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8일 수요일

훈민정음 코인

 훈민정음 코인

 

우선 신문기사 하나를 링크한다: “훈민정음이 1억원”… NFT 시장 매물로[1], 부제는 국보가 나온 건 처음[.] 자금난 간송미술관, 1억씩 100개 한정판”. 참고로 NFT Non-Fungible Token의 약어로 기사에서는 대체불가토큰이라 칭하였다.

 

얼마 전 코인[2]에 관해 한 줄 쓰면서 NFT도 예기도 할까 하다 말았는데, 마침 이 기사가 나와서 쓴다. 토큰이나 코인이나 같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며 본질도 비슷하다.

 

디지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너무 장황해서 미주로 처리했다.[i]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원본과 복사본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양자화(quantization) 및 코딩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숫자나 문자로 표시된 것이기 때문에 옮겨 쓴다고 내용이 변하지 않듯, 복사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원본과 복사본이 동일하기에 원본은 존재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원본 돈키호테나 전자책이나 내용은 같다. 다른 점은 오직 종이와 활자체로 이는 이미 아날로그의 영역이다.

 

코인, 토큰, NFT 등 블록체인은 이런 디지털 콘텐츠(결국 파일)에 굳이 한 꺼풀 덧씌워서 이른바 원본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전자화폐는 복사가 불가해야 하므로 그나마 타당성이 있다.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주체가 발권 권한이 있어야 하며, 발권된 전자화폐는 원본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폐이다. 이전에 코인에 대해 쓰면서 자세히 설명하였지만, 작금의 코인 광풍의 코인은 발권주체가 미상이거나 발권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정의에 의해 모두 위폐이다. 블록 체인 기술은 원본을 증명할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잘해야 진짜 위폐일 뿐 화폐는 아니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체인이 뭔가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사실은 짐작)하는 일반인을 위해 블록체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3] 블록체인은 어떤 파일(콘텐츠)에 그 거래내역과 시점(time-stamping)블록으로 덧댄 것이다. 블록은 암호화되며 이전 블록에 계속 추가(“체인”)된다. 아주 간단하게는 이것이 블록체인이다.

 

코인 등의 경우 블록체인은 이른바 채굴(mining)”이라 하는 과정을 갖는데, 이것은 블록체인의 본질은 아니다. 채굴은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장부에 기입하는 과정일 뿐이다. 아직 전자화폐를 도입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경우[4]는 기존 코인을 국가에서 인정한 것이지 국가의 전자화폐는 아니다) 대응하는 단어는 없지만, 국가에서 전자화폐를 도입한다면 채굴보다는 보장”, “확인등의 단어가 들어간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채굴이라는 해괴한 이름은 아마도 골드 러시에서 차용한 듯하다. 중앙은행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중앙보장이 있다면 (이하 중앙은행”, “중앙보장) 한 개의 서버에서 거래를 보장하고 장부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채굴은 필요 없다. “중앙보장이 없기 때문에 코인은 다수의 분산된 서버가 필요하며, 서버가 분산된 관계로 거래의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증명(Proof-of-Work)”이나 판돈증명(Proof-of-Stake)” 방식을 사용하며 이 노동증명채굴이다. 이 부분은 너무 기술적인 문제라 넘어가지만, 하여간 중앙보장이 없기 때문에 채굴이라는 과정이 생긴 것이다. 이 채굴이라는 노동증명이 의도적으로 (전혀 쓸데 없는) 중노동인 관계로 막대한 연산이 필요하고, 그 결과로 막대한 전력소모, 냉각을 위한 환경문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산업 피해까지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블록체인의 유용성 (있다면)

블록체인의 본질은 이력관리이다. 블록체인의 실제 내용 자체가 거래내역과 그 시점이다.

최근 농축산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종자부터 유통까지 모든 이력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실물 농축산물과 그 정보인 블록체인을 일치시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가령 어떤 고기 한 팩을 살 때 실물 고기와 포장에 붙어 있는 블록체인의 바/QR 코드가 동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으나, 생산자 입장에서는 품질관리 등을 위한 추적이 가능하기에 유용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아니라 이력관리의 본질이다. 블록체인은 이력관리에 유용한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종이 이력카드나 블록체인이나 본질적인 효과는 같다.

 

코인은 현금?

(여기서 전자화폐는 국가 내지 발권은행에서 발행한 것이고, “코인은 그렇지 않은 현재 존재하는 모든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를 의미한다.)

코인은 은행을 매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금의 대용물로 여겨진다. 이는 중앙보증부재의 효과이지 블록체인의 특성이 아니다. 현재 코인이 불법활동의 결재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유는 중앙보증의 부재 때문이지 블록체인과는 아무 관계 없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기록을 자체에 다 갖고 있다. 현실에 가장 가까운 비유를 들자면, 코인은 무한재활용수표라 할 수 있다. 전달된 모든 사람의 배서가 무한 연결된 자기앞수표라 할 수 있다. 유일한 차이는 배서가 익명이라는 점이다.

현금의 특징은 익명성과 재활용이다. 블록체인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블록체인의 본질은 이력관리이다. 현금은 이력관리없음이 그 본질이다. 나는 이전에 10만원권 수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5] 현실적으로 현금과 마찬가지인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마이크로필름 촬영 및 보관 등 처리비용이 막대하며, 현금과 달리 일회용이다. 지폐나 동전이나 재활용이 기본 목적이며, 따라서 내구성이 중요한 특성이다. 대한민국 조폐공사가 화폐 특히 동전 수출에 독보적인 것은 우월한 내구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전자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는 목적이라면 블록체인은 적합한 기술이 아니다. 거래내역이 다 기록되며, 내구성이 있을수록 (즉 재활용이 많을수록) 처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무한재활용수표의 비유를 들자면, 수표 용지가 점점 더 길어지게 된다. 처리비용을 고려한다면 중앙보증이 존재하는 전자화폐의 경우에도 블록체인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며, 코인의 경우에는 블록체인과 분산 서버의 필요성 때문에 아마도 가장 비효율적인 화폐일 것이다. 전자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은 이력관리가 아니라 위조 방지일 것이다. 진품확인(authentication)은 블록체인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발권은행이 전자화폐를 발행한다면 현금의 대용품을 지향할 것이며, 따라서 이력관리가 본질인 블록체인을 활용할 일은 없다고 본다.

 

모든 돈은 가짜가 있다.

돈이든 다른 물건이든 가짜를 만드는 비용이 가짜를 팔아 버는 수익보다 적은 경우 가짜는 발생한다. (특히 처벌이 약할 경우. 코인은 정의상 혹은 실질적으로 위폐이지만, 처벌은 없다.) 위폐는 동서고금 공히 있다. 대한민국에서 위폐는 뉴스 감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위폐는 일상적인 것이다. 컬러 복사 같은 조잡한 것부터 시작해서 북한처럼 국가 조직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까지 정교함의 차이는 있지만 위폐는 항상 존재한다.

전자화폐의 경우에는 모든 면에서 더 심각하다. 원칙적으로 어떠한 보안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 어떠한 시스템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까지는 해킹으로 코인을 탈취한 경우는 많이 보도되었으나, 코인 자체를 무력화 내지 무효화시키는 해킹은 들어본 바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존재하는 코인의 10억배로 수량을 늘리거나, 코인의 수량 단위를 10억배로 늘리거나, 등등 방식으로 코인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 다만, 그러한 해킹은 해커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물 화폐의 경우에는 수퍼노트의 경우처럼 거의 완벽한 위폐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유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반면 전자화폐나 코인의 경우, 비유를 하자면, “수퍼노트가 아니라 아예 달러를 통째로 없애버릴 수도 있다. 코인의 경우 이런 위험을 분산 서버를 통해 방지하고 있지만, 다시 말하지만, 어떠한 디지털 시스템도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보증이 존재하는 전자화폐의 경우, 바로 이러한 해킹 피해에 대한 우려가 도입의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이다. 코인과 같이 분산 서버로 해결할 수도 없고, “중앙보증이 존재할 경우 중앙 서버에 대한 해킹 방지도 보장할 수 없다. “수퍼노트로 인한 아날로그 화폐의 피해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해킹에 의한 디지털 화폐의 피해는 통제가 불가하다.

 

훈민정음 NFT

다시 본론인 훈민정음 NFT로 돌아간다.

NFT코인 광풍: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에 의하면 훈민정음 NFT는 개당 1억원, 100개가 만들어진다. 이전에도 이런저런 NFT가 경매에서 몇 억 원에 팔린 기사를 본 적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과연 누가 이런 스캔 이미지 파일을 그런 돈을 주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NFT 건마다 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은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코인 광풍: 시즌2”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이번 훈민정음뿐만 아니라 모든 NFT에 있어서 소유자와 발행자가 궁금하다. 훈민정음 NFT 경우, 소유자는 간송미술문화재단”, 발행자는 퍼블리시라고 기사에 나와있다. 앞서 코인 및 블록체인을 설명하면서 언급하였지만, (분산 방식이든, 중앙 방식이든) 거래를 보증하는 서버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이 부분은 알 수 없다. 본질적으로 매우 소규모인 NFT의 경우 발행자가 거래 보증서버를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 없다. 모든 NFT, 모든 코인은 보증서버 (코인의 경우 마이닝 서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퍼블리시라는 발행자가 보증 서버를 어떻게,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비유를 하자면, 다이아몬드라고 어떤 돌(stone, 보통 보석을 이리 부름)을 샀는데, 그 유일한 근거는 퍼블리시라는 유일한 감정인의 보증서(NFT)인데, 그 보증서는 어떤 창고(서버)에 유료로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코인의 경우에는 창고 보관료로는 너무 많은 것 같아 완전 쓸데 없는 노동(mining)을 덤으로 시키면서 그 돌을 채굴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것이다.

 

나는 간송미술관을 소중히 생각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애로를 이해하고, 국보의 소유나 관리에 대한 법제도 및 정부정책에 대해 불만도 있다. 다만, NFT 판매 말고는 방법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

 

무정부 시스템, 무법천지

나의 친구 위키라는 표현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도 참고/인용) 위키피디아(Wikipedia)[6]는 매우 중요한 지식 출처이다. 그에 더해, 내가 알기로는 유일하게 성공한 무정부 시스템이다. 수백만 (현재 영어판 기준 633) 개의 주제가 어떠한 중앙적인 관리권한 없이 오직 동료감시(peer review) 만으로 컨텐츠를 만든다. (사실, 이른바 학계 내지 전문가는 동료감시가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유일한 자기통제 방식으로 위키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 문화사는 총체적으로 무정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코인의 경우도 분산 서버를 통해 코인 거래의 유효성을 보장하며, 중앙은행 같은 역할을 하는 어떤 주체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위키처럼 무정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그리 좋게 봐주기 어렵다. 어떤 코인은 심지어 원작자가 장난으로 만들었다라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코인은 막대한 자원을 의도적으로”, “전혀 쓸모 없는연산을 시키는 채굴과정이 있기에 환경적인 문제까지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코인 광풍이라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도 만들었다. 코인의 문제는 진행형으로 전체적인 사회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심지어 명백한 위폐로서 동서고금을 통해 극형에 처했던 행위가 아무런 통제 없이 벌어지고 있고, 다단계 양태까지 보이고 있다. 코인은 기술로 포장된 사기이며, 다단계는 사기의 사기이다. 이는 무정부 시스템을 참칭한 무법천지이다.

 

저작권

디지털의 장점 중 하나는 원본과 복사본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똑같다. 그래서 만들기는 어렵고, 복제는 쉽다 (expensive to produce, cheap to reproduce) 라는 표현이 있다. 아날로그는 미디어의 특성과 장비의 성능에 따라 복제본의 품질이 원본대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디지털의 이런 특성이 저작권에 있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원본과 복사본이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굳이 원본을 찾을 이유가 없고, 바로 그런 점이 불법적인 복사를 부추기는 것이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블록체인 말고도 많다. 가장 흔하게는 많은 소프트웨어에서 사용하는 인증 방식이 있고, 일정 기간마다 재승인을 받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하게 하거나, 아예 사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서버에 어떤 형식으로든 접근을 해야만 하는 방법 등 무수히 많다. 블록체인은 거래의 이력관리가 핵심이지 저작권과는 직접적 혹은 기술적 관련이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NFT 역시 저작권과는 무관하다.

훈민정음 NFT로 돌아오면,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유한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기사 인용)실물의 가치이지 훈민정음의 가치가 아니다. 지식 컨텐츠의 특징은 그 자체 속성이 미디어와 무관하다는 의미에서 디지털의 특성이 있고, 따라서 지적재산권 행사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도 아라비아(실제 인도) 숫자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며, 누구도 화약에, 누구도 피타고라스 정리에, 누구도 e=mc²에 로열티를 내지 않는다. 지적재산권은 인류의 창의성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너무 약해도, 너무 강해도 발명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된다. 너무 약하면 자기만족에 그치게 되고, 너무 강하면 기득권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우스나 터치스크린 등 오늘날 모두가 매일 쓰는 장치 거의 대부분은 지적재산권이 소멸한 이후 내지 직후 상용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에는 안타깝지만, 이번 훈민정음 NFT (사실 모든 NFT) 목표한 현금 확보의 성공 여부를 떠나 오명을 쓸 것 같다.

 

결론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은 별 거 아닌 기술이며, 이에 기반한 모든 것들은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코인의 경우에는 막대한 자원 낭비에 더하여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심각하다. NFT 역시 동일한 투기적 심리에 근거하며, 본질이 널리 알려지고, 응용분야별로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코인 광풍 시즌2”가 될 수도 있다.

 

2021.7.28

최원영



[1]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7/22/Q3YMWLDLZJDEHCN7HEHVZWSN4I/

[2]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21/06/blog-post.html

[3] https://en.wikipedia.org/wiki/Blockchain

[4]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6/06/E3GHMINYZBDLPD44JMNU5IHLLM/

[5] https://cephalocide.blogspot.com/2017/10/10-10.html

[6] https://www.wikipedia.org/



[i] 디지털의 기본적인 특성부터 간단히 알아본다. 디지털의 가장 근본적인 정의는 이산 자료(discrete data)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수라 할 수 있다. 반면 아날로그는 연속 자료(continuous data)이다. 실수라 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디지털은 2진 자료(binary data, 0 1로만 이루어진 자료)를 사용하지만, 이는 안정성을 위해 값을 가장 확실히 구별을 하기 위한 것으로 2, 8, 10진 등 어떠한 체계이든 그 값이 연속적이 아니라 단속적이라면, 디지털 즉 이산 자료라는 면에서는 마찬가지이다. , 어떠한 인접 값이든 그 사이에 다른 값을 배제한다면 이산 자료이며 이는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2진 자료라고 봐도 현재로는 맞다. 어떤 경계값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0, 이하면 1 (혹은 반대로) 간주한다. 이러한 경계값간주가 디지털의 핵심이다. 전자회로의 경우 경계 전압을 기준으로 그 위, 아래를 2진 자료화하며 이를 bit라 한다. CD의 경우 과거에는 실제로 구멍이 뚫려있었다. 레이저가 구멍을 통과하는 여부에 따라 2진값을 만든다. 자성체를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의 경우에는 자성의 극성에 따라 2진값을 만든다. “경계값 1개 이상 만들면 어떠한 진법의 값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회로에서 9개의 경계값을 사용한다면 10진법을 만들 수 있다. 자장의 세기 경계값을 9개로 하거나, CD의 구멍 크기를 9가지로 한다면 10진법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전자 개수를 정확히 셀 수 있다면, 100진법 메모리도 가능하다. 보통 디지털이라 하면 2진 자료를 의미하는데, 이는 신뢰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물리학이나 전자기학을 떠나 논리적으로도 가장 신뢰성 높은 유의미한 신호는 2진법이다. 2진법과, 예를 들어 10진법의 경우, 일종의 호환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도량형이 다르면 환산이 필요한 것과 같다. 환산이 몇자리 숫자로 딱 떨어지면 별 문제 없겠으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올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이 이런 도량형 환산 반올림 오차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2진수(bit)를 여러 개 묶어 더 많은 값을 표현하는데, 2진수를 보통은 8개 묶어 사용하며 이를 byte라 한다.

 

역사적으로 디지털은 컴퓨터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19세기말 사용된 전보(teletypewriter) 5bit를 사용하였다. (참고로 5진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합은 32개인 관계로 대문자 알파벳과 몇 개의 특수문자, 그리고 몇 개의 제어문자가 있었다.) 이후 8bit를 사용하는 ASCII 코드가 컴퓨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컴퓨터가 과학계산용을 벗어나 정보처리 및 통신 수단으로도 사용되면서 한글과 같은 非라틴어 계열 언어에서도 사용하기 위하여 2개의 byte를 묶어 문자를 표현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더 많은 byte를 묶어 사용하는 Unicode(여러 가지 있음)를 사용한다.

 

수의 경우엔 32bit 혹은 그 두 배인 64bit로 정수와 실수를 표현한다. 64bit로 표현된 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상업적, 공업적으로 사용에 문제가 없다. 그보다 훨씬 더 크거나 정밀한 수가 필요할 경우에는 별도의 전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의 경우 화소당 3byte를 사용한다. 빛의 3원소인 RGB (적녹청) 1byte를 할당한다. 인간이 완전 색맹이라면 화소당 1byte로도 충분할 것이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이외의 빛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RGB 이외의 광선을 위한 할당이 필요하다. 동영상은 영화나 TV 등 미디어에 따라 초당 20-30장의 사진(frame)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인간 시각의 잔상효과의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고양이 등 잔상효과 시간이 짧은 동물이라면 더 많은 프레임이 필요하다 (frame per second, pfs).

 

음악(소리, CD)의 경우 스테레오 2채널이며 각 채널당 16bit를 할당한다. 이는 인간의 귀가 인식할 수 있는 소리의 크기 차이 즉 볼륨이 16bit, 65,536 ‘단계면 충분하기 때문이고, 이에 더해 인간의 귀는 수학적으로 로그 함수에 준해서 볼륨을 인식하기 때문에 코딩도 그렇게 되어 있다. CD 44.1kHz의 샘플링을 하는데 (, 초당 44,100번의 16bit 신호), 이 역시 인간의 가청 주파수에 맞춘 것이다. 박쥐를 위한 CD를 만든다면 아마 훨씬 많은 코딩 용랑을 갖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만드는 과정을 양자화(quantization)라 하는데, 인간에게 의미 있는 신호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