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0일 토요일

염소의 축제

염소의 축제
최원영                                                                                         2016-09-10

글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염소의 축제][1] 독후감이다.

여기서 염소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 (Rafael Trujillo), 축제는 性交를 의미한다. 책은 1930년부터 1961 암살될 때까지 31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한 독재자 트루히요와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보여주는 역사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3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면서 전개된다: 트루히요 암살 2주전 도미니카 공화국을 떠나 35 만에 돌아와 아버지와 이모 등을 만나는 우라니아 카브랄(Urania Cabral) 말하는 자신과 트루히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트루히요의 최후의 하루의 일과 사후의 상황 전개; 트루히요 암살범들의 이야기. (두세 가지의 어느 정도 별개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면서 전개되는 것은 저자의 특징이자 특기이다. 저자의 문학적 기술과 특징은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책을 읽지 전까지 나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했다. 중미와 남미 사이에 카리브해가 있고, 쿠바와 자메이카가 제일 서쪽에 있고, 동쪽으로 히스파니올라 섬이 있고, 섬에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지금은 인구가 천만 정도이지만, 소설 시대인 1960 경에는 삼백만 정도였다. 작고 고립된 나라에서 장기간의 독재가 있을 경우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독재자 자신이 이성을 잃고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이웃 나라인 베네주엘라의 로물로 베탕쿠르트 (Rómulo Betancourt)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다 미주기구의 경제제재를 받게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경작지의 40%, 기업 고용의 30~40% 트루히요와 가족들이 소유했다. 측근의 아부를 진실로 착각하고, 우상화 신격화는 독재자 스스로가 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많은 부하의 아내와 딸들을 범하면서 트루히요는 자신의 강간이 마치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스스로 착각했고, 입막음이나 회유를 위해 여러 가지 보상을 주기도 했다. 우라니아 카브랄은 피해자이자 목격자로 소설에 등장한다. 실제 카브랄 부녀가 소설에서 유일한 허구의 인물들이다. 바르가스 요사는 트루히요의 이런 성적 방종을 강조하고 싶었던 같다.

전제적 독재의 거의 필수적 공통점인 납치, 암살, 고문 등이 난무한다. 실화소설 [나비의 시대 (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 유명한 미라발 (Mirabal) 자매 암살 사건이나, 뉴욕 한복판에서 벌인 갈린데스 (Jesús Galíndez) 납치 암살 사건 등은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소설에 나타난 고문들은, 글에서 쓰진 않겠지만, 극악의 수준이다.

공포와 세뇌로 채워진 장기간의 전제적 독재로 인해: 1)독재자는 스스로 신이라 생각하게 하고, 2)家臣들은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아부와 굴종으로 일관하고, 3)민중은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을 갖게 된다. 트루히요의 카리스마와 용의주도한 用人, 회유, 협박, 그리고 매우 충성스럽고 매우 잔인한 보안조직의 존재는 이런 현상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트루히요의 암살 꾸데따를 이끌 호세 로만 (José Román) 참모총장은 실제 상황이 발생하자 판단력이 문자 그대로 얼어붙어서 온갖 바보스러운 행동만 하게 된다. 국민들은 트루히요를 진심으로 애도하다가 암살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트루히요 시대의 실상을 이해하면서 암살자들은 영웅이 된다.


나는 누군가가 북한에 관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브래들리 마틴 (Bradley K. Martin) [아버지 같은 지도자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 북한과 김씨 왕조][2]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3] 권하곤 했다. 아쉽게도 책은 한글로 번역된 적이 없고, 어떠한 한글판도 없다. [염소의 축제] 읽고, 나는 북한에 대한 책으로 소설을 추천하려고 한다. 게다가 책은 표제의 제목으로 한글판이 출판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주변 상황이든, 시대 상황이든, 자신의 광기이든, 읽는 동안 트루히요의 종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중남미 독재자들의 종말을 연도순으로 정리하면: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1955, 니카라구아의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 1956,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로하스 피니야 1957, 베네수엘라의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1958, 쿠바의 풀헨시오 바티스타 1959, 엘살바도르의 호세 마리아 레무스 1960. 나라의 구체적인 상황을 몰라도 독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짐작할 있다. 게다가 트루히요는 다른 독재자들보다 훨씬 오래 권력을 쥐고 있었다. 같은 섬에 있는 나라 아이티는 예외였다. 뒤발리에 父子는 1957년부터 1986년까지 집권했다.

트루히요는 교황 피우스 12 당시 바티칸의 최고 훈장을 받았으나 1960 1 25일에는 도미니카 공화국 모든 성당에서 트루히요에 반대하는 주교 교서가 설파되었다. 자신의 정통성의 기반이었던 카톨릭이 자신의 반대 세력이 것이다.

때마침 어제 북한이 5 핵실험을 했다. 아마도 앞서 말한 베탕쿠르트 대통령 암살 사건과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체사상, 우상화, 세습 족벌체제, 기쁨조, 장성택 측근의 무자비하고 무원칙적인 처형, 감시와 탄압, 국제사회의 제제, 등등, 북한의 대표적인 괴이한 모습들이 소설에 거의 나타나고, 북한의 그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설은 역사소설이고 소설인 관계로 소설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바르가스 요사 본인이 직접 말했듯이 "나는 과장하지 않았다"[4] 마틴의 책을 설득력 있게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염소의 축제] 소설이니만큼 극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틴의 책이 극적이다. 북한의 실상 자체가 소설보다 기막히고, 극적이고, 암울하다.

북한의 붕괴를 가정해 보면서, 과연 소설에 나오는 호아킨 발라게르 (Joaquín Balaguer) 같은 인물이 있을지 궁금하다. 그는 트루히요의 꼭두각시 대통령이지만 트루히요 암살 , 호세 로만의 무대응으로 발생한 권력공백 상태를 매우 현명하고 조용하고 깔끔하게 관리하고 처리함으로써, 그렇지 않았다면 대량학살이 불가피해 보이는 내전을 방지했다. 발라게르는 이후에도 오랜 기간 대통령이 되고, 그의 대통령직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최소한 트루히요 암살 6개월간의 정국 관리는 내가 보기에는 완벽했다.

소설로서 재미있고, 역사소설로서 훌륭하고, 북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기에 [염소의 축제]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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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소설은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중에는 여러 면에서 쉬운 편이지만, 한글판을 적이 없는 관계로 번역으로 인한 문제는 나는 알지 못한다.




[1] Mario Vargas Llosa, La Fiesta del Chivo, (punto de lectura edicione, 2006), 2000
[3] Bradley K. Martin,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 St. Martin's Press, 2004, New York,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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