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8일 수요일

훈민정음 코인

 훈민정음 코인

 

우선 신문기사 하나를 링크한다: “훈민정음이 1억원”… NFT 시장 매물로[1], 부제는 국보가 나온 건 처음[.] 자금난 간송미술관, 1억씩 100개 한정판”. 참고로 NFT Non-Fungible Token의 약어로 기사에서는 대체불가토큰이라 칭하였다.

 

얼마 전 코인[2]에 관해 한 줄 쓰면서 NFT도 예기도 할까 하다 말았는데, 마침 이 기사가 나와서 쓴다. 토큰이나 코인이나 같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며 본질도 비슷하다.

 

디지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너무 장황해서 미주로 처리했다.[i]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원본과 복사본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양자화(quantization) 및 코딩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숫자나 문자로 표시된 것이기 때문에 옮겨 쓴다고 내용이 변하지 않듯, 복사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원본과 복사본이 동일하기에 원본은 존재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원본 돈키호테나 전자책이나 내용은 같다. 다른 점은 오직 종이와 활자체로 이는 이미 아날로그의 영역이다.

 

코인, 토큰, NFT 등 블록체인은 이런 디지털 콘텐츠(결국 파일)에 굳이 한 꺼풀 덧씌워서 이른바 원본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전자화폐는 복사가 불가해야 하므로 그나마 타당성이 있다.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주체가 발권 권한이 있어야 하며, 발권된 전자화폐는 원본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폐이다. 이전에 코인에 대해 쓰면서 자세히 설명하였지만, 작금의 코인 광풍의 코인은 발권주체가 미상이거나 발권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정의에 의해 모두 위폐이다. 블록 체인 기술은 원본을 증명할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잘해야 진짜 위폐일 뿐 화폐는 아니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체인이 뭔가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사실은 짐작)하는 일반인을 위해 블록체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3] 블록체인은 어떤 파일(콘텐츠)에 그 거래내역과 시점(time-stamping)블록으로 덧댄 것이다. 블록은 암호화되며 이전 블록에 계속 추가(“체인”)된다. 아주 간단하게는 이것이 블록체인이다.

 

코인 등의 경우 블록체인은 이른바 채굴(mining)”이라 하는 과정을 갖는데, 이것은 블록체인의 본질은 아니다. 채굴은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장부에 기입하는 과정일 뿐이다. 아직 전자화폐를 도입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경우[4]는 기존 코인을 국가에서 인정한 것이지 국가의 전자화폐는 아니다) 대응하는 단어는 없지만, 국가에서 전자화폐를 도입한다면 채굴보다는 보장”, “확인등의 단어가 들어간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채굴이라는 해괴한 이름은 아마도 골드 러시에서 차용한 듯하다. 중앙은행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중앙보장이 있다면 (이하 중앙은행”, “중앙보장) 한 개의 서버에서 거래를 보장하고 장부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채굴은 필요 없다. “중앙보장이 없기 때문에 코인은 다수의 분산된 서버가 필요하며, 서버가 분산된 관계로 거래의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증명(Proof-of-Work)”이나 판돈증명(Proof-of-Stake)” 방식을 사용하며 이 노동증명채굴이다. 이 부분은 너무 기술적인 문제라 넘어가지만, 하여간 중앙보장이 없기 때문에 채굴이라는 과정이 생긴 것이다. 이 채굴이라는 노동증명이 의도적으로 (전혀 쓸데 없는) 중노동인 관계로 막대한 연산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 막대한 전력소모, 냉각을 위한 환경문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산업 피해까지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블록체인의 유용성 (있다면)

블록체인의 본질은 이력관리이다. 블록체인의 실제 내용 자체가 거래내역과 그 시점이다.

최근 농축산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종자부터 유통까지 모든 이력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실물 농축산물과 그 정보인 블록체인을 일치시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가령 어떤 고기 한 팩을 살 때 실물 고기와 포장에 붙어 있는 블록체인의 바/QR 코드가 동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으나, 생산자 입장에서는 품질관리 등을 위한 추적이 가능하기에 유용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이력관리의 본질이다. 블록체인은 이력관리에 유용한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종이 이력카드나 블록체인이나 본질적인 효과는 같다.

 

코인은 현금?

(여기서 전자화폐는 국가 내지 발권은행에서 발행한 것이고, “코인은 그렇지 않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코인은 은행을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금의 대용물로 여겨진다. 이는 중앙보증부재의 효과이지 블록체인의 특성이 아니다. 현재 코인이 불법활동의 결재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유는 중앙보증의 부재 때문이지 블록체인과는 아무 관계 없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기록을 자체에 다 갖고 있다. 현실에 가장 가까운 비유를 들자면, 코인은 무한재활용수표라 할 수 있다. 전달된 모든 사람의 배서가 무한 연결된 자기앞수표라 할 수 있다. 유일한 차이는 배서가 익명이라는 점이다.

현금의 특징은 익명성과 재활용이다. 블록체인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블록체인의 본질은 이력관리이다. 현금은 이력관리없음이 그 본질이다. 나는 이전에 10만원권 수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5] 현실적으로 현금과 마찬가지인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마이크로필름 촬영 및 보관 등 처리비용이 막대하며, 현금과 달리 일회용이다. 지폐나 동전이나 재활용이 기본 목적이며, 따라서 내구성이 중요한 특성이다. 대한민국 조폐공사가 화폐 특히 동전 수출에 독보적인 것은 우월한 내구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전자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는 목적이라면 블록체인은 적합한 기술이 아니다. 거래내역이 다 기록되며, 내구성이 있을수록 (즉 재활용이 많을수록) 처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무한재활용수표의 비유를 들자면, 수표 용지가 점점 더 길어지게 된다. 처리비용을 고려한다면 중앙보증이 존재하는 전자화폐의 경우에도 블록체인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며, 코인의 경우에는 블록체인과 분산 서버의 필요성 때문에 아마도 가장 비효율적인 화폐일 것이다. 전자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이력관리가 아니라 위조 방지일 것이다. 진품확인(authentication)은 블록체인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발권은행이 전자화폐를 발행한다면 현금의 대용품을 지향할 것이며, 따라서 이력관리가 본질인 블록체인을 활용할 일은 없다고 본다.

 

모든 돈은 가짜가 있다.

돈이든 다른 물건이든 가짜를 만드는 비용이 가짜를 팔아 버는 수익보다 적은 경우 가짜는 발생한다. (특히 처벌이 약할 경우. 코인은 정의상 혹은 실질적으로 위폐이지만, 처벌은 없다.) 위폐는 동서고금 공히 있다. 대한민국에서 위폐는 뉴스 감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위폐는 일상적인 것이다. 컬러 복사 같은 조잡한 것부터 시작해서 북한처럼 국가 조직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까지 정교함의 차이는 있지만 위폐는 항상 존재한다.

전자화폐의 경우에는 모든 면에서 더 심각하다. 원칙적으로 어떠한 보안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 어떠한 시스템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까지는 해킹으로 코인을 탈취한 경우는 많이 보도되었으나, 코인 자체를 무력화 내지 무효화시키는 해킹은 들어본 바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존재하는 코인의 10억배로 수량을 늘리거나, 코인의 수량 단위를 10억배로 늘리거나, 등등 방식으로 코인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 다만, 그러한 해킹은 해커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물 화폐의 경우에는 수퍼노트의 경우처럼 거의 완벽한 위폐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유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반면 전자화폐나 코인의 경우, 비유를 하자면, “수퍼노트가 아니라 아예 달러를 통째로 없애버릴 수도 있다. 코인의 경우 이런 위험을 분산 서버를 통해 방지하고 있지만, 다시 말하지만, 어떠한 디지털 시스템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보증이 존재하는 전자화폐의 경우, 바로 이러한 해킹 피해에 대한 우려가 도입의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이다. 코인과 같이 분산 서버로 해결할 수도 없고, “중앙보증이 존재할 경우 중앙 서버에 대한 해킹 방지도 보장할 수 없다. “수퍼노트로 인한 아날로그 화폐의 피해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해킹에 의한 디지털 화폐의 피해는 통제가 불가하다.

 

훈민정음 NFT

다시 본론인 훈민정음 NFT로 돌아간다.

NFT코인 광풍: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에 의하면 훈민정음 NFT는 개당 1억원, 100개가 만들어진다. 이전에도 이런저런 NFT가 경매에서 몇 억 원에 팔린 기사를 본 적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과연 누가 이런 스캔 이미지 파일을 그런 돈을 주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NFT 건마다 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은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코인 광풍: 시즌2”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이번 훈민정음뿐만 아니라 모든 NFT에 있어서 소유자와 발행자가 궁금하다. 훈민정음 NFT 경우, 소유자는 간송미술문화재단”, 발행자는 퍼블리시라고 기사에 나와있다. 앞서 코인 및 블록체인을 설명하면서 언급하였지만, (분산 방식이든, 중앙 방식이든) 거래를 보증하는 서버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이 부분은 알 수 없다. 본질적으로 매우 소규모인 NFT의 경우 발행자가 거래 보증서버를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 없다. 모든 NFT, 모든 코인은 보증서버 (코인의 경우 마이닝 서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퍼블리시라는 발행자가 보증 서버를 어떻게,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비유를 하자면, 다이아몬드라고 어떤 돌(stone, 보통 보석을 이리 부름)을 샀는데, 그 유일한 근거는 퍼블리시라는 유일한 감정인의 보증서(NFT)인데, 그 보증서는 어떤 창고(서버)에 유료로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코인의 경우에는 창고 보관료로는 너무 많은 것 같아 완전 쓸데 없는 노동(mining)을 덤으로 시키면서 그 돌을 채굴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것이다.

 

나는 간송미술관을 소중히 생각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애로를 이해하고, 국보의 소유나 관리에 대한 법제도 및 정부정책에 대해 불만도 있다. 다만, NFT 판매 말고는 방법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

 

무정부 시스템, 무법천지

나의 친구 위키라는 표현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도 참고/인용) 위키피디아(Wikipedia)[6]는 매우 중요한 지식 출처이다. 그에 더해, 내가 알기로는 유일하게 성공한 무정부 시스템이다. 수백만 (현재 영어판 기준 633) 개의 주제가 어떠한 중앙적인 관리권한 없이 오직 동료감시(peer review) 만으로 컨텐츠를 만든다. (사실, 이른바 학계 내지 전문가는 동료감시가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유일한 자기통제 방식으로 위키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 문화사는 총체적으로 무정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코인의 경우도 분산 서버를 통해 코인 거래의 유효성을 보장하며, 중앙은행 같은 역할을 하는 어떤 주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위키처럼 무정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그리 좋게 봐주기 어렵다. 어떤 코인은 심지어 원작자가 장난으로 만들었다라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코인은 막대한 자원을 의도적으로”, “전혀 쓸모 없는연산을 시키는 채굴과정이 있기에 환경적인 문제까지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코인 광풍이라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만들었다. 코인의 문제는 진행형으로 전체적인 사회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심지어 명백한 위폐로서 동서고금을 통해 극형에 처했던 행위가 아무런 통제 없이 벌어지고 있고, 다단계 양태까지 보이고 있다. 코인은 기술로 포장된 사기이며, 다단계는 사기의 사기이다. 이는 무정부 시스템을 참칭한 무법천지이다.

 

저작권

디지털의 장점 중 하나는 원본과 복사본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똑같다. 그래서 만들기는 어렵고, 복제는 쉽다 (expensive to produce, cheap to reproduce) 라는 표현이 있다. 아날로그는 미디어의 특성과 장비의 성능에 따라 복제본의 품질이 원본대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디지털의 이런 특성이 저작권에 있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원본과 복사본이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굳이 원본을 찾을 이유가 없고, 바로 그런 점이 불법적인 복사를 부추기는 것이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블록체인 말고도 많다. 가장 흔하게는 많은 소프트웨어에서 사용하는 인증 방식이 있고, 일정 기간마다 재승인을 받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하게 하거나, 아예 사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서버에 어떤 형식으로든 접근을 해야만 하는 방법 등 무수히 많다. 블록체인은 거래의 이력관리가 핵심이지 저작권과는 직접적 혹은 기술적 관련이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NFT 역시 저작권과는 무관하다.

훈민정음 NFT로 돌아오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유한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기사 인용)실물의 가치이지 훈민정음의 가치가 아니다. 지식 컨텐츠의 특징은 그 자체 속성이 미디어와 무관하다는 의미에서 디지털의 특성이 있고, 따라서 지적재산권 행사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도 아라비아(실제 인도) 숫자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며, 누구도 화약에, 누구도 피타고라스 정리에, 누구도 e=mc²에 로열티를 내지 않는다. 지적재산권은 인류의 창의성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너무 약해도, 너무 강해도 발명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된다. 너무 약하면 자기만족에 그치게 되고, 너무 강하면 기득권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우스나 터치스크린 등 오늘날 모두가 매일 쓰는 장치 거의 대부분은 지적재산권이 소멸한 이후 내지 직후 상용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에는 안타깝지만, 이번 훈민정음 NFT (사실 모든 NFT) 목표한 현금 확보의 성공 여부를 떠나 오명을 쓸 것 같다.

 

결론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은 별 거 아닌 기술이며, 이에 기반한 모든 것들은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코인의 경우에는 막대한 자원 낭비에 더하여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심각하다. NFT 역시 동일한 투기적 심리에 근거하며, 본질이 널리 알려지고, 응용분야별로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코인 광풍 시즌2”가 될 수도 있다.

 

2021.7.28

최원영



[1]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7/22/Q3YMWLDLZJDEHCN7HEHVZWSN4I/

[2]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21/06/blog-post.html

[3] https://en.wikipedia.org/wiki/Blockchain

[4]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6/06/E3GHMINYZBDLPD44JMNU5IHLLM/

[5]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17/10/10-10.html

[6] https://www.wikipedia.org/



[i] 디지털의 기본적인 특성부터 간단히 알아본다. 디지털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는 이산 자료(discrete data)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수라 할 수 있다. 반면 아날로그는 연속 자료(continuous data)이다. 실수라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디지털은 2진 자료(binary data, 0 1로만 이루어진 자료)를 사용하지만, 이는 안정성을 위해 값을 가장 확실히 구별을 하기 위한 것으로 2, 8, 10진 등 어떠한 체계이든 그 값이 연속적이 아니라 단속적이라면, 디지털 즉 이산 자료라는 면에서는 마찬가지이다. , 어떠한 인접 값이든 그 사이에 다른 값을 배제한다면 이산 자료이며 이는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2진 자료라고 봐도 현재로는 맞다. 어떤 경계값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0, 이하면 1 (혹은 반대로) 간주한다. 이러한 경계값간주가 디지털의 핵심이다. 전자회로의 경우 경계 전압을 기준으로 그 위, 아래를 2진 자료화하며 이를 bit라 한다. CD의 경우 과거에는 실제로 구멍이 뚫려있었다. 레이저가 구멍을 통과하는 여부에 따라 2진값을 만든다. 자성체를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의 경우에는 자성의 극성에 따라 2진값을 만든다. “경계값 1개 이상 만들면 어떠한 진법의 값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회로에서 9개의 경계값을 사용한다면 10진법을 만들 수 있다. 자장의 세기 경계값을 9개로 하거나, CD의 구멍 크기를 9가지로 한다면 10진법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전자 개수를 정확히 셀 수 있다면, 100진법 메모리도 가능하다. 보통 디지털이라 하면 2진 자료를 의미하는데, 이는 신뢰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물리학이나 전자기학을 떠나 논리적으로도 가장 신뢰성 높은 유의미한 신호는 2진법이다. 2진법과, 예를 들어 10진법의 경우, 일종의 호환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도량형이 다르면 환산이 필요한 것과 같다. 환산이 몇자리 숫자로 딱 떨어지면 별 문제 없겠으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올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이 이런 도량형 환산 반올림 오차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2진수(bit)를 여러 개 묶어 더 많은 값을 표현하는데, 2진수를 보통은 8개 묶어 사용하며 이를 byte라 한다.

 

역사적으로 디지털은 컴퓨터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19세기말 사용된 전보(teletypewriter) 5bit를 사용하였다. (참고로 5진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합은 32개인 관계로 대문자 알파벳과 몇 개의 특수문자, 그리고 몇 개의 제어문자가 있었다.) 이후 8bit를 사용하는 ASCII 코드가 컴퓨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컴퓨터가 과학계산용을 벗어나 정보처리 및 통신 수단으로도 사용되면서 한글과 같은 非라틴어 계열 언어에서도 사용하기 위하여 2개의 byte를 묶어 문자를 표현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더 많은 byte를 묶어 사용하는 Unicode(여러 가지 있음)를 사용한다.

 

수의 경우엔 32bit 혹은 그 두 배인 64bit로 정수와 실수를 표현한다. 64bit로 표현된 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상업적, 공업적으로 사용에 문제가 없다. 그보다 훨씬 더 크거나 정밀한 수가 필요할 경우에는 별도의 전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의 경우 화소당 3byte를 사용한다. 빛의 3원소인 RGB (적녹청) 1byte를 할당한다. 인간이 완전 색맹이라면 화소당 1byte로도 충분할 것이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이외의 빛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RGB 이외의 광선을 위한 할당이 필요하다. 동영상은 영화나 TV 등 미디어에 따라 초당 20-30장의 사진(frame)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인간 시각의 잔상효과의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고양이 등 잔상효과 시간이 짧은 동물이라면 더 많은 프레임이 필요하다 (frame per second, pfs).

 

음악(소리, CD)의 경우 스테레오 2채널이며 각 채널당 16bit를 할당한다. 이는 인간의 귀가 인식할 수 있는 소리의 크기 차이 즉 볼륨이 16bit, 65,536 ‘단계면 충분하기 때문이고, 이에 더해 인간의 귀는 수학적으로 로그 함수에 준해서 볼륨을 인식하기 때문에 코딩도 그렇게 되어 있다. CD 44.1kHz의 샘플링을 하는데 (, 초당 44,100번의 16bit 신호), 이 역시 인간의 가청 주파수에 맞춘 것이다. 박쥐를 위한 CD를 만든다면 아마 훨씬 많은 코딩 용랑을 갖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만드는 과정을 양자화(quantization)라 하는데, 인간에게 의미 있는 신호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양다리정책): 한마디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1] 대통령 기간 (2017/1/20 – 2021/1/20) 미국은 동맹, 인권, 민주주의 등 이른바 soft power의 여러 면에서 심각한 손상을 겪었다. 2020 11/12월호 Foreign Affairs에 실린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2] 논문은 일본조차 중국에 대한 경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공히 줄이려 할 것이라 하고 있다 (“양다리 축소정책). 트럼프는 사라지겠지만, 트럼프 세력 내지 트럼프를 만든 미국의 여론은 실존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 미국과 일본 공히 인식하는 현실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양다리를 걸칠 수 있을까? 미국은 중국을 새로운, 그러나 훨씬 강한 소련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 회복과 인권 등 미국이 수호한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하려고 하겠지만, 일본은 미국이 이미 변했으며, 더 이상 이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결과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현실주의적이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편향으로 인해 중국 경도 그리고 미국과의 괴리가 일본보다 훨씬 심하다. 한국이 많은 지표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있지만,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이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펴고 있다. 과연 한국은 일본처럼 양다리 축소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 지가 이 글의 요지이다.

 

미국의 변화

일단, 위 논문 등 2020 Foreign Affairs[3] 여러 논문/기사에 의하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당시 잃은 soft power 회복에 주력할 것이다: 동맹 복구, 전세계적인 법치, 인권 등 보편가치 추구 등.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군사력(hard power)에 의존하는 정책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동맹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명분과 실익 공히 얻을 수 있었다. 동맹의 입장에서도 비교적 적은 군사비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동맹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논문의 결론대로 미국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일본이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할 경우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불가피하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에 핵무장도 본격 논의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현재까지는 절대 불가로 이해하지만, 향후의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새로운 핵보유국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핵군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이나 베트남, 심지어 대만까지도 핵무장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와 같이 기본적으로 핵확산억제를 기본 정책으로 유지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소형 전술핵 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 잡지에서도 관련 논문을 본 적 있다. 미국은 이런 소형 전술핵무기를 이제는 벙커버스터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적의 함대를 한번에 몰살하기 위해 전술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3번째 핵폭탄이 실전에서 터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시간문제라 본다. 핵무기 특히 전술핵무기의 다양화 및 고도화는 핵무기에 대한 심리적 장애를 제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의 태도와 미국의 용인에 달려있다 본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한 것처럼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반론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핵무장은 어렵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는 나카소네 수상이 핵연료 재처리를 미국으로부터 용인 받아, 몇 년이면 다양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일단 핵연료 재처리를 용인 받기 어렵다고 본다.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연료 재처리를 시도하거나 그에 더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이 아니라 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반복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

 

핵무장이 이 글의 초점은 아니기에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지만, 핵무장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순간 양다리정책도, “양다리 축소정책도 불가하다.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원인이든 결과든, 일단 그렇게 되는 순간 세계는 중국 대 미국의 신냉전체제가 되며, 한국은 중국 세력권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다. 그 외의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하에는 일본과 한국 공히 핵무장이 없다는 전제에서 말한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

앞서 말했듯, 일본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그 자체로도 미국의 동의를 받을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군비 부담을 덜고, 일본은 이 정책의 목표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심지어 NATO보다 더 믿을 만한 동맹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은 심지어 일본의 핵무장도 용인할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미국의 이해와 상치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없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양다리 축소

일단, 한국 정부가 양다리 축소를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추구할 경우를 전제로 말한다. (그리 당연하지도 쉽지도 않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수 기반이 탄탄하다. 내수 확대로도 경제적으로 양다리 축소를 버틸 여력이 있다. 반면 한국은 내수 기반이 약해서 양다리 축소정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경제적 대외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미국에 대해서는 안보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일 관계는 더 긴밀해 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공히 의존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수출주도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안보에 있어서의 미국 의존을 축소하려는 것이 양다리 축소정책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변화의 결과이지 한국이나 일본의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공히 군사비 증가는 필연적이다 (핵무장은 논외). 이는 수출 축소, 고령화화 함께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북한의 존재는 한국이 일본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북한은 불안정한 체제로 돌발상황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북한은 체제 내부의 모순으로 소련의 경우처럼 스스로 붕괴할 수도 있고, 김정은의 돌연사나 김씨 왕조에 대한 쿠데타 등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흡수통합 되어 미국의 동맹으로 남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어떠한 급변사태에도 중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아마도 일본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이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심각히 훼손하였다. 이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정책이 변하기 때문에 동맹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은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다리 시절은 끝나가고 있으며, 경제와 안보 공히 중국이나 미국이냐 양자택일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이 됐든 미국이 됐든, 경제와 안보 공히 어느 일방에 치우칠 수밖에 없으며, 그 여파도 미중 관계와 거의 정확히 맞물려 갈 것이다.

 

한일관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중국과 미국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후 어떤 당파가 집권하더라도) 아무리 중국에 경도되어 있다고 해도,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런 전제, 즉 미국을 선택한다는 가정에서 한일관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일 관계는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이 실행된다고 해도 공고할 것이다. 반면 한미 관계는 변수가 많고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분명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은 일본 편을 들 수 밖에 없고, 한일관계 악화는 한미관계 악화로 귀착될 가능성 많다.

 

한일관계는 좋았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토착왜구, 죽창 등 정부나 정치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과격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고, 최근 법원의 판결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분명 문제다. 한국은 한일관계 문제를 일방적인 가해자-피해자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다. 일본의 태도는 특이한 일본문화의 결과이다. 문화는 쉽게 바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일관계는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상황의 관리가 중요하다. 한일관계 악화는 아베 정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이다 (2006-2007, 2012-2020). 영향력의 면에서 보면 2006-2020, 14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기간 한국의 대통령은 노무현 (2003-2008), 이명박 (2008-2013), 박근혜 (2013-2017), 문재인 (2017-현재) 이다. 한일관계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악화되었다. 박근혜 정권 기간에는 정권, 심지어 개인적인 차원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거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의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큰 문제가 되었다. 이 점은 관련 기사[4]-[5]로 대체한다. 다만, 이 사단의 원인은 국제법상 다른 나라의 주권 행위에 대해 재판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규범인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소송 내용을 잘 모르겠고, 피고가 일본 정부인지, 기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정부가 피해자(원고)에게 보상해서 소송을 종료시키고, 상대방 정부에 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 그 결정은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지 법원이 그러라고 할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의 법리나 적절성을 떠나 이 문제가 법원에서 다루어지도록 하지 않는 것이 행정부의 책임이다. 관련 기사의 요지도 그러하다. 전쟁이라는 국가간의 고도의 그리고 극단적 정치행위를 법원이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1차대전의 전후보상이 2차대전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참고해야 한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은 분명 져야 하지만, 그 피해규모를 고려하면 어떤 나라도 경제적으로는 배상이 불가하다. 또한, 전쟁은 정권, 특히 최상부에 의해 벌어지지만, 배상은 전국민이 부담한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에 책임이 없는 전후 세대가 그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합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 진정한 반성과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일단 벌어진 전쟁에 있어서는 유일한 대응이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전쟁책임 배상을 다 했다는 생각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몰라도 여론은 그렇다. 그 협정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이번 법원의 판결이 그 협정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입장에서도 돈 때문에 이런 소송을 한다는, 그리고 한국 정부는 뭐 하고 있냐는 비난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도 OECD 국가인데, 그 정도 돈은 정부가 우선 부담해서 피해자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그 뒤의 문제는 정부 대 정부의 문제이다. 정신대 문제의 경우, 윤미향이 착복한 돈과 그 단체에 지원한 세금만 해도 애초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다면 심지어 금전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결론

닉슨이 중국을 열기 이전부터 중국은 가난하지만 강대국이었다. 당시에도 핵보유국이었다.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의 실용적 중국보다는 마오저뚱의 이념적 중국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유일 강대국이었으나, 강하고 공격적인 중국의 등장, 미국의 내부적 문제, 트럼프의 온갖 바보짓 등으로 더 이상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고, 그런 현실에 맞게 정책을 수정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갖고 있다. “양다리 시절이 끝나가면서 일본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양다리 축소정책을 펼칠 것이다. 한국은 북한 변수, 경제 구조 등의 문제로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 받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그 양자택일에서 미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한일관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나 정치인에 의한 일본 적대시 정책이나, 행정부의 무작위로 인한 법원 판결 및 그 여파는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2021-6-29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Donald_Trump

[2] Mireya Solís.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0, pp. 123-132.

[3] https://en.wikipedia.org/wiki/Council_on_Foreign_Relations#Foreign_Affairs

[4]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6/09/4LNGCIR2XFEAREZRJSLH7OCJMY/

[5] https://news.joins.com/article/24040822

2021년 6월 6일 일요일

코인 광풍

코인 광풍

 

보통의 경우 글을 쓸 때는 나름 상당한 조사나 연구를 하지만, 이 글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쓴다. 일단 조사나 검증할 내용이 너무 많고, 작금의 "코인 광풍"이 어마어마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며 터지기 전에 써야 시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용 부실하며, 근거 미약할 수 있다.)

 

일단 가상화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1] 2009년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비트코인에 대해 친구에게 듣고, 내 반응은 "어떤 놈이 별 해괴한 사기를 다 치는구나!" 였다.

 

서론

그로부터 한 10여년 지나도 여전히 존재하고 인기(?)를 얻을 때,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Shiller, Stiglitz, Thaler, Krugman )은 가상화폐에 대해 거품”, “사기”, “기술신비주의등의 표현으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Krugman은 잠시 약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있었고, 난 그에 대해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비트코인은 승승장구 했고, 수많은 아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몇 년 전에는 친구로부터 일부 사모펀드가 모르기 때문에 투자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것이 버블은 모두 광풍이다. 학자나 전문가도 광풍에 무력하다. 그 즈음 전철에서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서너 분의 할머니에게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분은 채굴및 채굴장비의 위탁운영 등 상당히 많은 피상적인 지식이 있었고, 이를 다른 할머니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른바 다단계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아파트 구매를 (일시적으로라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코인 투자에 대거 몰려들면서 버블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90년대 일본에서도 있었다. 주택 구입을 포기하면 저축의 필요성도 낮아지며, 경제학의 항등식(소득=소비+저축+투자)에 따라 저축이 감소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게 되고, 일본의 경우엔 Benz, BMW, Ferrari 등 고가 내구성 소비재와 이른바 명품 구매로 나타났다. 이 글의 내 주장이 틀려서 한국의 많은 젊은 세대가 돈을 벌기를 무엇보다 바라지만, 내 주장이 맞는다면 부디 더 늦기 전에 이 광풍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쓴다.

 

화폐는 무엇인가?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 등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첫 장을 이런 질문에 할당하지만, 관습적이지 그리 큰 중요성은 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교과서에 의하면 화폐의 기능은: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부채의 청산수단 등이다.

 

일부 가상화폐들이 그들이 화폐라고 주장하기에 그 점을 우선 반박하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상품(commodity)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반박하려고 한다.

 

희소성 있는 모든 재화는 화폐 내지 그 대체물로 기능할 수 있다. 금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런 것들을 상품화폐라 하며, 현재의 화폐는 모두 법정화폐”(fiat money)로서 어떠한 내재적 가치도 없다 (1971년 미국이 금태환을 폐지한 이후 화폐는 기본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법정화폐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런 우화까지는 안 나오지만, 일반인을 위한 책에는 화폐의 기원이나 특이한 경우도 소개된다 (나는 노벨상 수상자(아마 Milton Friedman)의 이런 류의 책을 읽었고, 그 기억에 의존해서 말한다). 어떤 작은 섬나라에서는 어떤 특별한 돌을 화폐로 쓰는데, 그 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실제 그 돌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다. 그 돌을 이동 중 바다에 빠뜨렸고, 그 증인이 다수 있는 관계로 그 사람은 그 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아마 그 바다에 빠진 화폐를 담보로 막대한 대출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나는 아니고, 최소한 가상화폐를 믿는)들이 그 가상화폐가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위에 언급한 섬나라에서처럼 화폐가 된다. 몇 년 전 어떤 온라인 몰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겠다고 했고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 차량의 결제를 XX코인(하도 많은 가상화폐가 있고, 머스크도 여러 가상화폐를 언급해서 어떤 코인인지 기억이 안 나서 XX코인)으로 받겠다고 해서 위에 언급한 화폐의 기능 중 상당부분을 흉내내고 있다. 얼마 후 머스크는 테슬라 결제 발언 번복했다.

 

법정화폐 (fiat money)

내가 본 바로는 유일하게 미국 달러에 이런 문구가 있다: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해석하자면, “이 지폐는 모든 공적/사적 채무의 변제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문구는 몇 번 바뀌었는데, 아래 예를 든 $10,000 지폐에는 (만불짜리 지폐가 있다는 것을 재미 삼아 알려드리며),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AND IS REMEEMABLE IN LAWFUL MONEY AT THE UNIETED STATES TRESURY, OR AT ANY FEDERAL RESERVE BANK.”라고 되어 있고, 직역하자면, “이 지폐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채권에 대한 법적 상환이며 미국 재무부 또는 연방준비은행에 합법적인 돈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법정화폐의 정의라 할 수 있다. 금태환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그에 합당한 문구가 있었다.



공식 화폐가 아닌 화폐는 (금본위이든 아니든) 정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위폐(僞幣)이다. 위폐가 이렇게 공공연히 유통되는 경우는 아마도 문명 이후 (정확히는 상품화폐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폐는 사형에 처했다. 이는 발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발권력은 통치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나는 발권은행이 하나 이상인 경우는 홍콩 외에는 모른다. 이는 홍콩 반환 이전으로 지금은 어떤지 모른다. 심지어 홍콩 달러를 쓰는지 중국 위안화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화폐인가 상품인가?

거시경제학 관점에서는 매우 우문이나, 하여간 이름이 가상화폐내지 코인이고, 일부는 화폐임을 주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화폐라고 인식하고 있기에 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가 흔히 현찰이라고 부르는 종이돈 내지 동전을 유통이라 부른다. 그 이름이 나름 이해는 가지만 하여간 괴이하다. 중요한 것은 의 거의 대부분은 은행 컴퓨터에 숫자로 존재하지 우리가 보는 유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갱 영화나 추석이나 설에 유통공급 뉴스에나 물리적인 돈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화면으로만. 가상화폐는 물론 물리적인 형상이 없다. 그러나, 현대 경제에서 내지 통화량의 의미는 은행을 통한 신용창출에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는 유통으로 (최소한 현재로는) 봐야 한다. 신용창출과 이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름이 무엇이건 잘해야 유통이다. 사실 가상화폐는 그 본질에 있어서 현대적인 의미의 화폐가 아니라 금과 같은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위에 언급했듯, 돌을 포함한 어떠한 재화도 일정부분 화폐(상품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특히 화폐금융정책의 측면에서 이자와 신용창출이 불가한 것은 화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상품(여기서 상품은 영어로 commodity로 유무형의 가치 있고, 거래 가능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인가? 그 점은 더더욱 회의적이다. 금은 장신구 재료라도 쓰이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보듯, 변기로는 탁월한 물리적 특성이 있다. 얼마 전 도난 당해 뉴스가 되었지만, 실제 변기로 사용되었다.[2] 가상화폐는 어떤가? 장신구나 변기로 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가상화폐 정보가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분실해서 쓰레기장에서 찾으려 한다는 기사만 몇 개 본 적 있다.[3]

 

내 결론은, 가상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상품도 아니다. 다만, 이름 하나만은 기가 막히게, 헷갈리게, 잘 지었다. 누군가 가상화폐”(등등 여럿)라는 이름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면, 그건 상품으로 인정하겠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기사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세계 최초로 추진[4]. 기사야 근거가 있겠지만, 그 내용은 정말 믿기 어렵다. 정상적인 국가가 이런 짓을 한다면, 이상에서 내가 언급하고 주장한 모든 내용은 모두 다 오류이자 쓰레기이다. 내가 다닌 대학에 손해배상 청구해야 할 정도이다. XX코인을 법정통화로 한다는 것은 농담 축에도 못 든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루겠다.

 

중앙은행

통화 공급은 장기적으로 경제규모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통화 공급이 증가해야 하며, 통화 공급이 부족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제가 정체할 때 통화 공급이 지속 혹은 (보통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금본위제도의 문제 중 하나가 금 채굴과 경제성장은 완전 별개라는 점이다. 금태환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차례 태환비율을 조정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런 근본적인 모순 때문에 어떤 저명한 경제학자(아마 케인즈)는 금본위제도를 가장 야만적인 제도라고 하였다.

 

현대 거시경제 운영은 공개시장조작(채권 매입/매각)과 이자율(지불준비율 포함)에 주로 의존한다. (재정정책은 별개이나, 일상적으로는 효과의 크기나 즉각성 때문에 2차적인 수단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역대급 장수 의장인 앨런 그린스팬의 표현을 빌자면, “항공모함을 동전 위에서 선회시킬 수 있는수단이 이자율 조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자율 조정은 직접적인 이자율 조정으로 공개시장조작에 의한 시장을 통한 이자율 조정의 의미가 아니다. 직접적인 이자율 조정은 부작용이 너무 커 잘 쓰이지 않는다.) 이자율 조정이라는 정책수단은 법정화폐의 독점을 전제로 한다. 정책당국의 통제가 불가한 다른 화폐의 존재는 이자율 조정의 효과를 불확실하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의 유효성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의 예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무조건 적대적이다. 여러 가지 기사와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내 짐작은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자체 전자화폐 발행을 위해서 여타 유사한 것들은 통제한다는 기사를 다수 읽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가상화폐는, 특히 중국에서는, 법정화폐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나 환경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화폐의 일부 기능인 교환의 매개까지도 아예 싹을 자르려는 것으로 본다. , 통제불능이 아니라 완전통제가 목표라고 본다.

 

기술신비주의

한국의 특수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제, 부동산 정책, 저금리 등의 여파로 전국민이 주식에 몰두하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는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 세대갈등 양상까지 생기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기성세대는 위험한 투기라고 하고, 젊은 세대는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 하는 기성세대의 꼰대식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이 항의 제목 기술신비주의는 앞서 인용한 Paul Krugman 표현이다.

서론에서 언급했지만, 70대 할머니가 유창하게 마이닝 등을 주변 할머니들에게 설명하시는데, 꼰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꼰대가 꼰대를 (내가 목격) 혹은 젊은이가 젊은이를 (내가 짐작) 유혹하는 것이고, 이는 유서 깊은 다단계의 전형이다.

 

--버블 당시에도 똑 같았다. 아마 모든 버블은 슬프게도 똑 같은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새롬기술이나옥소리를 보시라. ADSL (당시로는) 디지털 방식의 데이터 서비스가 이미 대세인 상태에서 수신인이 PSTN(일반전화) 모뎀을 사용하는 공짜전화가 두 회사 서비스의 핵심이었다. 이 글은 그런 기술적인 사항을 말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엉터리 한 물 간 기술을 포장해서 투자로 (이익이 아닌) 돌려막기 한 것이 본질이다. 블록체인? 꼰대들이 이의 잠재가치를 모른다고 하는 젊은 세대는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버블 당시에도 그랬다. 참고로 나는 꼰대 맞고, 전산실장을 5년정도 한, IT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다.

 

비싼 쓰레기

가상화폐의 아이러니는 종이돈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최소한 그럴 수 있다.) 서론에 언급하였지만, 특히 비트코인은 채굴이란 과정을 통해 취득하며, 비트코인의 경우 반감기를 통해 소멸한다. (최초에 얼마나 어떻게 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했지만, 사용자들이 동의한다면, 돌이든 금이든 뭐든 화폐가 될 수 있다. “채굴반감기는 희소성과 과소성, 경제학 용어로 말하자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이해된다. (다른 코인들은 그나마 그런 기제도 없지만.) 아마 비트코인의 발명가는 최소한 화폐금융의 기본은 알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중앙은행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완전 무식이었다고 확신한다. 아래에 비트코인의 가격등락 그래프를 첨부하였다. 이 비슷한 상황은 2차대전 직후 독일 말고는 듣도 보도 못 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돈을 인쇄할 시간이 없어서 액면가의 10억배로 한다는 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경우에도 이런 상승은 본 적이 없다. 화폐이든 상품이든. 참고로 아래 표에서 가격은 로그로 표시되어 있다 (로그는 매우 큰 숫자를 다룰 때 쓴다).

 


보통 쓰레기는 뭔가 사용하고 나서 폐기될 때 처리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생산단계부터 막대한 자원을 소모한다. 최근 언론 보도처럼 중국, 특히 정책가격으로 전기료가 싼 변방에 마이닝 공장이 주로 있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가 기후나 입지조건 때문에 아이슬랜드에 있고, 그 대부분은 코인 마이닝 용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도, 반도체 회사들이 코인 마이닝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에 집중하다 보니 그 여파로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가상화폐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뚱딴지이다. 그 해악은 실물에서는 반도체 기근이나 전력소모에서 나타났지만, 금전적으로는 아직은 미래의 일이고, 내 짐작으로는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줄 것이다. 규제당국이 손 놓고 있는 한국은 특히 더 심각할 것이다.

 

결론

개인 소견으로는 현재의 코인 광풍은 광풍이다. 특히 젊은 분들께 고언하자면, 돈 버셨으면, 만족하시고 바로 떠나시고, 혹시 잃으셨으면 즉시 손절하시고 작은 교훈이라도 배우셨으면 합니다, 뭐든간에.

 

2021.6.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Bitcoin

[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6/2019091600179.html

[3]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970113

[4]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6/06/E3GHMINYZBDLPD44JMNU5IHLLM/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가붕개농장

 가붕개농장

 

이 글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을 읽고 오늘 우리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 것이다.

 

우선 [동물농장]은 동화 내지 우화이다. [동물농장]의 원제는 [Animal Farm: A Fairy Story]이다. Fairy story 내지 fairy tale은 동화로도, 우화로도 번역된다. 이 글에서는 우화라고 하겠다. Wikipedia[2]에는 정치 풍자장르라고 나온다. 내가 읽은 판은 서문과 10장이나, 초판은 10 112쪽으로 우화답게 매우 짧다. [동물농장]의 줄거리나 일반적인 소개는 Wikipedia나 한글판[3]이나 온라인 서점의 도서정보를 참고하면 충분하기에, 이 글에서는 이 책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쓴다. 소설에서 기대하는 정교한 플롯이나 현실성을 우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사건의 개연성은 소설 수준이다.

 

서문

[동물농장] 1944 4월 완성되었으나, 4곳의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하고, 우여곡절 끝에 1945 8월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당시는 2차대전 말이었고, 오웰의 영국은 소련을 연합국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스탈린에 대한 비판을 극히 자제하였고, [동물농장]은 영국의 주적인 독일의 히틀러보다는 동맹국인 소련 및 스탈린을 비판하는 것이라 출판을 거절당했다. 영국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는 이 책의 특권계급이 돼지라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연합국의 주요 멤버인 미..소 지도자는 각각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이었고, 처칠은 불독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루즈벨트 내지 미국은 등장인물이 아니었기에, 돼지 두목 나폴레옹은 결국 스탈린을 상징하였고, 내용상으로도 악의 화신인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영국인이 가진 돼지의 인상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간 나폴레옹이 스탈린이기 때문에 이 책은 출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1971 [동물농장]의 서문이 발견되었다. 그 서문은 언론의 자유라는 별개의 제목이 있고, 오웰이 [동물농장] 출판 과정에서 겪은 애로가 나타나 있다.

더 나쁜 것은, 지적 관용이라는 우리의 확립된 선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동맹국에 아부하는 국가적 음모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 정부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지만, 소련 정부는 비판할 수 없다. 책이든 신문이든 처칠에 대한 공격은 흔히 출판할 수 있지만, 스탈린에 대한 공격은 출판할 수 없다.” (p.17)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우리의 처칠을 공격하면 개인적으로 소송 당하니 1944년 영국보다 못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돼지 김정은을 공격하는 풍선출판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나마 1944년 소련은 영국의 동맹국이었다 (1-2년 후에는 적이 되지만). 가붕개농장에서 북한은 主敵이다. 비유와 풍자는 정확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가붕개농장은 오웰의 영국보다 못 하면 못 하지 전혀 나을 것 없다. 따라서 오웰의 언론의 자유는 가붕개농장에서 더 심각하다.

 

7계명

마노 농장”(동물농장의 원래 이름)의 반란이 성공하고 스노우볼(소련의 트로츠키 상징) 7계명(헌법의 상징)을 공포하고 명문화한다. 이후 각 계명은 교묘하게 변형된다. 원본에는 문장 뒤에 한 구절씩 추가하여 티 안 나게 변형하였지만, 한국어로는 어순의 문법상 불가하여 괄호 안에 표기하였다.

1.     두 다리로 걷는 모든 것은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모든 것은 동지다.

3.     동물은 옷을 입지 않는다.

4.     동물은 (침대보를 덮고, 6 p.62)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

5.     동물은 (과도하게, 8 p.86) 술을 마시지 않는다.

6.     동물은 다른 동물을 (이유 없이, 8 p.76) 죽이지 않는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문맹인 동물들이 많아서 돼지들은 7계명을 구호로 단순화한다: “네 발 동지, 두 다리 적”. 이 구호는 7계명을 외울 수 없는 어리석은 양들이 주로 사용하며, 건설적인 논쟁을 방해할 때 자주 쓰인다.

7계명은 형해화 되다가 궁극적으로는 폐지되고,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대체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헌법은 최상위법이지만, 하위법인 법률로 헌법을 거스르는 위헌적인 법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해석개헌수준의 왜곡이 난무하고 있다. 헌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지만, 이를 위협하는 법률들로 인하여 형해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개헌으로 7계명이 1계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최소한 나는 느낀다. 헌법은 양피지에 썼든, 비석으로 만들었든, 컴퓨터 파일로 있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하거나, 헌법 위에 당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헌법이 아니다. 헌법 없이 법률 없으며, 따라서 헌법이 없거나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법천지이다. 무법천지에서 법치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이며, 무슨 궤변을 갖다 대도 그것은 人治이다. [동물농장]은 나폴레옹의 豚治였고, 소련은 스탈린의 人治였다. 내가 보기에 가붕개농장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法治에서 노골적 人治로 가고 있다.

 

9 맹견(猛犬)

나폴레옹은 갓 태어난 9마리의 개를 데려가 아무도 몰래 혼자 키운다. (p.43) 이 개들은 나폴레옹의 친위대가 되어 물리적 폭력의 수단이 된다. 이 책에는 맹견들은 동물 중에서도 동물의 속성을 보여준다. 대사도 전혀 없으며, 캐릭터도 없다. 동물농장의 동물 중 양과 맹견이 가장 동물적인 속성을 갖는데, 양은 홍위병을 연상시키고, 맹견은 친위대를 연상시킨다. 물론 오웰 시점에 홍위병은 없었다. [동물농장]이 소련을 모델로 한 것이고, 당시 소련에는 홍위병은 아니지만 이른바 떼법 내지 시위로 정상적인 논의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집단은 있었다. 양과 맹견은 합치면 홍위병 같은 행태를 보인다. 양과 맹견은 서로 상치되는 성격으로 합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하지만, 그 속성이 무식과 폭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공통적으로 맹목적이라는 점에서, 홍위병은 그런 아이러니한 조합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맹견의 존재와 역할은 또 다른 무서운 의미가 있다. 맹견은 외부에서 온 존재들이 아니다. 기존에 동물농장에 있던 제시와 블루벨이라는 개들의 새끼들이다. 젖을 떼자마자 나폴레옹은 이들 강아지들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양육과 교육을 하였다. 그 결과는 마치 로봇 같은 맹견이다. 세뇌교육의 효과이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세뇌와 폭력은 사이버 내지 소프트 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다. 왕조적 人治와 민족주의의 변태적 결합인 주체사상의 추종자들은 이제 사상가나 스승의 반열에 올라 자기복제와 확대재생산을 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문자폭탄은 소프트 폭력의 대표적이지만 일개의 예에 불과하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나폴레옹의 호칭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되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9, p.95)에 이른다. 가붕개농장에서는 많이 들어본 표현이다. “어버이 수령에서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그리고 호칭이 계속 바뀌는 現돼지까지 공식 직함과 관계 없이 그쪽 동물농장에서는 3대째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있다.

어버이 수령이나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에 대해서는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4] (영문판밖에 없음.)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등 궤변이 집권세력의 주류 사상이며, 이들은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경애한다.

 

박서 (Boxer)

동물농장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충실한 동물로 말이다. 박서의 일상적인 두 개의 모토는 더 열심히 하겠다.”나폴레옹은 항상 옳다.”이다. 늙고 병들고 쇠약해지면서 결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도살장에 끌려간다. [동물농장]에서 가장 슬픈 캐릭터이다. 내가 보기엔 슬프기보다는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양들처럼 아예 바보도 아니고, 가장 많이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나폴레옹 내지 체제에 충직하지만, 나폴레옹의 옹호자로서 결과적으로는 다른 동물들도 나폴레옹을 따르게 만든 충실의 죄가 있다.

 

가붕개농장의 중산층이 아닐까 한다.

 

스퀼러 (Sqealer: 꽥꽥이)

흑을 백으로 만드는요설의 대가인 돼지이다. 나폴레옹의 입으로 역할상 필요한 캐릭터이지만, 아마도 나치의 괴벨스가 모델이 아닌가 한다.

 

불행히도, 가붕개농장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스퀼러는 그리스 소피스트의 전형으로, 논리를 뒤틀어 궤변을 만든다. 이런 궤변은 논리학원론만 공부해도 대부분 타파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너무 순진하고, 너무 무식했다. 가붕개농장의 가재, 붕어, 개구리도 공부하지 않으면 스퀼러는 더 많아지고, 더 꽥꽥거릴 것이다.

 

풍차 (풍력발전)

오웰의 별명이 자전거 탄 돈키호테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자전거를 애용했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기에 그런 것 아닌가 짐작한다. [동물농장]에 자전거는 등장하지 않지만, 풍차는 등장한다. 오웰의 돈키호테 별명은 캐릭터 때문이고, 풍차는 우연의 일치라 생각한다.

[동물농장]에도 풍차가 등장한다. 이 풍차는 스노우볼(나폴레옹의 정적, 스탈린의 정적인 트로츠키 상징)이 애초에 기획한 것으로 발전용 풍차 즉 풍력발전 풍차이다. 이 책이 1944년에 완성된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 풍력발전이 있었는지 모르겠고, 있었다면 매우 놀랍다. 풍차는 한번은 태풍에 무너지고, 한번은 인간에 의해 폭파된다. 어마어마한 노력이 투입된 사업으로 물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처를 크게 남긴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에게, 특히 박서에게는, 풍차는 시지프스의 바위였다. [동물농장]에는 풍차를 만들기 위한 골재를 만들기 위해 바위를 절벽 위로 나른다. 풍차는 실질적인 효용보다는 동물들이 딴 생각할 수 없도록 계속 바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풍차는 결국에는 발전용이 아니라 방아 용도로 쓰인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온갖 XX발전을 밀어붙이고 있고, 반면 원전은 고사시키고 있다. 지열발전 한다고 지진 만들고, 이른바 탄소중립한다고 울창한 숲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5] 가붕개농장이 동물농장보다 나은지 정말 의심스럽다.

 

평등이나 위선 등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동물농장]을 소재로 한 없이 예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나폴레옹은 온갖 거짓과 위선과 탐욕으로 동물농장을 착취했지만, 그래도 나폴레옹은 사악하지만 목적과 전략은 분명했다. 가붕개농장의 나폴레옹은 심지어 그 점도 의심스럽다. 가붕개 나폴레옹은 동물농장의 양 캐릭터 같다. 돼지도 아닌 양에게 농락당하면 당연히 가붕개 된다.

 

2021.5.19

최원영



[1] Owell, George. Rebelión en la Granja. (USA, lulu.com, 2016), 1945

[2] https://en.wikipedia.org/wiki/Animal_Farm

[3]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352

[4] https://www.amazon.com/Under-Loving-Care-Fatherly-Leader/dp/0312323220/ref=sr_1_1?dchild=1&keywords=fatherly+leader%2C+north+korea&qid=1621394907&sr=8-1

[5]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5/15/4MY5WWD6VJDIZNK6O7DM5D3Q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