의 경우 현재와 같은 고체 상태가 아닌 액체 상태로 만들어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능만 하다면, 안전성이나 효율면에서 획기적일 수 있다는 짐작은 한다. 증식로의 경우 상용원자로에서는 현재 기술로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비키니 수소폭탄 실험[10]에서 증명이 되었듯 가능한 이론이다. (당초 제작 및 실험한 과학자들이 예상 못한 2차 핵반응으로 예상 폭발력을 훨씬 초과하는 폭발이 있었다. 이는 증식로의 원리와 기본적으로 같다.)

 

결론

앞서 언급한 3대 원자로 참사로 원전 산업은 누구나 2인자가 되고 싶어하는산업이 되었다. 선도적인 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개발이 아니라 인허가 과정이고, 선도자의 인허가 과정을 지켜보면 2인자는 손쉽게, 거의 공짜로, 가장 큰 난제인 인허가의 해법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혹은 정부의 지원으로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빌 게이츠 원자로도 마찬가지이다.

토륨은 기술신비주의, 심지어 사기 일수도 있다. 그러나 몇몇 이론이나, 성과나, 심지어 아이디어라도 차용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가능성 자체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빌 게이츠가 왜 원자로에 이토록 집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적 인물이고, NGO를 통해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였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는 사업가이고, 사업가는 그리 순진하지 않다. 이 사업을 포함 많은 것을 그와 함께하고 있는 웨렌 버핏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유일한 답은 (다른 고결한 목적은 일단 인정하고 접어두고) 사업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핵발전 없는 탄소중립은 좋게 봐도 허구이거나 사기며, 강하게 말하면 조현병이다. 다행히 모두에 쓴 대로, 극심하고 일상화된 기후변화로, 더 이상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양식 있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의 과제는, 따라서, 핵을 어떻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만드나이다. 안전 문제는 3대 참사의 심리적 트라우마 극복이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는 충분히 극복되었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되어 있다. 반감기가 획기적으로 짧은 핵연료 물질이 없다면, 결국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과제일 것이다.

 

2021.11.4

최원영



[1]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kyhero01&logNo=100157427903

[2] http://m.kie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560680612620

[3] https://en.wikipedia.org/wiki/TerraPower

[4] https://en.wikipedia.org/wiki/Liquid_metal_cooled_reactor

[5] https://www.britannica.com/technology/nuclear-reactor/Liquid-metal-reactors

[6] https://en.wikipedia.org/wiki/Small_modular_reactor#Cooling

[8] https://en.wikipedia.org/wiki/Breeder_reactor#Future_plants

[9] https://en.wikipedia.org/wiki/Monju_Nuclear_Power_Plant

[10] https://en.wikipedia.org/wiki/Nuclear_testing_at_Bikini_Atoll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항공기 엔진

 항공기 엔진

 

최근 한국산 본격 전투기 KF-21 개발 관련 보도도 많이 나오고, 그 엔진까지 자체 개발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는 한 정리했다.

 

항공기용 엔진의 종류

피스톤 엔진

그림 1 사이클론 엔진

과거 쓰이던 피스톤 엔진이다. 현대에는 자동차 엔진처럼 생긴 엔진을 보통 사용한다. 사진의 엔진은 9개의 실린더가 한 개의 크랭크 축에 연결되어 있다. 크랭크 축이 나타난 사진을 보면 30년대 기술이지만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이다. 사진 오른쪽은 프로펠러인데, 피치 조절이 안 되는 것 같다. 현대의 프로펠러는 아래 터보프롭의 경우처럼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하의 모든 엔진은 터빈 엔진이다. 왕복 운동하는 피스톤과 실린더가 없다. 터빈 엔진은 구성을 아주 간단히 말하면, 공기 압축 연소 터빈 회전 등 3단계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이는 모든 터빈 엔진에서 같다.

 

가스 터빈 엔진

가스 터빈 엔진은 항공기용은 아니지만, 가장 간단한 터빈 엔진이라 이하 다른 터빈 엔진과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그림 2 가스 터빈 M1A1 탱크 (brainstudy.info)

아마도 가스 터빈 엔진을 사용하는 탱크는 미국의 M1A1이 유일할 것이다. 연비는 아주 나쁘지만, 체적대비 출력이 워낙 좋아 채용한 것으로 안다.

그림의 오른쪽이 흡기구이고, 왼쪽이 배기구이다. 배기구쪽 동력축은 바로 변속기와 연결된다. 아래 헬리콥터에서 주로 쓰는 터보샤프트가 연비 면에서는 더 나을 것으로 보지만, 야전에서의 정비성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간단한 구조로 설계한 결과라고 짐작한다.

 

터보프롭


그림 3 터보프롭 (James Provost)

위 그림은 터빈 엔진의 출력을 프로펠러 가동에 전적으로 사용한다. 터빈 엔진의 구조는 아래 터보팬이나 터보젯 엔진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위 사진에서 프로펠러를 자세히 보면 블레이드가 회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주 소형 항공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터보프롭 엔진은 이러한 가변 피치 프로펠러를 사용한다.

 

터보샤프트


그림 4 터보샤프트 (MechStuff)

주로 헬리콥터에서 사용한다. 위 그림의 “To shaft & rotor blades”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 동력축이며 여기에 헬기 블레이드(날개)가 연결된다.

그림의 좌측이 흡입구이고, 바로 뒤에 동력축, 압축기, 연소실, 터빈이 있다. 그림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압축기는 8단에 원심력 방식 압축기가 추가되어 있고, 터빈은 6 (혹은 7-5) 구성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다른 터빈 엔진과 비교하면 압축기 대비 터빈이 많은 편이다. 그림의 오른쪽 배기구 형상은 직선이 아니기에 추진력을 얻는 구조는 아니며 순수히 연소가스를 배출하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터빈 단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짐작한다. 터보팬의 경우 팬을 가동하기 위해서 터보샤프트에 비해서는 터빈 팬 단 수가 적고, 전투기용 터보젯의 경우 보다는 더 많다. 이는 추력을 어디에서 얻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추력이 분사에너지()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터빈은 엔진 가동에 필요한 정도만 있으면 되고, 팬이나 샤프트 경우처럼 출력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는 경우에는 터빈이 많은 구동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터빈 단 수도 많다.

 

터보팬


그림 5 터보팬 (Rolls-Royce Trent 1000)

대부분의 상용 제트기에서 볼 수 있는 엔진이다. 사진은 B787 등 최신 항공기에 쓰이는 최신 터보팬 엔진이다.

그림의 왼쪽에 팬이 있고, 그 뒤로 터빈 엔진(보통 코어라고 함)이 있다. 사실 위에 보인 터보프롭과 매우 유사하다. 팬이 프로펠러라고 보면 된다. 팬을 통과한 공기 중 코어를 통과하지 않고, 프로펠러처럼 바로 빠져나가는 공기 대비 코어로 들어간 공기의 비율은 (바이패스율, bypass ratio) 10:1 정도이다. 그래서 고바이패스 (hi bypass) 엔진이라 한다. 코어를 통과한 공기는 아래 터보젯에서 설명하겠지만 제트 추력을 만드는데, 추력 기준으로는 팬을 통과한 전체 공기 대비 제트 추력의 비율은 약 10:2 이다. 이는 제트 추력은 연소 가스의 비중과 속도가 바이패스 공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해 제트 추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바이패스는 10:1 이나 추력은 10:2 이다.

 

터보젯


그림 6 터보젯 F414 (GE)

사진은 미 해군 주력 함재기인 호넷(F-18 Hornet), 한국의 KF-21 등 많은 현용 전투기가 사용하는 엔진이다.

위 터보팬 엔진과 비교하면, 흡기구의 크기가 상당히 작음을 볼 수 있다. 약간의 바이패스는 있으나 흡입한 공기의 대부분은 코어로 들어간다. 그래서 저바이패스 (low-bypass) 엔진이라 한다. 그 말은 대부분의 추력을 제트 분사에서 얻는 다는 뜻이다.

 

항공기의 전기화 및 그에 따른 엔진 설계의 변화

과거 항공기는 주로 유압장치로 조종했다. 움직이는 거의 모든 부분이 유압(+공기압) 장치로 작동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날개에 붙어 있는 플랩과 슬랩, 후방에 있는 스테빌라이저, 엘리베이터, 러더, 등 수많은 장치를 유압으로 작동했지만, 점점 더 많은 장치들을 서보 모터로 작동하여 전기화(fly-by-wire) 되었으며 AESA 레이더 등 많은 장비가 전자화 되면서 전력 소요가 크게 늘었다. 이는 상용기에서 먼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지만, 군용기에 있어서도 같은 소요는 존재한다. 특히 레이저 무기(airborne laser, ABL)는 비록 초창기 B747 기반 YAL-1 ABL 프로그램은 폐기되었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어떠한 목적과 형태의 ABL이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군용 항공기에 있어서 엔진에서 전력을 얻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엔진 시동

항공기 설계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시동 모터는 시동시에만 가동하고, 최초 시동이나, 특수하게 공중에서 재시동하는 경우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으며 무게도 상당하다. 상용기의 경우에는 운항을 위한 추력 생성이 아닌 순전히 기체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보조엔진(auxiliary power unit, APU)을 갖고 있다. APU는 전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공기도 만든다. 군용 항공기는 아마도 없을 듯 하고, 특히 전투기는 분명 없을 것이다.

최신이 아닌 경우, 보통의 상용기는 APU에서 만든 압축공기로 엔진을 불어서시동을 건다. 한 엔진이 시동이 되면, 그 엔진에서 만든 압축공기(bleed air)로 다른 엔진을 시동한다. 경우엔 따라서는 지상에 있는 장비가 압축공기를 공급하여 항공기 엔진을 시동한다. 군용 특히 전투기의 경우에는 아마도 모두 지상 장비로 시동할 것으로 짐작한다.

 

발전기-모터 (variable frequency starter-generator, VFSG)

전투기의 경우 시동 모터는 필요 없다 하더라도, 항전장비 등 전력 수요는 현용 전투기도 상당하기 때문에 발전기는 있다. 최신 상용기 엔진은 모터 겸 발전기(starter-generator)를 사용한다.


그림 7 GEnx VFSG

위 최신 GE 엔진에는 VFSG가 보인다. 컷아웃 뷰가 없지만, 짐작컨데 저속 압축기 축에 기어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는 전력 소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에는 무난하나, 훨씬 많은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다른 설계가 필요하고, 최근 연구되고 있는 것이 코어의 구동축에 VFSG를 통합하는 것이다.

 

아래 F-414 엔진의 컷오프 뷰에 VFSG의 가능한 위치를 예시하였다. 물론 구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필요가 없어서 안 했지, 기술적인 문제로 못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할 경우 엔진의 구조가 간단해진다는 또 다른 유인도 있다.


그림 8 F414

 

KF-21

현재 KF-21은 위 GE F-414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국산 엔진을 개발할 경우, 동축 VFSG를 적용하고, 그에 맞춰 ABL을 장착해서 미국도 놀랄 전투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2021.10.30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