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5일 목요일

Seoulite

서울사람을 영어로 Seoulite라 합니다. 어디어디 사람, 어느 어느 파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를 영어로 demonym이라 합니다. Demo는 사람, nym은 이름이라는 뜻의 그리스 어원입니다. 영어의 경우엔 보통 명사(고유명사 포함)의 형용사형을 demonym으로 씁니다. 이는 언어마다 다릅니다. 제가 언어학에는 지식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어 경우엔 보통 뒤에 ”, “”, “사람등 추가적인 단어를 붙여 만들지만, 그것을 demonym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어의 demonym은 그리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영어가 불어 등 많은 다른 언어의 영향을 받은 것도 이유이겠지만, 어학적인 원칙인지, 다른 원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어는 현지에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많은 언어의 원칙이기 때문에 한국어도 영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어의 demonym 중 불규칙한 것들에 대해 그 어원(etymology)이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 파악한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Seoulite: Seoul 사람. 명사의 끝 철자가 “l”이면 “ite”를 붙여 형용사형을 만들어 demonym으로 씁니다. 이 정도는 그나마 규칙적인 경우입니다.

Quebecoi: Quebec 사람. 캐나다 퀘벡이 불어권이라 불어식 형용사형 어미 “oi” 사용되었습니다.

Peruvian: Peru 사람. 비교적 규칙적인 경우라면 Peruan 정도로 짐작되는데, 난데 없는 “v(i)”가 중간에 들어갔습니다. 찾아보니 페루의 고대국가 잉카의 케추아 어로는 맨 뒤에 음가상 “w”가 있고, 형용사형으로 만들기 위해 “ian”을 붙이면서 “w”가 살아난 결과입니다. 음성학적 원리로 “w”는 이러한 경우 보통 “v”가 됩니다 (안 그러면 발음 불편).

Salvadoreño(a): 엘살바도르 사람. 영어는 아닙니다만, 평소 궁금하던 경우입니다. El Salvador는 중미의 국가입니다. 국가명이 특이한 경우인데, 스페인어로 구세주는 “salvador”, 정관사 “el”을 붙이면 예수 그리스도가 되고, 첫대문자가 되어 “Salvador”가 됩니다. Salvador 자체도 구조하다라는 동사 “salvar” demonym입니다. 그래서 엘살바도르의 demonym이 궁금했는데, 스페인어식 demonym 어미인 “eño”(남성), “eña”(여성)을 붙여 일종의 해결을 하였습니다Salvadoreño(a)는 demonym demonym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Norwegian: 노르웨이 사람. Norway (거의) 규칙적인 형용사형 어미 “ian”이 붙은 것 까지는 뻔한데, 그리고 “g”가 들어가면 음성학적 원리로 다른 부분들이 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대체 왜 “g”가 끼어들어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Peruvian의 경우처럼 노르웨이어의 특이점으로 뭔가 숨겨진 음가나 (음성학), 문법적인 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도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은 못 찾았습니다.

 

Pakistani

이 단어는 별도의 한 항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인입니다. 보통의 영어 demonym Pakistanian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짧아서 좋기는 하지만, Pakistani 일까 상당히 오랜 기간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아랍어는 단 하나도 모르기에) 그냥 짐작입니다.

 

아랍어의 영어 표기인 “jihad”는 성전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demonym “i”를 붙인 “jihadi”성전인이 되고, 복수형 “n”을 붙인 “jihadin”성전인들이 됩니다 (그런 말이 실제 있는지는 모릅니다). 접두어 “mu”무었을 하는 사람의 의미로 이를 붙이면 “mujihadin”이 됩니다. 물론 그런 단어 없습니다. 아랍어의 음성학 혹은 문법적 원칙이 적용되어 최종적으로는 “mujahedin”, “mujahidin”, “mujahideen” 등이 됩니다. 철자나 첫대문자는 영어 표기법의 문제이니 그냥 넘어갑니다.

 

Pakistani… 다시 돌아가면, 파키스탄의 아랍어식 demonym이란 (제 사견으로) 결론입니다. 좀 더 (과격한) 추론을 하자면, 파키스탄에서는 아랍어가 광범위하게 쓰인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고유명사나 demonym은 현지에서 쓰는 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면, 합리적인 짐작입니다. 파키스탄은 무슬림(이슬람, 약간의 정치적인 의미의 차이는 있음) 국가이고, 이슬람교는 쿠란이 알라()이 직접 마호멧에게 말한 것이기 (또는 그리 믿고 있기) 때문에 번역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무슬림 국가에서는 그런 이유로 아랍어를 배웁니다.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제가 확인한 바가 없기에) 짐작합니다. Pakistani 한 단어, demonym으로 많은 것을 (정확하든 아니든) 유추할 수 있습니다.

 

Pakistan… 또 한가지 평소 궁금한 점… “stan”은 아랍어가 아니라 산스크리트 어로 의 의미입니다. 산스크리트 어는 현재의 인도 등 남아시아의 인도-아리안 (혹은 인도-유럽) 계통의 언어입니다. 인도로부터 가장 먼 북쪽의 카자흐스탄은 물론, 현재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역시 험준한 지형 때문에 그다지 교류가 없었을 것 같은데, 심지어 국호까지 산스크리트 어의 흔적이 있는 것은 어떤 사연일까요? 이건 다음 숙제로 천천히 찾아보겠습니다.

 

언어가 신의 선물이든, 인간의 위대한 발명이든, 경이롭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데, 역사가 ()어학과 결합하면 etymology가 됩니다. 누구나, 호기심만 있다면, etymology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래서 예상 못 한 곳(지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으로 인도하는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이 정도로 마치며, 선문답 하나를 제시합니다. 과연 바벨 탑 이전과 이후의 세상 중 어떤 것이 더 (다른 모든 측면은 제외하고) ‘재미있을까요?

 

2022.9.16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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