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양다리정책): 한마디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1] 대통령 기간 (2017/1/20 – 2021/1/20) 미국은 동맹, 인권, 민주주의 등 이른바 soft power의 여러 면에서 심각한 손상을 겪었다. 2020 11/12월호 Foreign Affairs에 실린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2] 논문은 일본조차 중국에 대한 경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공히 줄이려 할 것이라 하고 있다 (“양다리 축소정책). 트럼프는 사라지겠지만, 트럼프 세력 내지 트럼프를 만든 미국의 여론은 실존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 미국과 일본 공히 인식하는 현실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양다리를 걸칠 수 있을까? 미국은 중국을 새로운, 그러나 훨씬 강한 소련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 회복과 인권 등 미국이 수호한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하려고 하겠지만, 일본은 미국이 이미 변했으며, 더 이상 이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결과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현실주의적이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편향으로 인해 중국 경도 그리고 미국과의 괴리가 일본보다 훨씬 심하다. 한국이 많은 지표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있지만,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이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펴고 있다. 과연 한국은 일본처럼 양다리 축소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 지가 이 글의 요지이다.

 

미국의 변화

일단, 위 논문 등 2020 Foreign Affairs[3] 여러 논문/기사에 의하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당시 잃은 soft power 회복에 주력할 것이다: 동맹 복구, 전세계적인 법치, 인권 등 보편가치 추구 등.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군사력(hard power)에 의존하는 정책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동맹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명분과 실익 공히 얻을 수 있었다. 동맹의 입장에서도 비교적 적은 군사비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동맹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논문의 결론대로 미국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일본이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할 경우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불가피하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에 핵무장도 본격 논의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현재까지는 절대 불가로 이해하지만, 향후의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새로운 핵보유국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핵군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이나 베트남, 심지어 대만까지도 핵무장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와 같이 기본적으로 핵확산억제를 기본 정책으로 유지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소형 전술핵 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 잡지에서도 관련 논문을 본 적 있다. 미국은 이런 소형 전술핵무기를 이제는 벙커버스터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적의 함대를 한번에 몰살하기 위해 전술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3번째 핵폭탄이 실전에서 터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시간문제라 본다. 핵무기 특히 전술핵무기의 다양화 및 고도화는 핵무기에 대한 심리적 장애를 제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의 태도와 미국의 용인에 달려있다 본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한 것처럼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반론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핵무장은 어렵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는 나카소네 수상이 핵연료 재처리를 미국으로부터 용인 받아, 몇 년이면 다양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일단 핵연료 재처리를 용인 받기 어렵다고 본다.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연료 재처리를 시도하거나 그에 더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이 아니라 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반복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

 

핵무장이 이 글의 초점은 아니기에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지만, 핵무장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순간 양다리정책도, “양다리 축소정책도 불가하다.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원인이든 결과든, 일단 그렇게 되는 순간 세계는 중국 대 미국의 신냉전체제가 되며, 한국은 중국 세력권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다. 그 외의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하에는 일본과 한국 공히 핵무장이 없다는 전제에서 말한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

앞서 말했듯, 일본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그 자체로도 미국의 동의를 받을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군비 부담을 덜고, 일본은 이 정책의 목표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심지어 NATO보다 더 믿을 만한 동맹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은 심지어 일본의 핵무장도 용인할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미국의 이해와 상치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없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양다리 축소

일단, 한국 정부가 양다리 축소를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추구할 경우를 전제로 말한다. (그리 당연하지도 쉽지도 않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수 기반이 탄탄하다. 내수 확대로도 경제적으로 양다리 축소를 버틸 여력이 있다. 반면 한국은 내수 기반이 약해서 양다리 축소정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경제적 대외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미국에 대해서는 안보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일 관계는 더 긴밀해 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공히 의존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수출주도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안보에 있어서의 미국 의존을 축소하려는 것이 양다리 축소정책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변화의 결과이지 한국이나 일본의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공히 군사비 증가는 필연적이다 (핵무장은 논외). 이는 수출 축소, 고령화화 함께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북한의 존재는 한국이 일본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북한은 불안정한 체제로 돌발상황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북한은 체제 내부의 모순으로 소련의 경우처럼 스스로 붕괴할 수도 있고, 김정은의 돌연사나 김씨 왕조에 대한 쿠데타 등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흡수통합 되어 미국의 동맹으로 남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어떠한 급변사태에도 중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아마도 일본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이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심각히 훼손하였다. 이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정책이 변하기 때문에 동맹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은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다리 시절은 끝나가고 있으며, 경제와 안보 공히 중국이나 미국이냐 양자택일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이 됐든 미국이 됐든, 경제와 안보 공히 어느 일방에 치우칠 수밖에 없으며, 그 여파도 미중 관계와 거의 정확히 맞물려 갈 것이다.

 

한일관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중국과 미국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후 어떤 당파가 집권하더라도) 아무리 중국에 경도되어 있다고 해도,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런 전제, 즉 미국을 선택한다는 가정에서 한일관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일 관계는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이 실행된다고 해도 공고할 것이다. 반면 한미 관계는 변수가 많고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분명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은 일본 편을 들 수 밖에 없고, 한일관계 악화는 한미관계 악화로 귀착될 가능성 많다.

 

한일관계는 좋았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토착왜구, 죽창 등 정부나 정치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과격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고, 최근 법원의 판결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분명 문제다. 한국은 한일관계 문제를 일방적인 가해자-피해자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다. 일본의 태도는 특이한 일본문화의 결과이다. 문화는 쉽게 바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일관계는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상황의 관리가 중요하다. 한일관계 악화는 아베 정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이다 (2006-2007, 2012-2020). 영향력의 면에서 보면 2006-2020, 14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기간 한국의 대통령은 노무현 (2003-2008), 이명박 (2008-2013), 박근혜 (2013-2017), 문재인 (2017-현재) 이다. 한일관계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악화되었다. 박근혜 정권 기간에는 정권, 심지어 개인적인 차원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거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의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큰 문제가 되었다. 이 점은 관련 기사[4]-[5]로 대체한다. 다만, 이 사단의 원인은 국제법상 다른 나라의 주권 행위에 대해 재판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규범인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소송 내용을 잘 모르겠고, 피고가 일본 정부인지, 기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정부가 피해자(원고)에게 보상해서 소송을 종료시키고, 상대방 정부에 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 그 결정은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지 법원이 그러라고 할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의 법리나 적절성을 떠나 이 문제가 법원에서 다루어지도록 하지 않는 것이 행정부의 책임이다. 관련 기사의 요지도 그러하다. 전쟁이라는 국가간의 고도의 그리고 극단적 정치행위를 법원이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1차대전의 전후보상이 2차대전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참고해야 한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은 분명 져야 하지만, 그 피해규모를 고려하면 어떤 나라도 경제적으로는 배상이 불가하다. 또한, 전쟁은 정권, 특히 최상부에 의해 벌어지지만, 배상은 전국민이 부담한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에 책임이 없는 전후 세대가 그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합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 진정한 반성과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일단 벌어진 전쟁에 있어서는 유일한 대응이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전쟁책임 배상을 다 했다는 생각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몰라도 여론은 그렇다. 그 협정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이번 법원의 판결이 그 협정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입장에서도 돈 때문에 이런 소송을 한다는, 그리고 한국 정부는 뭐 하고 있냐는 비난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도 OECD 국가인데, 그 정도 돈은 정부가 우선 부담해서 피해자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그 뒤의 문제는 정부 대 정부의 문제이다. 정신대 문제의 경우, 윤미향이 착복한 돈과 그 단체에 지원한 세금만 해도 애초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다면 심지어 금전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결론

닉슨이 중국을 열기 이전부터 중국은 가난하지만 강대국이었다. 당시에도 핵보유국이었다.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의 실용적 중국보다는 마오저뚱의 이념적 중국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유일 강대국이었으나, 강하고 공격적인 중국의 등장, 미국의 내부적 문제, 트럼프의 온갖 바보짓 등으로 더 이상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고, 그런 현실에 맞게 정책을 수정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갖고 있다. “양다리 시절이 끝나가면서 일본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양다리 축소정책을 펼칠 것이다. 한국은 북한 변수, 경제 구조 등의 문제로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 받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그 양자택일에서 미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한일관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나 정치인에 의한 일본 적대시 정책이나, 행정부의 무작위로 인한 법원 판결 및 그 여파는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2021-6-29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Donald_Trump

[2] Mireya Solís.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0, pp. 123-132.

[3] https://en.wikipedia.org/wiki/Council_on_Foreign_Relations#Foreign_Affairs

[4]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6/09/4LNGCIR2XFEAREZRJSLH7OCJMY/

[5] https://news.joins.com/article/240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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