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양다리 시절과 진실의 순간

 

대한민국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양다리정책): 한마디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1] 대통령 기간 (2017/1/20 – 2021/1/20) 미국은 동맹, 인권, 민주주의 등 이른바 soft power의 여러 면에서 심각한 손상을 겪었다. 2020 11/12월호 Foreign Affairs에 실린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2] 논문은 일본조차 중국에 대한 경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공히 줄이려 할 것이라 하고 있다 (“양다리 축소정책). 트럼프는 사라지겠지만, 트럼프 세력 내지 트럼프를 만든 미국의 여론은 실존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 미국과 일본 공히 인식하는 현실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양다리를 걸칠 수 있을까? 미국은 중국을 새로운, 그러나 훨씬 강한 소련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 회복과 인권 등 미국이 수호한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하려고 하겠지만, 일본은 미국이 이미 변했으며, 더 이상 이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결과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현실주의적이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편향으로 인해 중국 경도 그리고 미국과의 괴리가 일본보다 훨씬 심하다. 한국이 많은 지표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있지만,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이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펴고 있다. 과연 한국은 일본처럼 양다리 축소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 지가 이 글의 요지이다.

 

미국의 변화

일단, 위 논문 등 2020 Foreign Affairs[3] 여러 논문/기사에 의하면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당시 잃은 soft power 회복에 주력할 것이다: 동맹 복구, 전세계적인 법치, 인권 등 보편가치 추구 등.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군사력(hard power)에 의존하는 정책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동맹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명분과 실익 공히 얻을 수 있었다. 동맹의 입장에서도 비교적 적은 군사비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동맹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논문의 결론대로 미국의 주도권이 약화되고, 일본이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할 경우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불가피하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에 핵무장도 본격 논의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현재까지는 절대 불가로 이해하지만, 향후의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새로운 핵보유국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핵군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이나 베트남, 심지어 대만까지도 핵무장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와 같이 기본적으로 핵확산억제를 기본 정책으로 유지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소형 전술핵 무기를 개발해 왔다. 이 잡지에서도 관련 논문을 본 적 있다. 미국은 이런 소형 전술핵무기를 이제는 벙커버스터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적의 함대를 한번에 몰살하기 위해 전술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3번째 핵폭탄이 실전에서 터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시간문제라 본다. 핵무기 특히 전술핵무기의 다양화 및 고도화는 핵무기에 대한 심리적 장애를 제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의 태도와 미국의 용인에 달려있다 본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한 것처럼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반론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핵무장은 어렵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는 나카소네 수상이 핵연료 재처리를 미국으로부터 용인 받아, 몇 년이면 다양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일단 핵연료 재처리를 용인 받기 어렵다고 본다.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연료 재처리를 시도하거나 그에 더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이 아니라 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반복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본다.

 

핵무장이 이 글의 초점은 아니기에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지만, 핵무장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순간 양다리정책도, “양다리 축소정책도 불가하다.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원인이든 결과든, 일단 그렇게 되는 순간 세계는 중국 대 미국의 신냉전체제가 되며, 한국은 중국 세력권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다. 그 외의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용인 없이 핵무장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하에는 일본과 한국 공히 핵무장이 없다는 전제에서 말한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

앞서 말했듯, 일본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그 자체로도 미국의 동의를 받을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군비 부담을 덜고, 일본은 이 정책의 목표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심지어 NATO보다 더 믿을 만한 동맹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은 심지어 일본의 핵무장도 용인할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미국의 이해와 상치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없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양다리 축소

일단, 한국 정부가 양다리 축소를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추구할 경우를 전제로 말한다. (그리 당연하지도 쉽지도 않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수 기반이 탄탄하다. 내수 확대로도 경제적으로 양다리 축소를 버틸 여력이 있다. 반면 한국은 내수 기반이 약해서 양다리 축소정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경제적 대외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을 줄이는 것이며, 미국에 대해서는 안보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일 관계는 더 긴밀해 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공히 의존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수출주도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안보에 있어서의 미국 의존을 축소하려는 것이 양다리 축소정책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변화의 결과이지 한국이나 일본의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공히 군사비 증가는 필연적이다 (핵무장은 논외). 이는 수출 축소, 고령화화 함께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북한의 존재는 한국이 일본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북한은 불안정한 체제로 돌발상황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북한은 체제 내부의 모순으로 소련의 경우처럼 스스로 붕괴할 수도 있고, 김정은의 돌연사나 김씨 왕조에 대한 쿠데타 등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흡수통합 되어 미국의 동맹으로 남는 것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어떠한 급변사태에도 중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양다리 축소정책은 아마도 일본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이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심각히 훼손하였다. 이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정책이 변하기 때문에 동맹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은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양다리 시절은 끝나가고 있으며, 경제와 안보 공히 중국이나 미국이냐 양자택일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이 됐든 미국이 됐든, 경제와 안보 공히 어느 일방에 치우칠 수밖에 없으며, 그 여파도 미중 관계와 거의 정확히 맞물려 갈 것이다.

 

한일관계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중국과 미국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후 어떤 당파가 집권하더라도) 아무리 중국에 경도되어 있다고 해도,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런 전제, 즉 미국을 선택한다는 가정에서 한일관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일 관계는 일본의 양다리 축소정책이 실행된다고 해도 공고할 것이다. 반면 한미 관계는 변수가 많고 위기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분명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미국은 일본 편을 들 수 밖에 없고, 한일관계 악화는 한미관계 악화로 귀착될 가능성 많다.

 

한일관계는 좋았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좋을 것 같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토착왜구, 죽창 등 정부나 정치인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과격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고, 최근 법원의 판결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분명 문제다. 한국은 한일관계 문제를 일방적인 가해자-피해자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서 큰 장애물이다. 일본의 태도는 특이한 일본문화의 결과이다. 문화는 쉽게 바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일관계는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상황의 관리가 중요하다. 한일관계 악화는 아베 정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이다 (2006-2007, 2012-2020). 영향력의 면에서 보면 2006-2020, 14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기간 한국의 대통령은 노무현 (2003-2008), 이명박 (2008-2013), 박근혜 (2013-2017), 문재인 (2017-현재) 이다. 한일관계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악화되었다. 박근혜 정권 기간에는 정권, 심지어 개인적인 차원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거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의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큰 문제가 되었다. 이 점은 관련 기사[4]-[5]로 대체한다. 다만, 이 사단의 원인은 국제법상 다른 나라의 주권 행위에 대해 재판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규범인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소송 내용을 잘 모르겠고, 피고가 일본 정부인지, 기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제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정부가 피해자(원고)에게 보상해서 소송을 종료시키고, 상대방 정부에 청구를 하는 것이 맞다. 그 결정은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지 법원이 그러라고 할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의 법리나 적절성을 떠나 이 문제가 법원에서 다루어지도록 하지 않는 것이 행정부의 책임이다. 관련 기사의 요지도 그러하다. 전쟁이라는 국가간의 고도의 그리고 극단적 정치행위를 법원이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1차대전의 전후보상이 2차대전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참고해야 한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은 분명 져야 하지만, 그 피해규모를 고려하면 어떤 나라도 경제적으로는 배상이 불가하다. 또한, 전쟁은 정권, 특히 최상부에 의해 벌어지지만, 배상은 전국민이 부담한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쟁에 책임이 없는 전후 세대가 그 책임과 부담을 지는 것이 합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 진정한 반성과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 일단 벌어진 전쟁에 있어서는 유일한 대응이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전쟁책임 배상을 다 했다는 생각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몰라도 여론은 그렇다. 그 협정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이번 법원의 판결이 그 협정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입장에서도 돈 때문에 이런 소송을 한다는, 그리고 한국 정부는 뭐 하고 있냐는 비난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도 OECD 국가인데, 그 정도 돈은 정부가 우선 부담해서 피해자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그 뒤의 문제는 정부 대 정부의 문제이다. 정신대 문제의 경우, 윤미향이 착복한 돈과 그 단체에 지원한 세금만 해도 애초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했다면 심지어 금전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으로 본다.

 

결론

닉슨이 중국을 열기 이전부터 중국은 가난하지만 강대국이었다. 당시에도 핵보유국이었다. 시진핑 장기집권으로 중국은 덩샤오핑의 실용적 중국보다는 마오저뚱의 이념적 중국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유일 강대국이었으나, 강하고 공격적인 중국의 등장, 미국의 내부적 문제, 트럼프의 온갖 바보짓 등으로 더 이상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고, 그런 현실에 맞게 정책을 수정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양다리정책을 갖고 있다. “양다리 시절이 끝나가면서 일본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양다리 축소정책을 펼칠 것이다. 한국은 북한 변수, 경제 구조 등의 문제로 일본과 같은 양다리 축소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 받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그 양자택일에서 미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한일관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나 정치인에 의한 일본 적대시 정책이나, 행정부의 무작위로 인한 법원 판결 및 그 여파는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2021-6-29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Donald_Trump

[2] Mireya Solís. The Underappreciated Power: Japan After Abe.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20, pp. 123-132.

[3] https://en.wikipedia.org/wiki/Council_on_Foreign_Relations#Foreign_Affairs

[4]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6/09/4LNGCIR2XFEAREZRJSLH7OCJMY/

[5] https://news.joins.com/article/24040822

2021년 6월 6일 일요일

코인 광풍

코인 광풍

 

보통의 경우 글을 쓸 때는 나름 상당한 조사나 연구를 하지만, 이 글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쓴다. 일단 조사나 검증할 내용이 너무 많고, 작금의 "코인 광풍"이 어마어마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며 터지기 전에 써야 시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용 부실하며, 근거 미약할 수 있다.)

 

일단 가상화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1] 2009년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비트코인에 대해 친구에게 듣고, 내 반응은 "어떤 놈이 별 해괴한 사기를 다 치는구나!" 였다.

 

서론

그로부터 한 10여년 지나도 여전히 존재하고 인기(?)를 얻을 때, 주류 경제학자 대부분(Shiller, Stiglitz, Thaler, Krugman )은 가상화폐에 대해 거품”, “사기”, “기술신비주의등의 표현으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Krugman은 잠시 약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있었고, 난 그에 대해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비트코인은 승승장구 했고, 수많은 아류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몇 년 전에는 친구로부터 일부 사모펀드가 모르기 때문에 투자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것이 버블은 모두 광풍이다. 학자나 전문가도 광풍에 무력하다. 그 즈음 전철에서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서너 분의 할머니에게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분은 채굴및 채굴장비의 위탁운영 등 상당히 많은 피상적인 지식이 있었고, 이를 다른 할머니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른바 다단계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아파트 구매를 (일시적으로라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코인 투자에 대거 몰려들면서 버블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90년대 일본에서도 있었다. 주택 구입을 포기하면 저축의 필요성도 낮아지며, 경제학의 항등식(소득=소비+저축+투자)에 따라 저축이 감소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게 되고, 일본의 경우엔 Benz, BMW, Ferrari 등 고가 내구성 소비재와 이른바 명품 구매로 나타났다. 이 글의 내 주장이 틀려서 한국의 많은 젊은 세대가 돈을 벌기를 무엇보다 바라지만, 내 주장이 맞는다면 부디 더 늦기 전에 이 광풍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쓴다.

 

화폐는 무엇인가?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 등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첫 장을 이런 질문에 할당하지만, 관습적이지 그리 큰 중요성은 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교과서에 의하면 화폐의 기능은: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부채의 청산수단 등이다.

 

일부 가상화폐들이 그들이 화폐라고 주장하기에 그 점을 우선 반박하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상품(commodity)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반박하려고 한다.

 

희소성 있는 모든 재화는 화폐 내지 그 대체물로 기능할 수 있다. 금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런 것들을 상품화폐라 하며, 현재의 화폐는 모두 법정화폐”(fiat money)로서 어떠한 내재적 가치도 없다 (1971년 미국이 금태환을 폐지한 이후 화폐는 기본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법정화폐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런 우화까지는 안 나오지만, 일반인을 위한 책에는 화폐의 기원이나 특이한 경우도 소개된다 (나는 노벨상 수상자(아마 Milton Friedman)의 이런 류의 책을 읽었고, 그 기억에 의존해서 말한다). 어떤 작은 섬나라에서는 어떤 특별한 돌을 화폐로 쓰는데, 그 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실제 그 돌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다. 그 돌을 이동 중 바다에 빠뜨렸고, 그 증인이 다수 있는 관계로 그 사람은 그 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아마 그 바다에 빠진 화폐를 담보로 막대한 대출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나는 아니고, 최소한 가상화폐를 믿는)들이 그 가상화폐가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위에 언급한 섬나라에서처럼 화폐가 된다. 몇 년 전 어떤 온라인 몰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겠다고 했고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 차량의 결제를 XX코인(하도 많은 가상화폐가 있고, 머스크도 여러 가상화폐를 언급해서 어떤 코인인지 기억이 안 나서 XX코인)으로 받겠다고 해서 위에 언급한 화폐의 기능 중 상당부분을 흉내내고 있다. 얼마 후 머스크는 테슬라 결제 발언 번복했다.

 

법정화폐 (fiat money)

내가 본 바로는 유일하게 미국 달러에 이런 문구가 있다: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해석하자면, “이 지폐는 모든 공적/사적 채무의 변제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문구는 몇 번 바뀌었는데, 아래 예를 든 $10,000 지폐에는 (만불짜리 지폐가 있다는 것을 재미 삼아 알려드리며), “THIS NOTE IS LEGAL TENDER FOR ALL DEBTS, PUBLIC AND PRIVATE, AND IS REMEEMABLE IN LAWFUL MONEY AT THE UNIETED STATES TRESURY, OR AT ANY FEDERAL RESERVE BANK.”라고 되어 있고, 직역하자면, “이 지폐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채권에 대한 법적 상환이며 미국 재무부 또는 연방준비은행에 합법적인 돈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법정화폐의 정의라 할 수 있다. 금태환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그에 합당한 문구가 있었다.



공식 화폐가 아닌 화폐는 (금본위이든 아니든) 정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위폐(僞幣)이다. 위폐가 이렇게 공공연히 유통되는 경우는 아마도 문명 이후 (정확히는 상품화폐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폐는 사형에 처했다. 이는 발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발권력은 통치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나는 발권은행이 하나 이상인 경우는 홍콩 외에는 모른다. 이는 홍콩 반환 이전으로 지금은 어떤지 모른다. 심지어 홍콩 달러를 쓰는지 중국 위안화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화폐인가 상품인가?

거시경제학 관점에서는 매우 우문이나, 하여간 이름이 가상화폐내지 코인이고, 일부는 화폐임을 주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화폐라고 인식하고 있기에 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가 흔히 현찰이라고 부르는 종이돈 내지 동전을 유통이라 부른다. 그 이름이 나름 이해는 가지만 하여간 괴이하다. 중요한 것은 의 거의 대부분은 은행 컴퓨터에 숫자로 존재하지 우리가 보는 유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갱 영화나 추석이나 설에 유통공급 뉴스에나 물리적인 돈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화면으로만. 가상화폐는 물론 물리적인 형상이 없다. 그러나, 현대 경제에서 내지 통화량의 의미는 은행을 통한 신용창출에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는 유통으로 (최소한 현재로는) 봐야 한다. 신용창출과 이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름이 무엇이건 잘해야 유통이다. 사실 가상화폐는 그 본질에 있어서 현대적인 의미의 화폐가 아니라 금과 같은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위에 언급했듯, 돌을 포함한 어떠한 재화도 일정부분 화폐(상품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특히 화폐금융정책의 측면에서 이자와 신용창출이 불가한 것은 화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상품(여기서 상품은 영어로 commodity로 유무형의 가치 있고, 거래 가능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인가? 그 점은 더더욱 회의적이다. 금은 장신구 재료라도 쓰이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보듯, 변기로는 탁월한 물리적 특성이 있다. 얼마 전 도난 당해 뉴스가 되었지만, 실제 변기로 사용되었다.[2] 가상화폐는 어떤가? 장신구나 변기로 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가상화폐 정보가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분실해서 쓰레기장에서 찾으려 한다는 기사만 몇 개 본 적 있다.[3]

 

내 결론은, 가상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상품도 아니다. 다만, 이름 하나만은 기가 막히게, 헷갈리게, 잘 지었다. 누군가 가상화폐”(등등 여럿)라는 이름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면, 그건 상품으로 인정하겠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기사 때문이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통화 세계 최초로 추진[4]. 기사야 근거가 있겠지만, 그 내용은 정말 믿기 어렵다. 정상적인 국가가 이런 짓을 한다면, 이상에서 내가 언급하고 주장한 모든 내용은 모두 다 오류이자 쓰레기이다. 내가 다닌 대학에 손해배상 청구해야 할 정도이다. XX코인을 법정통화로 한다는 것은 농담 축에도 못 든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루겠다.

 

중앙은행

통화 공급은 장기적으로 경제규모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통화 공급이 증가해야 하며, 통화 공급이 부족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제가 정체할 때 통화 공급이 지속 혹은 (보통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금본위제도의 문제 중 하나가 금 채굴과 경제성장은 완전 별개라는 점이다. 금태환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차례 태환비율을 조정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이런 근본적인 모순 때문에 어떤 저명한 경제학자(아마 케인즈)는 금본위제도를 가장 야만적인 제도라고 하였다.

 

현대 거시경제 운영은 공개시장조작(채권 매입/매각)과 이자율(지불준비율 포함)에 주로 의존한다. (재정정책은 별개이나, 일상적으로는 효과의 크기나 즉각성 때문에 2차적인 수단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의 역대급 장수 의장인 앨런 그린스팬의 표현을 빌자면, “항공모함을 동전 위에서 선회시킬 수 있는수단이 이자율 조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자율 조정은 직접적인 이자율 조정으로 공개시장조작에 의한 시장을 통한 이자율 조정의 의미가 아니다. 직접적인 이자율 조정은 부작용이 너무 커 잘 쓰이지 않는다.) 이자율 조정이라는 정책수단은 법정화폐의 독점을 전제로 한다. 정책당국의 통제가 불가한 다른 화폐의 존재는 이자율 조정의 효과를 불확실하게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의 유효성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의 예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무조건 적대적이다. 여러 가지 기사와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내 짐작은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자체 전자화폐 발행을 위해서 여타 유사한 것들은 통제한다는 기사를 다수 읽었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가상화폐는, 특히 중국에서는, 법정화폐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나 환경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화폐의 일부 기능인 교환의 매개까지도 아예 싹을 자르려는 것으로 본다. , 통제불능이 아니라 완전통제가 목표라고 본다.

 

기술신비주의

한국의 특수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제, 부동산 정책, 저금리 등의 여파로 전국민이 주식에 몰두하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는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 세대갈등 양상까지 생기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기성세대는 위험한 투기라고 하고, 젊은 세대는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 하는 기성세대의 꼰대식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이 항의 제목 기술신비주의는 앞서 인용한 Paul Krugman 표현이다.

서론에서 언급했지만, 70대 할머니가 유창하게 마이닝 등을 주변 할머니들에게 설명하시는데, 꼰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꼰대가 꼰대를 (내가 목격) 혹은 젊은이가 젊은이를 (내가 짐작) 유혹하는 것이고, 이는 유서 깊은 다단계의 전형이다.

 

--버블 당시에도 똑 같았다. 아마 모든 버블은 슬프게도 똑 같은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새롬기술이나옥소리를 보시라. ADSL (당시로는) 디지털 방식의 데이터 서비스가 이미 대세인 상태에서 수신인이 PSTN(일반전화) 모뎀을 사용하는 공짜전화가 두 회사 서비스의 핵심이었다. 이 글은 그런 기술적인 사항을 말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엉터리 한 물 간 기술을 포장해서 투자로 (이익이 아닌) 돌려막기 한 것이 본질이다. 블록체인? 꼰대들이 이의 잠재가치를 모른다고 하는 젊은 세대는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버블 당시에도 그랬다. 참고로 나는 꼰대 맞고, 전산실장을 5년정도 한, IT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다.

 

비싼 쓰레기

가상화폐의 아이러니는 종이돈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최소한 그럴 수 있다.) 서론에 언급하였지만, 특히 비트코인은 채굴이란 과정을 통해 취득하며, 비트코인의 경우 반감기를 통해 소멸한다. (최초에 얼마나 어떻게 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했지만, 사용자들이 동의한다면, 돌이든 금이든 뭐든 화폐가 될 수 있다. “채굴반감기는 희소성과 과소성, 경제학 용어로 말하자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이해된다. (다른 코인들은 그나마 그런 기제도 없지만.) 아마 비트코인의 발명가는 최소한 화폐금융의 기본은 알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중앙은행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완전 무식이었다고 확신한다. 아래에 비트코인의 가격등락 그래프를 첨부하였다. 이 비슷한 상황은 2차대전 직후 독일 말고는 듣도 보도 못 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돈을 인쇄할 시간이 없어서 액면가의 10억배로 한다는 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경우에도 이런 상승은 본 적이 없다. 화폐이든 상품이든. 참고로 아래 표에서 가격은 로그로 표시되어 있다 (로그는 매우 큰 숫자를 다룰 때 쓴다).

 


보통 쓰레기는 뭔가 사용하고 나서 폐기될 때 처리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생산단계부터 막대한 자원을 소모한다. 최근 언론 보도처럼 중국, 특히 정책가격으로 전기료가 싼 변방에 마이닝 공장이 주로 있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가 기후나 입지조건 때문에 아이슬랜드에 있고, 그 대부분은 코인 마이닝 용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도, 반도체 회사들이 코인 마이닝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에 집중하다 보니 그 여파로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가상화폐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뚱딴지이다. 그 해악은 실물에서는 반도체 기근이나 전력소모에서 나타났지만, 금전적으로는 아직은 미래의 일이고, 내 짐작으로는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줄 것이다. 규제당국이 손 놓고 있는 한국은 특히 더 심각할 것이다.

 

결론

개인 소견으로는 현재의 코인 광풍은 광풍이다. 특히 젊은 분들께 고언하자면, 돈 버셨으면, 만족하시고 바로 떠나시고, 혹시 잃으셨으면 즉시 손절하시고 작은 교훈이라도 배우셨으면 합니다, 뭐든간에.

 

2021.6.7

최원영



[1] https://en.wikipedia.org/wiki/Bitcoin

[2]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6/2019091600179.html

[3]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970113

[4]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6/06/E3GHMINYZBDLPD44JMNU5IHL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