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끼는 노트북이 더 이상 손 볼 수 없이 맛이 가서 새로 뭘 살까 하다가 UHD 모니터를 사기로 하면서 노트북은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게 되고, 결국 "back to the past" 데스크톱으로 시스템을 새로 구성했다.
내가 산 모니터는 28인치 국산 중소기업 제품으로 25만원정도 들었다. PC는 초소형으로 모니터 뒤 VESA 규격 마운트에 설치해서 마치 일체형 PC같은 모습이다. PC도 약 35만원 들었는데, 장단점이 있으나 오늘 주제는 UHD 모니터이므로 이건 그냥 넘어간다.
잠시 옛날 예기를 하자면, 나는 1994년부터 노트북을 사용했다. CPU 등 주요 스팩은 전혀 기억 나지 않고, 가격 때문에 LCD를 당시로는 고급형 active matrix 방식을 못 사고 그보다 싸지만 흐릿한 DSTN 방식으로 샀다. 이후로 데스크 톱 내지 사이드를 직장에서 옆에 두고는 있었으나, 주로는 노트북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날, 듀얼 모니터란 것을 알게되었다. 당시 내 노트북은 도시바 (당시로는) 초소형이었고, 모니터 해상도가 1024x768인 것이 그것을 산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IMF 직후인 1997년 제품인 것으로 기억한다. 애초 Windows 95가 설치되어 있던 것으로 이후 XP로 업그레이드 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당시 나는 내 노트북이 듀얼 모니터 (확장 모니터) 기능이 있는줄도 몰랐다. 노트북 옆에 15핀 D-sub 포트가 있었지만, 그게 왜 있는지도 몰랐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모니터 두 개를 쓰는 것을 보고 그냥 호기심에 한 구석에 쳐박아 둔 CRT 모니터를 연결했다. 이후로는 공간이나 PC의 환경이 되는 분들에게는 듀얼 모니터를 권하면서 말한다. "중독성 매우 강합니다. 한번 듀얼 모니터 쓰시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 합니다." 나는 그랬지만, 안 그런 분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듀얼 모니터의 장점
듀얼 모니터(지금이야 모니터 6개를 한 PC에 연결한 경우도 봤지만)의 장점은 단순히 화면이 넓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화면 혹은 컴퓨터가 화면을 조작하는 '행태'가 단순히 큰 모니터와 다르다. 예를 들어 화면을 최대화 하면 모든 모니터에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프로그램이 있는 화면에서만 최대화 된다. 스크롤 등 화면 이동 혹은 흐름도 각각의 화면에 국한된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보통 두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작업용 워드/엑셀 등과 참고용 웹/파일/도움말 프로그램) 매우 편리하다. 이런 편의성은 글로 충분히 설명 불가하다.
-UHD 사용법
UHD는 full HD 4배의 해상도를 갖는다. HD는 1920x1080(모니터는 1200도 많음), UHD는 1920의 2배인 3840, 1080의 2배인 2160, 즉 3840x2160의 해상도를 갖는다. HD의 가로 세로 각 2배씩의 해상도를 갖는다는 의미로 UHD를 4x라고 흔히 부른다.
내 모니터는 UHD 이지만 크기는 28인치이다. 달리 말하면 14인치 HD 4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14인치 HD 노트북을 써본적이 있는데, 이미 노안이 온 나로서는 글자가 (엄밀히 말하면 화소, dot pitch) 너무 작아 불편했다. 이번 이 모니터를 살 때도 가장 고민한 것은 화면 크기가 작아 화소가 너무 작지 않을까였다. 실제 부담스러울 정도로 작기는 하다.
HUD를 사용할 경우 듀얼 모니터를 사용할 의미는 거의 없다. 해상도를 고려한 화면 크기가 일단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화질 영화를 본다면 몰라도 모니터로 쓴다면 분명 그렇다. (아직 제대로된 UHD용 영화 software도 거의 없다.) 따라서 듀얼 모니터가 제공하는 (위에 말한) '행태'의 장점은 더 이상 누리기 어렵다. YouTube를 보다가 비디오 화면을 키우고 싶어도 지금처럼 브라우저 모드 아니면 전체화면 모드 둘 밖에 없다면 HD 모니터 두개 시절이 더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는 Microsoft가 다음 Windows에서 UHD 모니터를 위한 특별한 콘트롤이나 '행태'를 제공해야만 해결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별로 기본 위치와 크기를 지정해 줄 수 있으면 아주 편할 것 같다. 예를 들어 Word는 왼쪽 절반 전체를 차지하고, 브라우저는 오른쪽 상단 1/4, YouTube는 오른쪽 하단 1/4, 이런 식이다. UHD 화면의 1/4이 HD 즉 1920x1080 해상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각 프로그램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해상도 자체는 몇개의 프로그램을 널어놓고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위에 말한 듀얼 모니터 '행태'의 잇점은 누리기 어렵다.
결론
1. 크기
UHD는 문자 그대로 4x 즉 현재 사용중인 full HD 모니터 4개를 쓴다는 것을 상상하고 선택하기 바란다. 한마디로 한 눈에 절대 들어올 수 없다. 따라서 화면과 사용자의 거리가 매우 중요하고 그에 따라 화면 크기를 선택해야 한다. 내 것과 같은 28인치라면 화면과의 거리가 40cm 정도가 적당하고, 50cm를 넘기 어렵다. 거리가 1m 이상이면 최소 50-60인치는 필요할 것 같다. 요새 나오는 초대형 즉 100인치 정도의 모니터는 5m 이상의 시청거리를 권하는 만큼 모니터보다는 TV로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28인치 크기에 대해 나는 많이 걱정했지만, 주로 TV가 아니라 모니터로 사용한다면 이 크기가 사실 가장 바람직 할지도 모르겠다.
2. 멀티 모니터
UHD로 듀얼 혹은 그 이상의 멀티 모니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기술적으로야 가능하고 돈도 별로 들지 않지만, 그럴 필요성은 매우 드물 것 같다. 무슨 상황실같은 특별한 환경과 요구사항이 없다면 UHD 그 자체가 인간 시각의 인식범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UHD 모니터 사용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는 한개의 모니터를 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3. 문제점
위에 말한 듀얼 혹은 멀티 모니터 '행태'의 장점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 Microsoft 등 OS 제공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공자도 UHD가 단지 해상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인간 시각의 지각능력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서 차기 제품 개발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AutoCAD는 내가 시험한 바로는 단지 UHD 해당도 그 자체의 문제 때문에 전체화면 모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화면 크기를 전체의 1/4-1/2 정도 크기로 하고 사용해야 문제가 없다.
듀얼 모니터 정도의 중독성은 아니라 하더라도 UHD 모니터도 상당한 매력과 장점이 있다. OS와 applicaton이 UHD를 고려하여 업그레이드 되어 UHD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듀얼 모니터 만큼의 중독성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PS: 1997년 (아마 14인치) 1280x1024 LCD 모니터를 80만원에 샀었다. 이번에 28인치 UHD 모니터가 25만원이다. 이미 충분히 싸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