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1일 수요일

케인즈 [일반이론] - 서지학 관점에서 본 중요성

케인즈의 [일반이론]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책입니다. 학계나 전공자가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지학 관점에서도 그런 것 같은 경험을 해서, 그것을 소재로 한 줄 씁니다. (서지학 및 출판 용어는 확인하지 않아, 틀릴 수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영어판은 Harvest Harcourt Brace 1964년 판 (Harvest 원판은 1953) 1991년 쇄 입니다. 아래 사진이 있지만, 1996년 이 책을 샀을 때 인쇄 상태가 왜 이리 낡은 책 같은가의문이 있었습니다. 활자체도 구식이고, 조판도 읽기 불편하고, 인쇄도 그리 깔끔하지 않습니다. 원판은 1936년 영국 Palgrave Macmillan 출판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 원판을 찾아보니 매물이 있고 (3천만원 정도), 내용 사진 두어 장이 있어 Harvest판과 Macmillan판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활자체, 조판, 쪽번호 등 모두 같습니다. 인쇄상태는 Macmillan판이 더 깔끔합니다. 인쇄 과정은 잘 모르지만, 보기에는 동일한 활자판이나 그것의 본을 그대로 써서 쇄가 거듭될수록 인쇄상태는 열화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이론] 1936년 원판이 나온 지 85년이 되었으니 수천만 부는 팔렸을 겁니다. 1946년 케인즈 사망할 때까지 (출판 이후) 10년간 한번도 개정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1996년 산 책도 원판과 내용도 조판도 완전히 동일합니다. 서체나 줄간격 등 사소한 변화도 쪽번호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쉽게 바꾸기 어렵고, 서체 등이 주는 어떤 감각적느낌도 바꾸기 싫었나 보다 짐작합니다. 결론적으로 영어판은 모두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어판은 원판과 같은 해인 1936년 출판되었으며 케이즈의 일어판 서문이 있어 놀랐습니다. 한글판은 여럿 있지만 어떨지 궁금합니다.

 

아래 사진은 스페인어 판, 2022년 쇄 입니다. 인터넷에서 pdf 파일로 구할 수 있지만, 저는 종이책을 선호하기에 미국 Amazon에서 구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처음 pdf이든 종이판이든 스페인어 판을 접하고 궁금해진 점은 중간중간에 있는 대괄호 안의 숫자였습니다. 아래 빨간 원으로 "[383]" 표시했습니다. 원판, 즉 영어판의 쪽번호입니다. 다른 언어 판도 이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영어판으로 위 스페인어 판에서 대괄호에 표시한 383 쪽입니다. 워낙 유명한 구절이라 한글 번역 인용 합니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思想), 그것이 옳을 때에나 틀릴 때에나,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밖에 별로 없는 것이다. 자신은 어떤 지적(知的)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고 믿는 실무가(實務家)들도, 이미 고인(故人)이 된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인 것이 보통이다. 허공(虛空)에서 소리를 듣는다는 권좌(權座)에 앉아 있는 미치광이들도 그들의 미친 생각을 수년 전의 어떤 학구적(學究的)인 잡문(雜文)으로부터 빼내고 있는 것이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조순 역))

 


[일반이론]의 경우 원본이 변하지 않았기에 번역본에서 이러한 원본 쪽번호 기입이 가능합니다. 참조에 매우 편합니다. 셰익스피어나 세르반테스의 작품도 판본 정보까지 있어야 참조나 인용이 가능합니다. 판본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성경이나 쿠란은 모든 문장에 숫자를 붙여 출전을 확실하고 신속하게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들 종교 경전의 경우 문장이 비교적 짧아서 번호를 붙일 수 있는데 이들 경전의 편집자들이 최소한의 일종의 정리는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봅니다. 성경의 경우엔 번역에 관대하므로, 그러한 편집도 필요하다 인정했을 겁니다. 쿠란의 경우엔 알라가 아랍어로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정리도 부정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번역 자체를 (하긴 하지만) 반기지 않고, 신도에게 아랍어를 배우도록 권장하며, 실제 많은 중동지역 외 무슬림도 아랍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번역의 과정이 개입되면 불가피하게 상호 내지 원본 참조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반이론], 특히 스페인어 판에 있는 본문 내 원본 쪽번호 표시는 참조에 편리합니다. 케인즈는 거시경제학이란 한 학문의 시조이며 (유일한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일반이론]은 거시경제학의 불멸의 교과서입니다. 원칙적으로 보다 중요합니다. [일반이론]도 내용이 더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쪽번호로 원본을 참조하는 것은 제가 본 유일한 경우입니다. 종이책 같은 물리적 책이든, pdf 파일 같은 논리적 책이든, 내용을 떠나 으로서 특이한 경우입니다. 그만큼 완벽하고,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마치며, 퀴즈 하나 제시합니다. Macmillan판을 3천만원에 구입하면 관세가 붙을까요? 서적은 보통 관세 면제입니다만...

 

2022.9.22

최원영

2022년 9월 15일 목요일

Seoulite

서울사람을 영어로 Seoulite라 합니다. 어디어디 사람, 어느 어느 파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를 영어로 demonym이라 합니다. Demo는 사람, nym은 이름이라는 뜻의 그리스 어원입니다. 영어의 경우엔 보통 명사(고유명사 포함)의 형용사형을 demonym으로 씁니다. 이는 언어마다 다릅니다. 제가 언어학에는 지식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어 경우엔 보통 뒤에 ”, “”, “사람등 추가적인 단어를 붙여 만들지만, 그것을 demonym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어의 demonym은 그리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영어가 불어 등 많은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은 것도 이유이겠지만, 어학적인 원칙인지, 다른 원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어는 현지에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많은 언어의 원칙이기 때문에 한국어도 영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어의 demonym 중 불규칙한 것들에 대해 그 어원(etymology)이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 파악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Seoulite: Seoul 사람. 명사의 끝 철자가 “l”이면 “ite”를 붙여 형용사형을 만들어 demonym으로 씁니다. 이 정도는 그나마 규칙적인 경우입니다.

Quebecoi: Quebec 사람. 캐나다 퀘벡이 불어권이라 불어식 형용사형 어미 “oi” 사용되었습니다.

Peruvian: Peru 사람. 비교적 규칙적인 경우라면 Peruan 정도로 짐작되는데, 난데 없는 “v(i)”가 중간에 들어갔습니다. 찾아보니 페루의 고대국가 잉카의 케추아 어로는 맨 뒤에 음가상 “w”가 있고, 형용사형으로 만들기 위해 “ian”을 붙이면서 “w”가 살아난 결과입니다. 음성학적 원리로 “w”는 이러한 경우 보통 “v”가 됩니다 (안 그러면 발음 불편).

Salvadoreño(a): 엘살바도르 사람. 영어는 아닙니다만, 평소 궁금하던 경우입니다. El Salvador는 중미의 국가입니다. 국가명이 특이한 경우인데, 스페인어로 구세주는 “salvador”, 정관사 “el”을 붙이면 예수 그리스도가 되고, 첫대문자가 되어 “Salvador”가 됩니다. Salvador 자체도 구조하다라는 동사 “salvar” demonym입니다. 그래서 엘살바도르의 demonym이 궁금했는데, 스페인어식 demonym 어미인 “eño”(남성), “eña”(여성)을 붙여 일종의 해결을 하였습니다Salvadoreño(a)는 demonym demonym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Norwegian: 노르웨이 사람. Norway (거의) 규칙적인 형용사형 어미 “ian”이 붙은 것 까지는 뻔한데, 그리고 “g”가 들어가면 음성학적 원리로 다른 부분들이 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대체 왜 “g”가 끼어들어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Peruvian의 경우처럼 노르웨이어의 특이점으로 뭔가 숨겨진 음가나 (음성학), 문법적인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도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은 못 찾았습니다.

 

Pakistani

이 단어는 별도의 한 항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인입니다. 보통의 영어 demonym Pakistanian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짧아서 좋기는 하지만, Pakistani 일까 상당히 오랜 기간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아랍어는 단 하나도 모르기에) 그냥 짐작입니다.

 

아랍어의 영어 표기인 “jihad”는 성전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demonym “i”를 붙인 “jihadi”성전인이 되고, 복수형 “n”을 붙인 “jihadin”성전인들이 됩니다 (그런 말이 실제 있는지는 모릅니다). 접두어 “mu”무었을 하는 사람의 의미로 이를 붙이면 “mujihadin”이 됩니다. 물론 그런 단어 없습니다. 아랍어의 음성학 혹은 문법적 원칙이 적용되어 최종적으로는 “mujahedin”, “mujahidin”, “mujahideen” 등이 됩니다. 철자나 첫대문자는 영어 표기법의 문제이니 그냥 넘어갑니다.

 

Pakistani… 다시 돌아가면, 파키스탄의 아랍어식 demonym이란 (제 사견으로) 결론입니다. 좀 더 (과격한) 추론을 하자면, 파키스탄에서는 아랍어가 광범위하게 쓰인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고유명사나 demonym은 현지에서 쓰는 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면, 합리적인 짐작입니다. 파키스탄은 무슬림(이슬람, 약간의 정치적인 의미의 차이는 있음) 국가이고, 이슬람교는 쿠란이 알라()이 직접 마호멧에게 말한 것이기 (또는 그리 믿고 있기) 때문에 번역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무슬림 국가에서는 그런 이유로 아랍어를 배웁니다.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제가 확인한 바가 없기에) 짐작합니다. Pakistani 한 단어, demonym으로 많은 것을 (정확하든 아니든) 유추할 수 있습니다.

 

Pakistan… 또 한가지 평소 궁금한 점… “stan”은 아랍어가 아니라 산스크리트 어로 의 의미입니다. 산스크리트 어는 현재의 인도 등 남아시아의 인도-아리안 (혹은 인도-유럽) 계통의 언어입니다. 인도로부터 가장 먼 북쪽의 카자흐스탄은 물론, 현재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역시 험준한 지형 때문에 그다지 교류가 없었을 것 같은데, 심지어 국호까지 산스크리트 어의 흔적이 있는 것은 어떤 사연일까요? 이건 다음 숙제로 천천히 찾아보겠습니다.

 

언어가 신의 선물이든, 인간의 위대한 발명이든, 경이롭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데, 역사가 ()어학과 결합하면 etymology가 됩니다. 누구나, 호기심만 있다면, etymology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래서 예상 못 한 곳(지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으로 인도하는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이 정도로 마치며, 선문답 하나를 제시합니다. 과연 바벨 탑 이전과 이후의 세상 중 어떤 것이 더 (다른 모든 측면은 제외하고) ‘재미있을까요?

 

2022.9.16

최원영

2022년 3월 31일 목요일

2022 전후의 세계

 2022 전후의 세계

 

올해 2022년을 기준으로 그 전의 세계와 그 후의 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화(globalization) 일시정지

보통 세계화라 하면 WTO로 대표되는 1995 세계무역질서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50년 전인 2차대전 이후 폭발적인 무역의 확대, 심지어 19세기 식민지 시대를 무역의 관점에서는 근현대의 세계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무역은 그렇지만, 오히려 인구의 이동이 더 중요하다 볼 수 있고, 그런 관점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에 따른 이민의 폭증, 식민지 시대의 인구이동, 더 길게 보자면, 몽고의 침략과 그로 인한 중세 유럽의 형성이 역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시진핑의 국제적 패권 도전 및 그로 인한 최근 공급망재편 WTO체제의 종언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 많은 무역규제는 WTO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과거에는 WTO에 제소하고, WTO세계 무역 법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현재는 원고 입장인 나라도 WTO 제소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피고 입장인 나라도 WTO의 결정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WTO는 무력하고, “잊혀지고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인 사망선고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생체정보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시체제는 이민은 물론 관광까지도 인적세계화를 위축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중국으로의 입국은 용감하거나 무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 될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은 중국발 공급망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결말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다. 세계경제는 미국 중심의 민주진영과 그 반대편의 독재진영”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 이 표현을 쓰지만, “전체주의진영”, “권위주의진영”, “계획경제진영등 어떠한 이름이든 민주주의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진영과 반대편에 있다는 점에서는 같고, 그것이 핵심이다.) 2개의 세계로 분리되고, 양진영간 무역은 현격히 감소할 것이다. 이것이 공급망재편의 핵심이다.

 

세계화 내지 무역의 이론을 살펴보면,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설명으로, 어떤 나라가 어떤 상품을 생산할 때 절대적인 우위가 없다고 해도, 상품별 생산의 비교우위가 있다면 무역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Wikipedia(“비교 우위”)로 대신한다. “비교우위론의 문제는 각 나라는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의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국제적 분업이 결과된다. 안보 등 어떠한 이유로든 비교우위가 아닌 기준으로 국제적 분업이 방해 받게 되면,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은 크게 제한 받게 된다. 이것이 현재 진행중인 상황이다. 무역의 축소는 시장의 축소이고 이는 결국 세계총생산의 감소로 결과된다.

 

Pax Americana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드디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운 듯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20년간(2001-2021)의 전쟁과 굴욕적인 철수를 통해 마침내 미국은 뭔가 배운 듯하다. 양대 대전 참전과, 한국전쟁과 월남전 등은 사실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공화 양당 공히 공유하는 미국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이들 전쟁 및 참전의 의미, 목적, 결과는 다 다르지만,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세계정책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증거이다. 미국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정책적, 철학적 변화의 결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크고 명백한 아이러니는 러시아의 허약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에는 소련의 힘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소련은 결국 붕괴했다. 당시 10년의 전쟁으로 소련은 계획경제자체의 모순에 더하여 전쟁으로 인한 체력 손실이 붕괴의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30년후 푸틴의 러시아는 경제적 체력을 상당히 회복하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는 다시 또 붕괴할 것으로 본다. 군사력은 거의 황당한 수준이다. 정보 왜곡, 상황 오판, 작전의 실패도 원인이지만, 나는 군의 부정부패를 중대한 원인으로 본다. 러시아 무기나 장비는 러시아 군의 부정부패로 장비의 일부나 전부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량인 경우도 많다. 예비물자 도난 등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기갑연대 사령관이 자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 상황의 실체적 진실은 현재로는 알 수 없으나, 전황만 봐도 상당부분 진실이라고 본다. 중국은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거나, 라이선스 생산하거나, 아예 도용해서 만들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중국 짝퉁은 러시아 진품의 주요 부품(대표적으로 전투기 엔진)을 제대로 복사하지 못해 완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이 심각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도 이른바 카탈로그 성능과, 이번에 증명된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짝퉁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내심 이들 무기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우려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미국의 경제 및 금융제제의 위력이 이번에 확실히 증명되었다. 트럼트 시절 동맹 와해는 대체적으로 복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직도 건재하다. “하드 파워인 군사력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이 없기 때문에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전, 전자전, 네트워크전 등 다방면에서 최근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증명이 된 부분도 있다.

 

종합하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미국은 더, 그리고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많은 소위 전문가들이 미국과 서구의 몰락을 말할 때, 오히려 미국은 환골탈태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소프트, 하드 모든 면에서 미국은 더 강해지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의 단극체제, Pax Americana는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많은 도전과 표면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얻었고, 이제야 전략과 정책에 반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 2 Pax Americana가 올 것이고, 이미 왔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2022년 일종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단계가 된 듯 하다. 코로나 상황 아주 초기 전문가(의사와 과학자)들의 진단은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대믹(pandemic)은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고,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50-60%가 감염 및 치유되어야 달성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 그리 되고 있고, 최근 한국 상황이 그 증거이다. 일종의 총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도시봉쇄(상하이 봉쇄가 최근의 예)는 무지 혹은 이념화된 사이비 과학의 결과이다.

 

코로나는 이미 알려진,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증명이 되겠지만, 코로나 전후의 세계는 같을 수가 없다. 최근 이른바 “with Corona” 정책으로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도 재개되고 있지만, 그 양태는 크게 바뀌었다. 한국을 기준하면, 아무나 살 수 있는 재화에서 사치품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양태도 탐방에서 휴양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 경험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경제적 타격이 적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겠지만, 공급망 재편와 생산지 선정은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화

시진핑과 푸틴에 의한 역사 도돌이()”에 개인적으로 매우 좌절했다. 역사의 진보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희망을 심고 있다. 그 동기는 아래에 쓰지만, 그 동력은 집단기억집단지성이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만든다하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유를 만든다. 중국은 이들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통제를 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없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를 없앨 수 없었듯이,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없앨 수는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독재국가의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지만, 이는 역사 이래 모든 기술의 공통점이다. ,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그러나 이들 기술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진실은 죽지 않고, 죽어도 부활한다. “집단지성이 이를 가능케 하며, “집단기억이 역사의 진보를 만든다. 이 두 단어의 공통어인 집단은 민주주의의 전제(필요)조건이자 유발(충분)조건이다. 현재의 민주주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민주주의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가 될 것이다.

 

2022.3.31

최원영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푸틴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푸틴

 

유튜브, 팟캐스트, 블로그 등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보통 “1인 미디어라고 한다. 그 내용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그 중 뉴스 혹은 시사평론을 컨텐츠로 하는 것을 “1인 뉴스 미디어라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제도권 언론의 보조나 대안으로 “1인 미디어를 시청하며, 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인 뉴스 미디어의 문제를 절감하면서, 이와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자주 보는 “1인 뉴스 미디어유튜브 채널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일상적으로 보고, 심지어 운영하는 기자(전직 제도권 기자였고, 유튜브에서도 역할은 기자 내지 시사평론가라 할 수 있다, 이하 기자 혹은 이분)의 번역서도 읽었다. 다른 채널에서도 편향, 편견, 오보가 많다. 명백한 오보에도 제도권 언론에서 보는 사과나 해명을 본 적이 없다. 이분의 채널에서 많은 새로운 시각이나 의견을 접하고, 동감하고 배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기에 현재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해 이분에 대해 많은 실망이 있다.

 

이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을 것이라 하였고, 심지어 2022.2.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제한적, 단기간, 외과적 타격의 성격일 것이라 하였다. 서방 언론 대부분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할 때도, 이분은 서방의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하였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서방의 언론이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하였고, 이분은 같은 입장이었다. 이분의 분석에 공감한 나 역시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개인적 의견을 주위에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면적, 장기적, 무차별적 공격의 양상이다. 최소한 현재로는 그렇다. 침공의 범위가 우크라이나 일부일지 전부일지 알 수 없다. 현 우크라이나 정치체제를 붕괴시키고, 지도부 제거 및 친러 정권 수립이 러시아의 목표로 보이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 이후 철수할지도 알 수 없다. 민간인 희생 규모를 볼 때 군사적 목표에 대한 외과적 타격의 범위도 이미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반나치화, 반군사화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침공은 지속될 것이라고 하였다. 푸틴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불문하고, 러시아의 침공은 전면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위기가 시작된 이후 푸틴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분은 러시아 침공은 없을 것이라 했으며, 서구(, 미국)가 주장하는 허구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 적는 서방의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하였다. 이 정도로 강한 표현을 한다면, 이분 본인의 주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이분 포함 많은 사람들이 푸틴에 속았다고 본다. 어떤 평론가는 시진핑 역시 속았다고 했다. 나 역시 푸틴이 이럴 것이라고 짐작하지 않았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속을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내가 기대한 것은 (비록 그런 경우는 못 봤지만) 최소한 이분의 경우에는 어떠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한마디의 인정이었다. 이분은 본인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이분을 비난하는 분들이 많다고 하며, 이에 대한 해명으로 자신은 예언자나 점쟁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 해명 글에도 그간의 본인의 논지와 푸틴에 대한 방어가 있다. 그 해명 이전에는 다른 전문가의 장문의 글을 공유하는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다. 다른 “1인 뉴스 미디어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도, 이분에게는 기대를 했지만, 내가 본 것은 강변, 회피, 변명이었다.

 

동료검증(peer review)의 중요성

“1인 미디어의 공통적인 문제는 동료검증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주장은 전문가만이 검증할 수 있다. 이것이 동료검증이다. 물론 시사적인 내용은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동료검증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푸틴의 과거 발언과 행적, 실제 발생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자기검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사항은 충분히 동료검증이 가능하다. 서구 언론의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있다. 이는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분은 이러한 서구 언론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다. 서구 언론의 태도와 보도 내용을 도매금으로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편견이라고 간주하는 편견이 있다고 본다. 이분이 좀 더 유연하게 사고하고 자기감시가 있었다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식견과 경험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한국인이 흑백논리에 휩싸여 삼각구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한다고 하였다. “적의 적은 반드시 우군이 아니다라는 것이 삼각구도라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모습은 잘 모르겠다. 이분은 그 예로 인도를 들었다. 인도는 미국과는 대중국 협의체인 Quad에 참여하고 있지만, 방산협력 등 러시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맞고, 동감한다. 그러나, 같은 논리라면, 한국도 그렇다. 그런 한국의 한국인이 흑백논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역시 삼각구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Quad는 군사동맹이 아니다. 군사동맹이 있는 경우 삼각구도가 성립할 수 있을지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군사동맹에서는 적의 적은 우군이다”. 흑백논리도 현실에서는 해롭지만, “삼각구도는 현실에서는 허구이다 (최소한 한국 입장에서는). 나는 이분이 대서구(반서구가 아니라) 편견을 갖고 있다고 본다. 동료검증이 있었다면, 아닐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시청자의 분별력

몇몇 “1인 미디어는 편향성이 분명하다. 그 운영자들도 이를 잘 안다. Wikipedia는 동료검증을 통해 편향성을 없애도록 노력을 한다. 한국의 유사한 많은 사이트는 운영방식은 Wikipedia와 유사하지만, 결과물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짐작컨데, 이는 동료검증이 부실하고, 참여하는 동료 전문가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다 있지만,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 (아무리 시스템으로 막으려 해도) 결국은 독자 혹은 시청자의 분별력이 문제이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수 많은 “1인 미디어그리고 제도권 언론을 보면서 이를 절감한다. 문제는 분명하지만, 불행하게도, 답은 별로 없다.

 

 

2022.2.27

최원영

2022년 2월 16일 수요일

가붕개 다이제스트 (책이 되지 못한 책)

책으로 출판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많아 블로그에 전체 원고를 올립니다. 많은 비판 댓글로 부탁합니다.
제목은 처음에는 [가붕개 찍소리(하다)], [가붕개의 상식과 사실], 그냥 [상식과 사실], 등등 생각했으나, 분량과 목표 독자를 고려하여 [Reader's Digest]를 참고하여 [가붕개 다이제스트]라 하였습니다. 아래 링크 클릭하시면 전문 열립니다. 


혜독 감사합니다.

2022-2-17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