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8일 화요일

가붕개농장

 가붕개농장

 

이 글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을 읽고 오늘 우리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 것이다.

 

우선 [동물농장]은 동화 내지 우화이다. [동물농장]의 원제는 [Animal Farm: A Fairy Story]이다. Fairy story 내지 fairy tale은 동화로도, 우화로도 번역된다. 이 글에서는 우화라고 하겠다. Wikipedia[2]에는 정치 풍자장르라고 나온다. 내가 읽은 판은 서문과 10장이나, 초판은 10 112쪽으로 우화답게 매우 짧다. [동물농장]의 줄거리나 일반적인 소개는 Wikipedia나 한글판[3]이나 온라인 서점의 도서정보를 참고하면 충분하기에, 이 글에서는 이 책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쓴다. 소설에서 기대하는 정교한 플롯이나 현실성을 우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사건의 개연성은 소설 수준이다.

 

서문

[동물농장] 1944 4월 완성되었으나, 4곳의 출판사가 출판을 거절하고, 우여곡절 끝에 1945 8월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당시는 2차대전 말이었고, 오웰의 영국은 소련을 연합국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스탈린에 대한 비판을 극히 자제하였고, [동물농장]은 영국의 주적인 독일의 히틀러보다는 동맹국인 소련 및 스탈린을 비판하는 것이라 출판을 거절당했다. 영국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는 이 책의 특권계급이 돼지라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연합국의 주요 멤버인 미..소 지도자는 각각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이었고, 처칠은 불독이라는 별명이 있었고, 루즈벨트 내지 미국은 등장인물이 아니었기에, 돼지 두목 나폴레옹은 결국 스탈린을 상징하였고, 내용상으로도 악의 화신인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영국인이 가진 돼지의 인상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간 나폴레옹이 스탈린이기 때문에 이 책은 출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1971 [동물농장]의 서문이 발견되었다. 그 서문은 언론의 자유라는 별개의 제목이 있고, 오웰이 [동물농장] 출판 과정에서 겪은 애로가 나타나 있다.

더 나쁜 것은, 지적 관용이라는 우리의 확립된 선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동맹국에 아부하는 국가적 음모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 정부는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지만, 소련 정부는 비판할 수 없다. 책이든 신문이든 처칠에 대한 공격은 흔히 출판할 수 있지만, 스탈린에 대한 공격은 출판할 수 없다.” (p.17)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우리의 처칠을 공격하면 개인적으로 소송 당하니 1944년 영국보다 못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돼지 김정은을 공격하는 풍선출판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나마 1944년 소련은 영국의 동맹국이었다 (1-2년 후에는 적이 되지만). 가붕개농장에서 북한은 主敵이다. 비유와 풍자는 정확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가붕개농장은 오웰의 영국보다 못 하면 못 하지 전혀 나을 것 없다. 따라서 오웰의 언론의 자유는 가붕개농장에서 더 심각하다.

 

7계명

마노 농장”(동물농장의 원래 이름)의 반란이 성공하고 스노우볼(소련의 트로츠키 상징) 7계명(헌법의 상징)을 공포하고 명문화한다. 이후 각 계명은 교묘하게 변형된다. 원본에는 문장 뒤에 한 구절씩 추가하여 티 안 나게 변형하였지만, 한국어로는 어순의 문법상 불가하여 괄호 안에 표기하였다.

1.     두 다리로 걷는 모든 것은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모든 것은 동지다.

3.     동물은 옷을 입지 않는다.

4.     동물은 (침대보를 덮고, 6 p.62)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

5.     동물은 (과도하게, 8 p.86) 술을 마시지 않는다.

6.     동물은 다른 동물을 (이유 없이, 8 p.76) 죽이지 않는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문맹인 동물들이 많아서 돼지들은 7계명을 구호로 단순화한다: “네 발 동지, 두 다리 적”. 이 구호는 7계명을 외울 수 없는 어리석은 양들이 주로 사용하며, 건설적인 논쟁을 방해할 때 자주 쓰인다.

7계명은 형해화 되다가 궁극적으로는 폐지되고,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로 대체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헌법은 최상위법이지만, 하위법인 법률로 헌법을 거스르는 위헌적인 법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른바 해석개헌수준의 왜곡이 난무하고 있다. 헌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지만, 이를 위협하는 법률들로 인하여 형해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개헌으로 7계명이 1계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최소한 나는 느낀다. 헌법은 양피지에 썼든, 비석으로 만들었든, 컴퓨터 파일로 있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하거나, 헌법 위에 당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헌법이 아니다. 헌법 없이 법률 없으며, 따라서 헌법이 없거나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법천지이다. 무법천지에서 법치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이며, 무슨 궤변을 갖다 대도 그것은 人治이다. [동물농장]은 나폴레옹의 豚治였고, 소련은 스탈린의 人治였다. 내가 보기에 가붕개농장은 (상대적으로) “그나마 法治에서 노골적 人治로 가고 있다.

 

9 맹견(猛犬)

나폴레옹은 갓 태어난 9마리의 개를 데려가 아무도 몰래 혼자 키운다. (p.43) 이 개들은 나폴레옹의 친위대가 되어 물리적 폭력의 수단이 된다. 이 책에는 맹견들은 동물 중에서도 동물의 속성을 보여준다. 대사도 전혀 없으며, 캐릭터도 없다. 동물농장의 동물 중 양과 맹견이 가장 동물적인 속성을 갖는데, 양은 홍위병을 연상시키고, 맹견은 친위대를 연상시킨다. 물론 오웰 시점에 홍위병은 없었다. [동물농장]이 소련을 모델로 한 것이고, 당시 소련에는 홍위병은 아니지만 이른바 떼법 내지 시위로 정상적인 논의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집단은 있었다. 양과 맹견은 합치면 홍위병 같은 행태를 보인다. 양과 맹견은 서로 상치되는 성격으로 합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하지만, 그 속성이 무식과 폭력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공통적으로 맹목적이라는 점에서, 홍위병은 그런 아이러니한 조합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맹견의 존재와 역할은 또 다른 무서운 의미가 있다. 맹견은 외부에서 온 존재들이 아니다. 기존에 동물농장에 있던 제시와 블루벨이라는 개들의 새끼들이다. 젖을 떼자마자 나폴레옹은 이들 강아지들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양육과 교육을 하였다. 그 결과는 마치 로봇 같은 맹견이다. 세뇌교육의 효과이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어떤가? 세뇌와 폭력은 사이버 내지 소프트 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다. 왕조적 人治와 민족주의의 변태적 결합인 주체사상의 추종자들은 이제 사상가나 스승의 반열에 올라 자기복제와 확대재생산을 하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문자폭탄은 소프트 폭력의 대표적이지만 일개의 예에 불과하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나폴레옹의 호칭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 되다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9, p.95)에 이른다. 가붕개농장에서는 많이 들어본 표현이다. “어버이 수령에서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 그리고 호칭이 계속 바뀌는 現돼지까지 공식 직함과 관계 없이 그쪽 동물농장에서는 3대째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있다.

어버이 수령이나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에 대해서는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4] (영문판밖에 없음.)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등 궤변이 집권세력의 주류 사상이며, 이들은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경애한다.

 

박서 (Boxer)

동물농장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충실한 동물로 말이다. 박서의 일상적인 두 개의 모토는 더 열심히 하겠다.”나폴레옹은 항상 옳다.”이다. 늙고 병들고 쇠약해지면서 결국은 나폴레옹에 의해 도살장에 끌려간다. [동물농장]에서 가장 슬픈 캐릭터이다. 내가 보기엔 슬프기보다는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양들처럼 아예 바보도 아니고, 가장 많이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나폴레옹 내지 체제에 충직하지만, 나폴레옹의 옹호자로서 결과적으로는 다른 동물들도 나폴레옹을 따르게 만든 충실의 죄가 있다.

 

가붕개농장의 중산층이 아닐까 한다.

 

스퀼러 (Sqealer: 꽥꽥이)

흑을 백으로 만드는요설의 대가인 돼지이다. 나폴레옹의 입으로 역할상 필요한 캐릭터이지만, 아마도 나치의 괴벨스가 모델이 아닌가 한다.

 

불행히도, 가붕개농장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스퀼러는 그리스 소피스트의 전형으로, 논리를 뒤틀어 궤변을 만든다. 이런 궤변은 논리학원론만 공부해도 대부분 타파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너무 순진하고, 너무 무식했다. 가붕개농장의 가재, 붕어, 개구리도 공부하지 않으면 스퀼러는 더 많아지고, 더 꽥꽥거릴 것이다.

 

풍차 (풍력발전)

오웰의 별명이 자전거 탄 돈키호테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자전거를 애용했고,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기에 그런 것 아닌가 짐작한다. [동물농장]에 자전거는 등장하지 않지만, 풍차는 등장한다. 오웰의 돈키호테 별명은 캐릭터 때문이고, 풍차는 우연의 일치라 생각한다.

[동물농장]에도 풍차가 등장한다. 이 풍차는 스노우볼(나폴레옹의 정적, 스탈린의 정적인 트로츠키 상징)이 애초에 기획한 것으로 발전용 풍차 즉 풍력발전 풍차이다. 이 책이 1944년에 완성된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 풍력발전이 있었는지 모르겠고, 있었다면 매우 놀랍다. 풍차는 한번은 태풍에 무너지고, 한번은 인간에 의해 폭파된다. 어마어마한 노력이 투입된 사업으로 물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처를 크게 남긴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에게, 특히 박서에게는, 풍차는 시지프스의 바위였다. [동물농장]에는 풍차를 만들기 위한 골재를 만들기 위해 바위를 절벽 위로 나른다. 풍차는 실질적인 효용보다는 동물들이 딴 생각할 수 없도록 계속 바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풍차는 결국에는 발전용이 아니라 방아 용도로 쓰인다.

 

가붕개농장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온갖 XX발전을 밀어붙이고 있고, 반면 원전은 고사시키고 있다. 지열발전 한다고 지진 만들고, 이른바 탄소중립한다고 울창한 숲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5] 가붕개농장이 동물농장보다 나은지 정말 의심스럽다.

 

평등이나 위선 등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동물농장]을 소재로 한 없이 예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나폴레옹은 온갖 거짓과 위선과 탐욕으로 동물농장을 착취했지만, 그래도 나폴레옹은 사악하지만 목적과 전략은 분명했다. 가붕개농장의 나폴레옹은 심지어 그 점도 의심스럽다. 가붕개 나폴레옹은 동물농장의 양 캐릭터 같다. 돼지도 아닌 양에게 농락당하면 당연히 가붕개 된다.

 

2021.5.19

최원영



[1] Owell, George. Rebelión en la Granja. (USA, lulu.com, 2016), 1945

[2] https://en.wikipedia.org/wiki/Animal_Farm

[3] http://www.yes24.com/Product/Goods/17352

[4] https://www.amazon.com/Under-Loving-Care-Fatherly-Leader/dp/0312323220/ref=sr_1_1?dchild=1&keywords=fatherly+leader%2C+north+korea&qid=1621394907&sr=8-1

[5]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5/15/4MY5WWD6VJDIZNK6O7DM5D3Q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