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4일 월요일

블루오션, 레드오션, 황당오션

아직도 간간히 기사에 등장하는 블루오션이란 단어를 나는 비교적 최근에 들었다. 이 말은 김위찬 등의 2005년도 저서 "블루오션 전략 (Blue Ocean Strategy,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을 통해 널리 알려졌으나 나는 그 후 몇년 지나서 들었다. 그 전에 들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마도 내용을 알아볼 생각도 않고 '뭐 그런 표현이 있나 보다'라고 흘렸을 것 같다. 이 책을 사 볼 생각도 없고, 꼭 그럴 필요도 없기에 Wikipedia에 소개된 내용(http://en.wikipedia.org/wiki/Blue_Ocean_Strategy)을 참고로 하여 몇가지 비판을 하려고 한다.

기업의 사업전략에 관하여 1970년대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의 성장성-점유율 매트릭스(Growth-Share Matrix,이하 BCG 매트릭스, http://en.wikipedia.org/wiki/BCG_Matrix)가, 1980-90년대는 마이클 포터 (http://en.wikipedia.org/wiki/Michael_Porter)의 경쟁 5대 요소를 중심으로 한 경쟁전략이 유행이었다. BCG는 하버드 경영대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영자문회사이다 (둘 다 보스톤에 있다). 사업 내지 산업 전략은 하버드 경영대학의 전유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블루오션을 보면 아마 지금도 그런 것 같다. BCG 매트릭스나 포터의 경쟁전략이나 언듯 보면 논리정연하고 세상이 그렇게 움직이거나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용어 하나하나의 정의와 함의를 따져보고 그들이 이론이 갖고 있는 가정을 다시 점검하기 시작하면 첫인상처럼 그리 견고하지 못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문적 평가를 떠나 이들 이론이 실제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지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이론의 유용성은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블루오션은 이들보다 더한데, 여기서는 블루오션에 대해서 주로 거론한다.

김위찬에 의하면 블루오션은 현존하지 않는 시장으로 "가치혁신"으로 만들어 가는 시장으로, (포터의 입장과는 달리) 차별화와 원가경쟁력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레드오션은 현존하는 모든 산업을 포함하며 생존은 피 튀기는 (그래서 red)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용어의 정의와 논리 전개의 방법론을 이런 식으로 정하면, 검증가능하고 틀린 이론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존재하지 않은 산업이 성공하면 (대부분은 실패하지만) 그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가치혁신으로 인정될 수 있고, 따라서 블루오션이 된다. 이는 결과라는 정답을 보고 과정이라는 숙제를 하는 것이다. 결국은, 공허하지만 지당한 말씀이 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또한 그 제목의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저자는 한편으로는 공허한 논리에 숨어서 책임은 피하고, 한편으로는 자극적이고 마케팅적인 제목으로 영향력은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학문적 불성실이자 지적 기회주의라고 생각한다.

블루오션이나 레드오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실례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다.

블루오션은 성장산업, 레드오션은 사양산업과 비슷한 말로 흔히 사용된다. 블루오션으로 흔히 거론되던 산업 중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사업이다. 현재 상황은 태양광 사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선진국 회사들은 대부분 적자이며 도산 위기의 회사도 많다. 스마트폰은 블루오션일까?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을 처음 출시한 회사는 노키아이다. 스마트폰을 대중화한 회사는 블랙베리를 만드는 RIM(Research In Motion)이다. 이 두 회사의 현재 모습을 보고 블루오션 전략을 택할 회사가 있을까? 전략의 이름이 무었이건 시장창조형 전략을 구사하던 회사는 시장창출 과정에서 대부분 전사하고 최후의 승자는 그 시체를 밟고 올라선 레드오션 전략 회사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 디자인과 기능의 차별화, 특허 등 진입장벽, 수직 계열화 등 포터식 경쟁전략, 즉 레드오션 전략을 사용한 회사들이라고 본다.

반면 흔히 사양산업이라고 부르는 섬유산업에는 영업이익율이 20% 수준에 이르는 견실한 회사들이 아직도 다수 있다. 물론 생산은 더 이상 한국에서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 회사에 있어서는 저부가가치 활동은 저임금국가로 이전하고 본사는 영업, 디자인, 관리 등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대부분의 실제 코딩은 인도에서 하고 있다. 생산요소 가격과 규모의 경제, 경쟁 환경 등 기존의 이론 틀 내에서 적당한 수준의 경영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다.

김위찬이 강조하는 "가치혁신 (Value Innovation)"은 슘페터의 혁신과 도데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거의 모든 경영전략에서 말하는 차별화전략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적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면 블루오션은 연못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목도한 바로는 대부분의 시장창조적 전략을 추구하던 회사들, 즉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하던 회사들은 죽었거나 그럴 위험에 처해 있다. 연못 만들던 회사들은 죽어서 거대한 레드오션을 만들고, 레드오션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들이 그 전리품을 챙긴다면 블루오션 전략은 정말 우울(blue)한 전략이다. 신성로마제국(The Holy Roman Empire)는 신성하지도, 로마도, 제국도 아니었다는 말이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블루도 아니고 (실제 과다출혈로 죽는다), 오션도 아니고 (연못), 전략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방향성이나 그를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나의 경험상으로는 광업 등 생산요소의 이전이 불가능한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어떤 산업이건 경쟁사보다 좀 더 잘하면 성공한다. 복잡하고, 애매하고, 적용이 까다로운 이런 사업전략 보다는 경제학원론이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

나의 이런 모든 논의가 100% 다 맞다고 해도, 김위찬의 용어와 방법론에 의하면 그의 논지는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이렇게 편리하고 권위있는 주장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을 믿지 않는다.


2012-06-05

* 이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