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애플 대 삼성전자, 특허법과 배심원제

현지 미국시간 24일 금요일 세기의 특허소송으로 불리는 애플 대 삼성전자 소송의 배심원 평결이 발표되면서 삼성전자는 무려 7.45% 하락하였다. 반면 애플은 약 2% 상승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삼성전자는 약 5% 하락한 상태이다. 이 사건은 특허제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그리고 배심원제와 특허법의 적합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허 혹은 특허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특허법은 발명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법이 그렇지만 특허법도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와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고 이는 창의와 혁신의 결과이다. 창의와 혁신을 조장하기 위해서 그 결과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특허법의 본질이다. 특허에 대한 보호가 없다면 이른바 짝퉁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서 보는 문제가 나타나고 이는 혁신을 저해할 것이다. 반면 특허에 대한 범위이든 기간이든 과도한 보호는 기존 특허에 기반한 새로운 혁신을 어렵게 하고, 특허에 대한 기득권 보호와 특허 침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도한 법률비용이 발생하는 등 혁신을 저해하게는 결과가 된다. 즉, 지나치게 약하거나 강한 특허권은 모두 창의와 혁신을 저해하고 이는 사회 전체의 발전이라는 특허법의 근본목적을 훼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특허법은 특허의 범위와 기간에 있어서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다.

제시된 증거를 직접 보지 못 해서 개인적인 견해를 확실히 말 할 수는 없지만 언론에 인용된 "모서리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 특허는 특허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은 경우가 아닌가 한다. 특허의 기간도 대부분 20년 정도이다. 대부분의 특허가 상업적 가치가 없지만, 상당히 많은 특허는 너무 앞서간 죄로 가치와 기여는 크지만 발명가는 아무런 혜택을 못 보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 마우스가 그 예이다.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성장도 (다른 요소도 많지만) 터치 패널 등 중요한 기술의 특허가 만료된 시점과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많은 발명가가 기존 특허의 만료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기존 특허의 보유자는 주변 기술을 부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만기 연장을 시도한다. 특허가 혁신을 저해하는 경우는 특허 기간이 극단적으로 긴 경우를 상상해보면 분명해진다. 아라비아 숫자 (실제로는 인도 숫자), 피타고라스 정리, 화약 등의 특허권이 유지된다면 우리는 최소 수세기전의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소송전에서는 기업문화, 크게는 사회 전체의 문화적인 차이도 많이 드러났다. 애플은 유저 인터페이스가 강점이며,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매우 중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나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하드웨어와 생산성이 강점이다. 한국 소프트웨어의 인력의 경우 응용 부문을 불문하고 유저 인터페이스 중심이고 과잉 상태이다. 이는 쉽게 접할 수 있고, 수학이나 물리학 등 기초학문 지식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 과잉은 이들 기술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유저 인터페이스를 경시하는 경향이 생겼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아무나 하는 저부가가치의 영역이고 자잘한 아이디어이지 큰기술 내지 핵심기술은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삼성이 조직적으로 애플을 배꼈다고 보지는 않지만 실무 차원에서는 '참조'한 경우가 있고, 특허 담당 부서에서도 이를 사전 스크리닝 하는 것은 무리이기에 이번 소송에서 삼성에 불리한 증거로 다수 제시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bounce back" 등 몇몇 특허는 기술보다는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삼성이 애플을 두려워했고 (두려워했어야 한다), 애플의 유전자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최고경영진이나 특허 담당 부서에서 개발 실무자에게 충분한 교육과 주의를 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한 점이 삼성의 가장 큰 과오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이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인식과 문화의 문제라고 본다.

두번째 이슈는 배심원제에 관한 것이다. 배심원제는 법 전문가로서의 판사가 법적인 판단을, 일반인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상식에 부합한 판결"이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한다. 이번 소송에서 배심원 구성에 관하여도 논란이 있었다. 배심원은 소송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는데, 이해관계의 범위와 성격이 애매하다. 미국에서 애플이나 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가가 과연 있을까 하고,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판사는 법률전문가, 배심원은 사실관계를 판정하는 제도의 취지를 본다면 배심원을 이번처럼 정보기술이나 특허제도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들로 대부분 구성한 것은 문제라고 본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배심원 대표가 유일하게 이번 소송에서 제품의 기술적인 내용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사람이었고, 이 사람이 배심원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이 또한 배심의 만장일치제 원칙에 비추어 보면 문제라고 본다.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관계만 없다면 특허와 기술에 있어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그리고 삼성이 노력하고,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특히 선발주자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에 대해서 그들의 유전자와 행태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한 것은 큰 실수였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 수준에서 1조원대의 배상금은 금액 그 자체로는 이번 시장에 준 충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다. 그러나 (어느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애플이 원조이고 삼성은 추종자라는 인식이 더 큰 타격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변수도 많지만, 이번 소송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미국 소비자들일 것이다.


201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