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31일 목요일

2022 전후의 세계

 2022 전후의 세계

 

올해 2022년을 기준으로 그 전의 세계와 그 후의 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화(globalization) 일시정지

보통 세계화라 하면 WTO로 대표되는 1995 세계무역질서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50년 전인 2차대전 이후 폭발적인 무역의 확대, 심지어 19세기 식민지 시대를 무역의 관점에서는 근현대의 세계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무역은 그렇지만, 오히려 인구의 이동이 더 중요하다 볼 수 있고, 그런 관점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에 따른 이민의 폭증, 식민지 시대의 인구이동, 더 길게 보자면, 몽고의 침략과 그로 인한 중세 유럽의 형성이 역사적으로는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시진핑의 국제적 패권 도전 및 그로 인한 최근 공급망재편 WTO체제의 종언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 많은 무역규제는 WTO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과거에는 WTO에 제소하고, WTO세계 무역 법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현재는 원고 입장인 나라도 WTO 제소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피고 입장인 나라도 WTO의 결정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WTO는 무력하고, “잊혀지고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인 사망선고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생체정보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시체제는 이민은 물론 관광까지도 인적세계화를 위축시킬 것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중국으로의 입국은 용감하거나 무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 될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은 중국발 공급망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결말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다. 세계경제는 미국 중심의 민주진영과 그 반대편의 독재진영”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 이 표현을 쓰지만, “전체주의진영”, “권위주의진영”, “계획경제진영등 어떠한 이름이든 민주주의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진영과 반대편에 있다는 점에서는 같고, 그것이 핵심이다.) 2개의 세계로 분리되고, 양진영간 무역은 현격히 감소할 것이다. 이것이 공급망재편의 핵심이다.

 

세계화 내지 무역의 이론을 살펴보면,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설명으로, 어떤 나라가 어떤 상품을 생산할 때 절대적인 우위가 없다고 해도, 상품별 생산의 비교우위가 있다면 무역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Wikipedia(“비교 우위”)로 대신한다. “비교우위론의 문제는 각 나라는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상품의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국제적 분업이 결과된다. 안보 등 어떠한 이유로든 비교우위가 아닌 기준으로 국제적 분업이 방해 받게 되면,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은 크게 제한 받게 된다. 이것이 현재 진행중인 상황이다. 무역의 축소는 시장의 축소이고 이는 결국 세계총생산의 감소로 결과된다.

 

Pax Americana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은 드디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배운 듯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20년간(2001-2021)의 전쟁과 굴욕적인 철수를 통해 마침내 미국은 뭔가 배운 듯하다. 양대 대전 참전과, 한국전쟁과 월남전 등은 사실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공화 양당 공히 공유하는 미국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이들 전쟁 및 참전의 의미, 목적, 결과는 다 다르지만,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세계정책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증거이다. 미국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정책적, 철학적 변화의 결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크고 명백한 아이러니는 러시아의 허약한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에는 소련의 힘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소련은 결국 붕괴했다. 당시 10년의 전쟁으로 소련은 계획경제자체의 모순에 더하여 전쟁으로 인한 체력 손실이 붕괴의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30년후 푸틴의 러시아는 경제적 체력을 상당히 회복하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는 다시 또 붕괴할 것으로 본다. 군사력은 거의 황당한 수준이다. 정보 왜곡, 상황 오판, 작전의 실패도 원인이지만, 나는 군의 부정부패를 중대한 원인으로 본다. 러시아 무기나 장비는 러시아 군의 부정부패로 장비의 일부나 전부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량인 경우도 많다. 예비물자 도난 등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기갑연대 사령관이 자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 상황의 실체적 진실은 현재로는 알 수 없으나, 전황만 봐도 상당부분 진실이라고 본다. 중국은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거나, 라이선스 생산하거나, 아예 도용해서 만들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 중국 짝퉁은 러시아 진품의 주요 부품(대표적으로 전투기 엔진)을 제대로 복사하지 못해 완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이 심각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품도 이른바 카탈로그 성능과, 이번에 증명된 실제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짝퉁은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내심 이들 무기에 대해 상당한 불신과 우려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미국의 경제 및 금융제제의 위력이 이번에 확실히 증명되었다. 트럼트 시절 동맹 와해는 대체적으로 복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직도 건재하다. “하드 파워인 군사력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이 없기 때문에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정보전, 전자전, 네트워크전 등 다방면에서 최근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증명이 된 부분도 있다.

 

종합하면,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미국은 더, 그리고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많은 소위 전문가들이 미국과 서구의 몰락을 말할 때, 오히려 미국은 환골탈태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소프트, 하드 모든 면에서 미국은 더 강해지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의 단극체제, Pax Americana는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많은 도전과 표면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확실한 교훈을 얻었고, 이제야 전략과 정책에 반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 2 Pax Americana가 올 것이고, 이미 왔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2022년 일종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단계가 된 듯 하다. 코로나 상황 아주 초기 전문가(의사와 과학자)들의 진단은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대믹(pandemic)은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고,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50-60%가 감염 및 치유되어야 달성될 것이라 하였다. 실제 그리 되고 있고, 최근 한국 상황이 그 증거이다. 일종의 총량불변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도시봉쇄(상하이 봉쇄가 최근의 예)는 무지 혹은 이념화된 사이비 과학의 결과이다.

 

코로나는 이미 알려진,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증명이 되겠지만, 코로나 전후의 세계는 같을 수가 없다. 최근 이른바 “with Corona” 정책으로 (관광 목적의) 해외여행도 재개되고 있지만, 그 양태는 크게 바뀌었다. 한국을 기준하면, 아무나 살 수 있는 재화에서 사치품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양태도 탐방에서 휴양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 경험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경제적 타격이 적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겠지만, 공급망 재편와 생산지 선정은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화

시진핑과 푸틴에 의한 역사 도돌이()”에 개인적으로 매우 좌절했다. 역사의 진보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희망을 심고 있다. 그 동기는 아래에 쓰지만, 그 동력은 집단기억집단지성이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만든다하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유를 만든다. 중국은 이들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통제를 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없다. 중세 유럽에서 도시를 없앨 수 없었듯이,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없앨 수는 없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독재국가의 선전선동의 도구가 되고 있지만, 이는 역사 이래 모든 기술의 공통점이다. ,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그러나 이들 기술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진실은 죽지 않고, 죽어도 부활한다. “집단지성이 이를 가능케 하며, “집단기억이 역사의 진보를 만든다. 이 두 단어의 공통어인 집단은 민주주의의 전제(필요)조건이자 유발(충분)조건이다. 현재의 민주주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민주주의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가 될 것이다.

 

2022.3.31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